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인터뷰] “非화재 119 출동,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김태환 자바네트웍스 대표 “일반 화재감지기 오작동 위치확인 가능”

  •  

cnbnews 제806호 황수오⁄ 2025.10.23 14:13:32

김태환 자바네트웍스 대표가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수오 기자)

화재감지와 관련한 설비 두 가지를 먼저 얘기해본다. 먼저, ‘자동화재속보설비’다. 특정 소방대상물에 화재가 발생할 때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하고 소방서에 신속하게 통보하는 설비다.

‘2024년도 화재통계연감’, ‘2025년 화재예방 및 안전관리 통계자료’와 소방청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자동화재속보설비는 2024년 현재 전국 3만492곳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 설비의 오작동으로 119가 출동한 횟수는 지난해만 무려 5만4495건에 이른다. 단순계산으로 1곳마다 1.8회의 오작동을 일으킨 셈이다. 화재감지기 오작동에 따른 소방력 낭비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짐작케 하는 통계다.

‘자동화재탐지설비’도 있다. 화재 발생 초기에 열·연기·불꽃 등을 감지해 경보함으로써 신속하게 대응하는 소방설비로, 통상 ‘화재감지기’로 부른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는 총 3만7614건.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된 소방대상물 6297곳 가운데 정상작동한 경우는 3579곳으로 57%에 불과하다. 화재현장 10곳 중 4곳은 화재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오작동, 자동화재탐지설비는 미동작

앞선 두 가지 통계는 화재감지기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화재감지기 오작동에 의한 119 출동은 막대한 소방력 낭비로 이어진다. 비(非)화재 119 출동은 소방당국의 화재 대응력을 심각하게 저하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화재감지기 오작동의 원인은 크게 정상 요인과 비정상 요인으로 나눈다. 정상 요인에 의한 경보는 진짜 화재가 아니지만, 화재감지기가 연기·열기 또는 온도변화를 감지해 알려주는 현상이다. 실제 화재는 아니더라도 정상 요인에 의한 화재감지기 작동은 정상이다.

문제는 비정상 요인이다. 원인은 주로 전기적 또는 전파적 요인이다. 습기에 의한 누전, 감지기 선로 간 단락, 인접한 전력선의 전기적 영향 등으로 화재감지기·수신기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정상 요인으로 비화재 경보가 발생하면, 오작동한 감지기와 선로의 위치를 확인해 재발 방지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를 방치하고, 심지어 문제를 은폐해 오작동과 비화재 119 출동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최악의 경우 잦은 감지기 오작동으로 화재수신기 자체를 꺼놓았다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떤 감지기가 오작동했는지 도무지 찾을 방법이 없다” 오작동 감지기를 방치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아날로그 감지기는 감지기별로 위치지정 기능이 있어 오작동 감지기를 추적해 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물의 97% 이상은 위치확인이 불가능한 일반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일반감지기도 아날로그 감지기처럼 오작동 위치를 확인할 수 없을까?”

김태환 자바네트웍스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김 대표는 기존 화재감지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반감지기의 오작동 위치를 확인하는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김태환 대표,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 개발

 

조달청이 주관하는 ‘2025년 제3차 혁신제품 스카우터 데모데이’에서 김태환 자바네트웍스 대표가 자사의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자바네트웍스)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의 핵심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반감지기여도 오작동 된 감지기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연히 해당 감지기의 오작동 원인(전기·전파·기계적 결함 등)을 점검해 조치할 수 있다.

둘째, 비화재 경보가 많은 이유는 기존 화재탐지설비가 선로의 이상 신호를 화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감지기 선로에서 발생한 이상 신호를 화재가 아닌 ‘고장’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비화재 경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능이다.

셋째, 그동안 화재감지기 시스템은 회로 중 일부가 단선되면 후방 구간의 감지기 작동이 모두 멈추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이 장치는 회로 단선 시에도 감지기가 정상작동되도록 하는 ‘자동복구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는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조달청이 주관한 ‘2025년 제3차 혁신제품 스카우터 데모데이’에 합격했다. 현재는 혁신제품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제품 데모데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제품 선발을 위해 전문 심사위원과 국민평가단이 공동 심사하는 제도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수의계약, 조달청 시범 구매, 판로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설비를 철거하거나 재시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 소화전 등에 별도의 모듈만 추가해 화재감지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큰 비용이나 대규모 공사 부담 없이 화재감지기의 불능화와 비정상적 오작동 현상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이 장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서울시 물재생센터 사택 등에 설치돼 있다.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정확한 감지와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비화재 119 출동에 따른 소방력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비정상 요인에 의한 화재감지기 오작동은 소방 안전점검 등으로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일단 오작동이 확인된 감지기는 반드시 찾아내 보수 정비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간 기술적 한계라는 핑계로 화재감지기 소방점검은 부실했고, 비정상적 오작동 원인의 대부분을 방치했다.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가 설치된다면 오작동에 따른 119 출동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김태환 대표는 60% 정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환 자바네트웍스 대표. (사진=황수오 기자)

-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의 핵심 원리와 설치 효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일반 화재감지기에 ‘주소형 칩’을 내장해, 동작 된 감지기 위치를 확인하는 원리입니다. 또 감지기 선로에 양방향 전환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선로 단선 시 중단된 후단 감지기 전체를 자동복구하고 단선 지점과 구간을 알려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화재감지기 오작동 문제는 일반감지기를 아날로그 감지기로 교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현재 설치된 소방회로, 수신기, 감지기 모두 리모델링 수준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막대한 비용과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일이라 실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 비화재 119 출동으로 소방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인데요.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 설치로 비화재 119 출동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기대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오작동 경보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을 점검한 결과, 오작동의 주범은 감지기 선로(회로) 장애임을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감지기 선로 장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회로 장애를 통신 장애로 직접 보여줄 수 있게 했습니다. 감지기 선로 장애 요인을 정비하면 오작동의 60% 이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수시로 소방점검을 통해 화재감지기도 점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안전점검을 통해 회로 장애나 감지기 오작동 원인을 찾아낼 수 없나요?


“현재의 소방점검은 단순히 기기 동작 여부만을 체크하는 방식입니다. 오작동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지금 같은 소방점검만으로는 오작동 원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또 정확한 점검을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세대나 사무실 전수 방문 조사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종로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를 설치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화재감지 시스템에 대략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할 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균열로 인한 누수, 습기 유입, 단자대·선로·배관 부식 등으로 화재감지기가 정상 작동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동안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근본적 원인에 대한 조치 없이 임시방편으로 대충 때운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편법운용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소방시설 관심 부족으로 대부분 건물에서 관리부실 상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 화재감지기 운용제어장치 설치 효과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 있나요?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지하주차장과 파주시의 대방 노블랜드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방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사실상 대다수 국민이 유일하게 의존하고 있는 화재 탐지설비는 일반감지기입니다. 97% 이상의 건물에 설치된 일반감지기가 항상 정상작동되도록, 오작동 현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 보수 정비하도록 적절한 시설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경제 황수오 기자 >

관련태그
김태환 대표  자바네트웍스  화재감지기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