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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식문화에 익숙해지면 결국 사케와 만나요”

사케 전문가 니혼슈코리아 김정한 부장에게 묻다 “사케, 왜 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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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5.10.24 16:45:41

김정한 부장은 “일본의 식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국에는 사케와 만나는 시점이 온다”고 말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소주·맥주는 잘 팔리지 않고 위스키나 와인 인기도 작년만 못하다. 새로운 주종(酒種)도 잠깐 빛 볼 뿐이다. 신기하게도, 일본 술 사케(酒)는 꾸준하다. 수입량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3109톤에서 2022년 4840톤, 2023년 5000톤, 2024년 5684톤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올해는 6000톤을 넘길 태세다.

표면적인 이유는 분명 있다. 우선, 알코올도수가 낮은 편이다. 15~20도로 소주보다 조금 낮거나 높다. 게다가 한국 음식과도 비교적 잘 어울린다. 일본 여행이 잦아지면서 현지에서 접한 음식과 술에 익숙해진 이유도 크다. 편의점의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으로 사케 구매가 편리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케 수입업체 니혼슈코리아는 사케 마니아라면 익히 아는 상호다. ‘닷사이(獺祭)’를 모를 리 없고, 쿠보타(久保田)를 안 마셔봤을 리 없으니. 이곳 마케팅부 김정한 부장은 사케 전문가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만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 전 피규어 업체를 운영했다. 그때 사케에 푹 빠졌다. 틈나는 대로 일본을 다니며 사케를 사 마셨다. 그러니 공부도 하게 됐다. 15년 전엔 사케 책도 냈다. 지금은 품절이어서 살 수도 없다. 그랬던 사케광(狂)은 니혼슈코리아로 오면서 ‘덕업일치(취미와 일이 일치된다는 뜻)’를 이뤘다.

- 지난해 사케 수입량이 5600t을 훌쩍 넘었어요. 올해는 6000t을 넘길 거란 전망도 있고요. 다른 술들에 비해 인기가 꾸준한 편입니다. 확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아요. 어떤 이유일까요.
“정확하게 무엇 때문이다, 이렇게 딱 집어서 얘기할 순 없어요. 근데 한 가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MZ세대의 발신력(메시지 전달 능력)이 좋아요. 이들은 일본을 종종 경험하잖아요. 요새 이런 사케가 뜬다더라 하는 내용이 돌면 많이들 사요. 하이볼이 붐이었을 때 이들이 ‘가쿠빈’(角瓶·산토리 위스키)을 사 왔어요. 이제 하이볼이 시들해지니 ‘닷사이’를 사 와요.”

- 닷사이는 유행 탄 지 좀 됐잖아요.
“오래됐죠. 저희 시스템이 크게 두 파트예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온라인은 B2B(기업 간 거래)죠. 오프라인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고요. 사실 오프라인 비중이 25~30% 정도밖에 안 됐어요. 음식점·주점에서 사케 한 병 사 마시기는 좀 부담되잖아요. 그래도 마셔는 보고 싶은 층이 이쪽으로 유입됐어요. 예를 들어 ‘닷사이45’ 제품은 업소에서 마시면 아무리 싸도 10만원대예요. 비싼 곳 가면 12만원대고요. 근데 이게 B2C로 구매하면 얘긴 달라져요. 웬만한 보틀숍에는 다 들어가 있으니 그걸 반값 정도에 살 수 있어요.”

 

김정한 부장은 주류 스마트오더로 사케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시장에서 비중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사진=김응구 기자


-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긴 하죠.
“두 명이 업소에서 사케 한 병 시키고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음식 하나 주문하면 15~16만원 정도 나온단 말이에요. 근데 보틀숍에서 사케 하나 사고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 먹으면 훨씬 싸게 먹을 수 있죠. 이제 사케를 접하는 신이 업소에서 가정으로 옮겨가는 그런 상황인 거예요.”

