김응구⁄ 2025.10.03 09:14:59
현대건설이 마침내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을 품에 안았다.
지난달 27일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참석자 1431명 가운데 1286명(89.9%)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91명, 기권·무효는 54명이었다. 이에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의 입찰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거대 건설사 두 곳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입찰 조건 등의 이유로 삼성물산이 물러서며, 결국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압구정 지역은 2구역(신현대아파트 9·11·12차) 외에도 3구역(현대 1~7차, 10·13·14차), 4구역(현대 8차, 한양 3·4·6차) 등 현대아파트가 다수 분포돼있다. 현대건설은 3·4구역의 시공권 확보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19만2910㎡ 부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지하 5층에서 지상 최고 65층, 14개 동, 2571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며, 총공사비는 2조7489억원이다.
현대아파트 헤리티지 잇는 ‘100년 도시’ 미래 비전 공개
앞서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을 통해 “100년을 이끌어갈 ‘도시 속 도시’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아파트의 헤리티지를 잇는, 이른바 ‘100년 도시’의 미래 비전이다.
이를 위한 5대 비전도 제시했다. 먼저, ‘랜드마크 설계’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의 상징적인 출발점이다. ‘한강공원을 품은 숲 조경’을 통해선 단지 중앙공원과 한강공원이 하나로 이어진다. ‘세대를 아우르는 올인원 커뮤니티’는 역대 재건축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편리한 서비스와 스마트한 일상’을 위해선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로 입주민의 일상에 품격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아파트가 아닌 하나의 도시’로 만들고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현대백화점 본점을 연결하는 원스톱 통로가 마련되고, 교육·문화·쇼핑·자연까지 모든 생활을 하나로 연결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삶과 자부심 그리고 압구정2구역의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제안서에 담았다”며 “압구정 일대를 고급 주거문화의 대명사로 만들었던 책임감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100년 도시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압구정2구역을 위해 쏟는 노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글로벌 드림팀’과 ‘로봇 친화’다. 설계·구조 등의 분야에 세계적 거장들이 참여하고, 아파트 단지의 친근한 로봇들은 주거 혁신을 이끈다.
설계·조경, 구조·기술에 세계적 거장들 참여
현대건설은 지난달 9일 천재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120년 역사의 조경(造景) 명가 그린 와이즈, 세계적인 구조설계 그룹 ARUP(아룹)이 참여한 글로벌 드림팀을 공개했다.
먼저, 설계에는 영국의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했다. 그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독창적인 설계로 명성을 얻었다. 뉴욕의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 등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가 그의 손을 거쳤다. 건축과 자연을 융합해 하나의 유기체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게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토마스 헤더윅은 평소 “이야기와 영혼이 깃든 건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건축물이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기억이 머무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은 일본의 그린 와이즈가 맡는다. 도심 속에서 숲을 구현하는 것에 탁월한 노하우가 있다. 단순히 나무 심는 걸 넘어, 세대와 함께 자라는 ‘살아 있는 숲’을 조성한다.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토마스 헤더윅과 함께 조경을 선보이며 세계적 명성을 쌓은 바 있어, 압구정2구역에서도 건축과 조경이 긴밀히 호흡하는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기술 분야에는 영국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 ARUP이 참여한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상하이 타워, 방콕 킹 파워 마하나콘 등 굵직한 프로젝트의 핵심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초고층 설계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구조설계 특화 기업이다.
압구정2구역은 최고 65층에 달하는 초고층 단지인 만큼, ARUP의 정밀한 구조설계와 내진·풍동 해석 기술을 통해 100년 이상 견고함을 유지하는 건축물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특허받은 고강도 콘크리트와 현대제철의 ‘H-CORE’ 철근이 더해져 지진과 강풍에도 흔들림 없는 안정성이 확보된다.
‘로봇 친화 아파트’로 미래 주거 혁신 이끌어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을 로봇 친화형 아파트 단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로봇 기반의 스마트시티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엔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단지 설계부터 로봇의 운용을 고려해 동선과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엘리베이터부터 자동문, 통신망까지 로봇과 연동되도록 설계해, 로봇이 단지 내 전 구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한다. 이동 공간 확보로 원활한 통행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관제 시스템을 적용해 로봇 스스로 층간 이동과 문 개폐(開閉)가 가능하다. 덕분에 단지 밖 도로에서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 엘리베이터를 거쳐 세대 현관문 앞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그룹사의 역량을 총결집해 입주민의 이동과 편의, 안전, 전기차 충전·주차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한다. 피지컬 인공지능(AI) 플랫폼이 적용된 로봇이 단지 전역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입주민의 생활 파트너가 되는 구조다.
우선, 단지 내부에는 현대차·기아의 ‘셔클’이 적용된 무인 셔틀을 운영한다. 셔클은 현대차그룹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으로, 실시간 승객 수요에 따라 노선과 운행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맞춤형 이동 서비스가 가능한 ‘퍼스널 모빌리티 로봇’도 도입한다. 소형 자율주행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쇼핑을 하고 돌아올 때 무거운 짐을 집 앞까지 실어줄 뿐만 아니라, 안면인식 기술로 배달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배송한다.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선 현대로템의 무인 소방로봇이 활약한다. 고온과 유독가스 환경에 투입할 수 있고, 열화상 카메라와 특수 장비를 갖춰 소방 인력 진입이 제한되는 화재 현장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해 입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전기차 충전 로봇도 눈길을 끈다. 차량이 충전구역에 진입하면 로봇이 스스로 충전구를 열고 케이블을 연결한 뒤 충전을 시작한다. 충전이 완료되면 케이블을 분리하고 차주에게 알림을 보낸다. 충전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과열이나 사고 위험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단지 내 상가 주차장에는 현대위아의 발레주차 로봇이 배치된다. 지정된 위치에 차량을 세워두면 로봇이 바퀴를 들어 올려 빈 곳에 주차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하게 이동하므로 동일 면적에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은 이동과 편의, 안전, 전기차 충전·주차까지 아우르는 차별화된 로봇 솔루션이 적용된 최초의 도시”라며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며,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적용된 미래 주거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최초 ‘10조 클럽’ 달성 눈앞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압구정2구역 외에도 경기도 구리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 부산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7656억원),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재개발(3502억원·DL이앤씨와 컨소시엄)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장위1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도 앞두고 있다. ‘장위뉴타운’ 내 가장 큰 사업장으로, 공사비만 1조47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두 차례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참여했고, 3차 입찰은 이달 27일 마감이다. 이 사업까지 포함하면 현대건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0조원을 넘어선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의 ‘10조 클럽’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