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0.27 15:39:16
예술의전당은 오는 11월 26일(수)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백주영 & 피닌 콜린스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2025 예술의전당 앙상블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자 국내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한자리에서 연주해 낭만주의 실내악의 깊이와 감정의 스펙트럼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다.
브람스의 음악적 절정기(1878~1888)에 작곡된 세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의 내면과 낭만주의 정신을 집약한 걸작으로 꼽힌다. 첫 곡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장조 Op.78'은 일명 ‘비의 소나타’로, 가곡 〈비의 노래〉 선율을 인용해 비 오는 날의 고요와 사색을 담았다. 섬세한 균형감과 서정적인 선율로 브람스의 내면적 고백과 따뜻한 휴식의 순간을 느껴 볼 수 있다.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A장조 Op.100'은 스위스의 툰 호수에서 완성돼 ‘툰 소나타’로 불리며, 여름 햇살 같은 온기와 부드러운 노래성이 돋보인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아래에 스며든 쓸쓸한 정조가 사랑과 회상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작품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d단조 Op.108'은 유일한 단조 작품으로, 네 악장에 걸쳐 긴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브람스 예술의 정점이다. 우울·고독·고뇌의 감정을 지나 격정적인 론도 피날레로 폭발하는 에너지는 작곡가의 투쟁과 인간적 열정을 집약한다. 세 작품을 한 무대에서 감상하는 이번 공연은 브람스의 일생을 따라가는 감정의 여정이자, 낭만주의 실내악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시벨리우스·파가니니·퀸 엘리자베스 등 세계 주요 콩쿠르 입상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으며, 펜데레츠키로부터 “안네 소피 무터를 이을 바이올린의 여제”라는 극찬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이후, 세계 최초 ‘바흐와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하루 완주’, 한국인 최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음반’(2020) 발매로 주목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도 섬세하면서도 내면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 리드로 브람스의 세계를 이끌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는 1999년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로 주목받은 이후 런던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왔다. 특히 슈만 음반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며 예술성과 완성도를 입증했다. 현재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브람스 특유의 중후함에 섬세한 감성과 유럽적 색채를 더해 이번 무대의 깊이를 확장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