- 확실히 구매 루트가 다양해지긴 했어요.
“우리나라는 주류의 통신판매가 안 되잖아요. 이를 우회해서 사는 방법이 스마트오더죠. 집 앞에 편의점 하나씩은 다 있잖아요. 사케의 접근성이 좀 더 높아진 거예요. 한 마디로 업소에서 먹으면 비싸서 부담스러운데 스마트오더를 이용하면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시장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는 거죠.”

- 선택지가 점점 많아져요.
“확실히 그렇죠. 사실 저희가 봤을 때 사케 판 자체는 엄청나게 커지진 않았어요. 근데 사케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이 쓰고 있어요. 앞서 말한 스마트오더라든지 나가서 사 온다든지 해서 고급 사케, 비싼 사케를 접하는 허들이 낮아진 거죠. 이런 부분이 좀 크다고 보고 있어요. 저희 실적으로 봤을 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보통 7대 3으로 보는데, 오프라인이 거의 4.5~5.5까지 올라갔어요.”

- 몇 개월 새 이렇게 된 건가요?
“지난해 중반부터 이런 조짐이 보이다 지금 이 정도까지 왔어요. 작년에는 이렇게 바뀌는 흐름이 좀 느렸는데 올해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었어요. 시장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거죠.”

- 위스키도 이러진 않았는데 말이죠.
“지금 ‘발베니 12년’은 흔하죠. 몇 년 전만 해도 오픈런하고 그랬잖아요. 시장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니까 사람들이 우~ 하고 몰리는 거예요.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발베니 12년’, ‘글렌피딕 12년’, ‘맥켈란 12년’ 이게 스타트예요. 30년은 사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죠. 사케는 10만원 정도면 오프라인에서 꽤 괜찮은 걸 살 수 있어요. 쉽게 말해 고급 허들이 위스키보다 크게 낮아요. 물론 30~50만원짜리도 있죠. 하지만 10만원 정도여도 충분히 고급이에요. 위스키는 12년을 마시다 보면 15년이 궁금해지고, 21년이나 30년, 40년도 가보고 싶죠. 하지만 내 경제적 여유는 한계가 있어요. 소수의 사람만 위쪽으로 올라가고 더는 점프가 안 돼요. 결국, 그러다 포기하게 되죠.”

- 사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죠?
“물론 100만원짜리 사케도 있어요. 우리 회사도 두세 종류는 있어요. 저희 아이템이 약 300개 정도 되는데 그런 건 10개도 안 돼요. 대개 3만원에서 10만원대예요. 사케 최고 등급인 준마이 다이긴조(純米 大吟醸)여도 스마트오더로 3만원에 살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가격 자체가 많이 평준화돼 있어요.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사케의 가장 큰 장점이죠. 와인이나 위스키 마시던 사람이 사케로 많이 와요. 왜냐면 와인과 위스키는 끝이 없거든요. ‘로마네콩티’ 같은 건 일반인이 쉽게 못 마셔요. 사케는 내 월급이 300만원인데 무슨 수가 있어도 그중 200만원은 쓰겠다고 한다면 사케의 끝까진 갈 수 있어요.”

- 가격적인 면에서 보면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또 하나. 사케는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잖아요. 위스키는 사실 그런 점이 어렵거든요. 복잡한 향미랄지 이런 걸 느끼고 해야 하니 대부분 물 아니면 견과류, 간단한 안주가 전부죠. 와인도 조금 대중화가 되긴 했는데, 그래도 족발이라든지 파전이라든지 이런 음식과의 페어링에 지속성이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두 번은 그렇게 먹고 마셔도 그 이상은 선택에 어려움이 좀 있죠. 사케는 기본적으로 곡주(穀酒)고, 우리나라 막걸리를 조금 고급화시킨 포지션인 거잖아요.”

