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0.24 18:49:53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싱가포르미술관(SAM, 싱가포르), 퀸즐랜드주립미술관(QAGOMA, 호주)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 《The Living Room》을 지난 9월 12일에 개최하였고, 이 전시는 2026년 7월 19일까지 싱가포르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3년 아시아 태평양, 2024년 중동 및 중앙아시아, 2025년 동유럽 지역을 국제교류 권역으로 설정하고 여러 규모와 성격의 해외 기관들과 협력하여 다채로운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협력 범위는 전시뿐만 아니라 공동 연구와 기관교류, 출판 등을 아우른다. 단년의 협력이 아닌 세계 각지의 대표 미술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화를 통해 세계를 연결하고, 한국 미술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시작된 세 기관(서울시립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퀸즐랜드주립미술관)의 소장품 기반 협력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2023.12.7.~2024.3.3.)의 후속 전시이다. 세 기관은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을 활용하여 각각의 장소에서 독립적인 전시를 기획해 공개하였다.
싱가포르미술관이 기획한《The Living Room》은 미술관이 ‘퍼포먼스’의 사후(afterlife)를 어떻게 수집하고, 돌보고, 다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루는 전시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공유 가능한 기억과 흔적의 형식을 탐구한다.
전시는 ‘거실(living room)’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착안했다. 거실은 사적이면서도 공유되는 공간으로, 폐쇄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가진 변화하는 장소다. 이러한 공간의 개념을 전시장에 적용하여, 전시가 어떻게 ‘살아 있는(live)’ 상태로 지속될 수 있을지를 실험한다.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으로 머무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활성화되는 흔적이 된다.
전시 기간 중 일부 작업은 예고없이 ‘활성화(activation)’되며, 관람객은 이를 통해 전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전시는 퍼포먼스의 이후를 다양한 형식으로 다룬다. 작가들의 임시적 행위, 관객 참여를 통한 교환, 실현되지 않은 제안서, 그리고 아카이브와 작품 경계에 놓인 단편들이 전시장 안에서 유동적으로 배치되고 전개된다. 일부 작업은 전시 기간 중 변하거나, 예고된 또는 즉흥적인 ‘활성화(activation)’를 통해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살아난다. 관람객은 완결된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성 중인 ‘장면’에 머무르고, 다시 돌아와 다른 시간의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The Living Room》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지속적으로 모색해 온 소장품 활용 가능성의 확장과 국제 협력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2023년 시작된 서울시립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퀸즐랜드주립미술관의 협력은 공유재인 소장품을 중심에 두고 동시대 미술관의 가치를 재고하며, 다른 문화와 언어 감각을 넘어선 공통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경험과 가치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은 총 3점이며 이건용 <장소의 논리> (1975 퍼포먼스, 2019 프린트), 임동식 <올라가>(2019-2020)와 관련한 미술아카이브 소장자료, 김가람 <제 2회 필름베아크슈타트 아시아문화시리즈: 아젠타 헤어살롱, 2016 뒤셀도르프 프로젝트> (2016)가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오프닝 주간에는 2023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브라이언 푸아타(Brian Fuata)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이잠 라만(Ezzam Rahman)의 퍼포먼스 재상연을 비롯하여, 기획자들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2026년 1월 싱가포르 아트 위크를 맞이하여, 김가람 작가와 남화연 작가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퍼포먼스는 본질적으로 기록하기 어렵고 소유할 수 없는 예술 형식”이라며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전시하는 기존 제도적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미술관이 비가시적 실천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두 기관과 함께 교류하며 얻은 성과들을 환류해나갈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들을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이며 한국동시대미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