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K-전통문화④] 곱디고운 달항아리, 와인 속으로 들어갔네

롯데칠성음료, ‘마주앙’ 라벨에 문화유산 담아

  •  

cnbnews 제805호 김응구⁄ 2025.10.13 11:56:45

롯데칠성음료는 재작년 8월 ‘마주앙 달항아리’ 2종을 출시했다. 라벨에 민화(民畵) 작가 소혜 김영식의 달항아리 그림이 담겨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조선시대 백자(白磁) ‘달항아리’. 이름처럼 어쩜 이리도 달덩이 같을까.

학술적 이름은 ‘백자대호(白磁大壺)’라지만 둥그런 달을 닮아 그냥 달항아리로 부른다. 눈 부릅뜨고 가만히 살펴본다. 아무런 장식이 없다. 우윳빛 새하얀 살결 같다. 주둥이는 크고 굽은 작다. 여유가 있다. 너그럽다. 두어 발짝 뒷걸음쳐 다시 보니 하늘에 뜬 보름달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어디서도 비슷한 유형을 찾기 힘든 독특한 형태의 도자기라고 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는 달항아리를 두고 “불가사의한 미”라고 했다.

달은 인간의 모든 소망을 껴안는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뜨는 밤, 내 소망 한 가지 달항아리에 던져 넣으면 어떨까.

‘달항아리’ 품은 국산 와인 ‘마주앙’

‘마주앙’은 가장 오래된 국산 와인이다. 1977년 5월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브랜드명은 ‘마주 앉아 즐긴다’는 의미로 붙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재작년 8월 ‘마주앙 달항아리’ 2종을 출시했다. 라벨에는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민화(民畵)를 담았다. 그림은 국내와 해외에서 민화를 활발히 알리는 민화 작가 소혜 김영식이 참여했다.

‘마주앙 달항아리’는 칠레의 부티크와인 산업을 이끌고 있는 와이너리 ‘비냐 아키타니아’와 함께 만들었다. 둘 다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100%를 사용한 레드와인이며, 1만2000병씩 2만4000병만 생산했다. 알코올도수는 13.5도.

2022년 롯데칠성음료는 한국 미술 산업의 성장·발전을 위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문화재를 수집·보존해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던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1906~1962)의 유지에 따라 2013년 세워졌다. 이곳에선 우리나라 고미술 연구와 이의 체계적인 보존이 이뤄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재단과 해마다 여러 협업을 진행하고, 후원금도 지원한다. 협업은 대체로 ‘마주앙’ 라벨에 재단 소유의 국보(國寶) 도자기를 담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2022년 한글날을 앞두고는 ‘마주앙 샴페인’과 ‘마주앙 뉘 생 조르쥬(Nuits Saint Georges) 2019’를 내놓았다. 이들 와인 라벨은 재단이 소장 중인 조선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국보 제294호)으로 디자인했다. 출시 10여일 만에 생산 수량 2400병(각 1200병)이 완판됐다.

그해 10월 26일에는 청주(淸酒) ‘백화 월하정인’도 선보였다.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조선 후기 3대 풍속화가 중 한 명인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1758~?)의 풍속화 ‘월하정인(月下情人)’을 모티브로 했다. 달빛 아래 연인의 밀회를 그려낸 이 작품은 국보 제135호인 ‘혜원풍속도화첩’ 30점 중 하나다.

2023년 10월에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의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수록된 ‘목멱조돈(木覓朝暾)’, ‘압구정(狎鷗亭)’, ‘송파진(松坡津)’을 각각 ‘마주앙 라랑드 포므롤(Lalande de Pomerol) 2019’, ‘마주앙 뉘 생 조르쥬 2021’, ‘마주앙 뫼르소(Meursault) 2020’에 담아 출시했다.

 

‘마주앙’ 라벨에 김홍도의 ‘백매(白梅)’가 들어가 있다. 김홍도는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매화음(梅花飮)을 즐겼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지난해 11월에는 ‘매화의 아름다움과 와인의 깊은 풍미가 만나 완성되는 선비의 풍류’라는 콘셉트로 기획한 마주앙 2종을 300병씩 한정 출시했다. 이 와인 역시 재단이 소장 중인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1745~1806년경)의 ‘백매(白梅)’와 우봉 조희룡(又峰 趙熙龍·1789~1866)의 ‘홍매(紅梅)’를 활용했다.

김홍도는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매화음(梅花飮)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백매’와 협업한 ‘마주앙 뫼르소 레 그랑 샤롱(Meursault Les Grands Charrons)’은 프랑스산 샤르도네 품종 100%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알코올도수 13.5도.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제자로, 우봉이라는 호와 함께 ‘매화두타(梅花頭陀)’라는 별호를 사용할 정도로 매화를 좋아했다. 매화두타는 ‘매화로 부처가 되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조희룡은 매화나무에 핀 꽃들을 부처라 생각하고 꽃송이 하나하나를 공양하듯 그렸다. ‘홍매’와 협업한 ‘마주앙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는 이탈리아산 산지오베제 품종 100%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알코올도수 15도.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관련태그
달항아리  롯데칠성음료  마주앙  간송미술문화재단  와인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