 

김정한 부장은 사케의 장점으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다는 점을 들었다. 사진=김응구 기자


- 그렇게 시각을 틀어서 보니 그럴 수 있겠어요. 곡주라는 측면이 커요. 우리에게 좀 익숙한 맛이고, 더구나 위스키와 와인이 차지하지 않은 포지션은 사케가 들어가서 채울 수 있겠어요.
“중요한 게 뭐냐면, 우리나라에서 사케는 기본적으로 문화예요. 와인도, 위스키도 그렇지만 사케는 특히 문화적인 측면이 훨씬 강해요. 식문화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죠. 우리가 와인을 마신다고 해서 프랑스 요리와 꼭 함께하진 않잖아요. 지금 서울에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몇 개나 될까요. 많이 없어요. 사케는 기본적으로 일식과 함께하죠. 서울에 일식집·횟집이 몇 개나 되겠어요. 프렌치 레스토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이제 사람들은 ‘양꼬치엔 칭따오’처럼 스시(寿司)엔 사케가 베스트 매칭이라는 걸 알아요. 그러다 보니 일본 음식점이 늘면 늘수록 사케의 수요 역시 늘 수밖에 없어요.”

- 그래서 문화가 무섭다는 얘길 하죠.
“일본의 식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국에는 사케하고 만나는 시점이 와요. 예전의 이자카야(居酒屋)가 모둠 사시미(刺身) 한 판이나 돼지고기숙주볶음이 나오는 게 표준이었다면 지금은 일본의 트렌드를 반영해요. 요새는 대부분 숙성회예요. 숙성을 얼마나 잘 시켰냐, 이런 걸로 소비자에게 어필해요. 개인적으로 트렌드의 동시성이라고 봅니다.”

- 트렌드의 동시성이요?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한국에서도 유행한다는 거죠. 일본을 다녀오는 사람이 꽤 많아서 그래요. 내가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수요가 항상 존재한단 말이에요. 일본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런 문화는 더 발달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 언젠가는 결국 사케와 만난다는 거죠. 한때 오마카세(お任せ·맡김요리)가 유행했잖아요. 거기서 더 나아가면 ‘갓포요리’가 있어요. ‘자를 할(割)’에 ‘삶을 팽(烹)’을 쓰는데, 우리나라에 한정식이 있다면 일정식이 갓포요리예요. 그러니까 약간 격식을 차리 일본식 정찬이죠. 코스가 엄격히 정해져 있어서, 처음엔 여덟 가지 작은 종지에 반찬이 나오고, 이어 국물, 튀김, 찜도 나오는 식이에요. 근데 이 갓포요리는 사케 말곤 곁들이기가 힘들어요. 요리의 정갈함도 그렇지만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해서 엄청 예쁘게 꾸며놓거든요. 그런 걸 사케와 먹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한국에서도 요구하니까 그런 쪽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 한국에선 젊은이들이 사케를 좋게 생각하는 반면, 일본에선 그렇지 않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젊은 층의 사케 소비가 많지 않아요. 인식, 그러니까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않고요.”

-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건 무슨 말이죠?
“일본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사케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식사할 때 반주(飯酒)로 마시는 술이에요. 일본에선 술을 매일 조금씩 마셔요. 저녁 밥상에는 항상 맥주나 사케가 있죠. 매일 마시는데 굳이 비싼 술을 살 순 없는 거예요. 그걸 보고 자란 자식들은 그런 사케가 맛있다거나 좋아 보이진 않아요. 싼 거니까, 너무 클래식하니까요. 그래서 그들에게 사케는 ‘꼰대’가 마시던 맛없는 술 정도로만 기억하는 거예요.”

- 어렸을 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군요.
“그래서 요새 일본 사케들이 패키지 같은 걸 계속 바꿔요.”

김정한 부장은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는 사케 세 병을 들고 왔다. 그중 하나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병 모양이어서 눈에 확 띄었다.

 

김정한 부장이 최근 일본에서 인기인 사케(가운데와 오른쪽)를 소개했다. 라벨과 병 디자인이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 누가 봐도 와인 병 모양인데,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죠?
“그렇죠. 젊은 친구들 한번 마셔보라고. 와인에 가지고 있는 좋은 이미지를 빌려 쓰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네 머릿속에 있는 노티 나는 사케 이미지를 버리고 이거 한번 마셔봐’라고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병에 숫자 9와 0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그 가운데 9와 0을 나누는 슬러시(/)도 있어, 퍼센트(%)처럼 보인다. 대충 짐작하기로 정미율(精米率) 90%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근데, 정미율이 낮을수록 좋은 사케 아니던가.

- 굉장히 직관적이긴 해도 이렇게 크게 표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을 많이 깎으면 좋잖아요. 근데 최근 들어 쌀을 깎고 난 다음의 그 찌꺼기 처리 문제로 말이 많아요. 환경 때문이죠. 일부는 과자 공장으로, 가축에게로 가고 맛술용으로 쓰이긴 하는데, 그러고서도 너무 많이 남아 나중에는 다 버려요. 그래서 요새 트렌드가 누가 덜 깎고 더 맛있게 만드냐, 이거예요. 그러니 저 사케는 10%만 쌀을 깎아 (찌꺼기를 덜 버리니) 자연을 보호한다, 이걸 이미지화해서 라벨에 표기해놓은 거예요.”

-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죠. 일본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젊은 층을 사케의 세계로 들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라벨을 그렇게 바꾼다든지, 맛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약간 새콤달콤하다든지 살짝 탄산감이 느껴지도록요.”

 

김정한 부장은 사케 초보자라면 판매가 3만원 전후의 준마이(純米)급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 국내에서의 사케 인기, 당분간 이어질 거라 보세요?
“일단 유행이라는 그런 카테고리에선 벗어 낫다고 봐요. 이미 정착했어요. 이제 사케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좀 봐야죠.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선호하는 사케 맛이 있는데, 그런 타입들로만 시장이 채워질지, 아니면 조금 생소한 타입이 나올지 두고 봐야죠.”

- 제가 사케 입문자예요. 어떤 걸 추천해주고 싶나요.
“사케의 종류와 향미는 매우 다양해요. 이것에 흥미가 생겼다면, 일단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초보자라면 아무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죠. 집 근처 마트나, 수입사 직영점, 보틀숍 아니면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으로 판매가 3만원 전후의 ‘준마이(純米)’급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 등급 이하에서도 맛있는 건 있지만, 그게 실패 확률이 가장 낮아요. 처음 접하는 사케의 인상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하고요. 처음 한 병이 기준이 되는데 그 맛을 잘 기억해뒀다가 판매 직원 추천이나 (온라인 등) 제품 정보를 참고해서 다음 사케를 고르다 보면 본인의 취향이 생깁니다.”

- 마리아주(음식과의 조화)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죠.
“그건 어렵지 않아요. 사케는 기본적으로 드라이와 스위트 타입으로 나누는데, 국내에 들어온 건 대부분 극단적으로 드라이하거나 단맛을 보여주진 않아요. 그러니 사케의 무게감으로 구분하는 게 좋아요. 입에 머금었을 때 가볍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면 역시 가벼운 음식, 그러니까 생선회 같은 메뉴와 곁들이면 좋죠. 묵직하면서 풍미가 강한 건 간장 등으로 맛을 낸 요리나 육류와 곁들이면 되죠. 사케는 기본적으로 매운맛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유행하는 새콤달콤한 타입이라면 떡볶이와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마케팅부니 영업이 중요 업무일 테다. 말하는데, 이해가 쉽다. 그걸 넘어 마시고 싶어진다. 알고 마시니 기분도 좋다. 점점 사케가 재밌어졌다. 이렇게 사케광(狂)이 또 하나 늘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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