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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의 대서사시, 한국 연극 새로운 역사의 탄생...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무대에 새긴 기록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역사적 무대 맞아 1천석 대극장 입성... 누적 3만 6천 관객, 93%의 객석점유율! 10년의 여정이 쌓아 올린 기록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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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10.28 16:11:52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의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연극의 새 역사를 쓴다. 오는 11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10주년이라는 기록의 무대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그 막을 올린다.

평균 객석점유율 93% 기록, 누적 관객 수 3만 6천 명 돌파. 매 시즌 연이은 매진과 기립의 신화를 이끌어 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한국 연극사에 다시 한번 기록적인 궤적을 새긴다. 이번 일곱 번째 시즌에 10주년을 맞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1천석 대극장에 입성하며 그 역사적, 상징적 의미를 한층 더 공고히 한 공연으로 한국 연극의 가능성을 증명할 예정이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10주년 장막을 걷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1,200석 규모의 프로시니엄 극장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공연이 아니면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대형 무대다. 매 시즌 국립극단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티켓팅 열기를 보여주는 ‘조씨고아 팬덤’은 이미 개막 전 총 좌석 수량의 3분의 2석 가량을 선점하며 대극장 입성을 진두지휘할 준비를 마쳤다.

연극의 원전인 서양에 비해 한국 연극계에서 창작극이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 관객과 10년의 호흡을 이어오는 일은 좀처럼 흔치 않다.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걸어온 10년의 길은 관객과 함께 벌인 한 날의 놀이판, 한시의 꿈과 같았다.

2015년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 4대 비극 『조씨고아』(원작 기군상)를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하여 첫 무대에 오른 작품은, 초연 이후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한국 연극계에서 ‘믿고 보는 공연’으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원작의 출현지인 중국으로 진출하여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으며 ‘한류 입힌 공연 역수출’의 시초를 만들기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공연 중단을 겪기도 했으나, 관객 대상 설문조사 등에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의 자리는 단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는 고전의 가치에 있다. 복수의 대의, 권력의 폭주, 반복되는 응징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그리고 분열로 얼룩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복수와 화해 사이에서 결단하거나 갈등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히 드러내고 입체적으로 재탄생시킨 고선웅의 각색은 가히 시대 저편의 서사를 지금, 여기 관객의 삶과 연결 지어 성찰하도록 이끈다. 현대의 개인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과제들이 고전 텍스트의 힘을 빌려 오늘의 무대 위에 풀어지는 방식이다.

장쾌한 서사, 무게감 있는 인간 내면의 묘사 등 극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휴머니즘을 담은 단순하고 간결한 극의 정서 역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시대를 관통하여 여전히 객석을 웃고 울리는 이유다. 권선징악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루지만 고선웅 연출 특유의 해학과 미감을 입힌 극은 별양하게 완성된다.

극은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한 정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었던 시골 의사 정영은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 정발로 키우고, 정영을 자기 편이라 믿는 도안고는 정발을 양아들로 삼는다. 정영은 장성한 정발에게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한다.

극이 전개되는 동안 평범한 인물이 신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통해 대의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본성과 내적 충돌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작품은 중국 희곡의 원작을 살리면서도 인물의 감정선 위에 관객을 단단히 올려 매어 깊게 공감시키는 방법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도덕의 의미를 묻는 솜씨를 더한다. 복수의 허무함과 삶의 비극성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희극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해 관객을 풀어놓다가도 비극의 소용돌이를 몰아치는 등 연극적 리듬의 묘미 역시 상당하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독특하고 무모한 무대 연출 또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강한 상징성을 필두로 복잡한 장치 대신 텅 빈 무대가 자리한다. 몇 개의 대·소도구와 조명의 빛과 그림자 대비로만 만들어지는 극의 긴장감은 칼로 베는 듯한 비극적 정서와 인물의 감정선에 관객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짙은 여운을 남긴다. 한지, 천 등 한국적 질감을 살려 제작된 의상과 소품은 이러한 시각적 절제 속에서도 강한 정서적 잔향을 남기는 한국적 미학의 힘을 톡톡히 보여준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명불허전한 연기 역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초다. 하성광(정영役), 장두이(도안고役), 이형훈(조씨고아役) 등 초연부터 빠짐없이 함께하여 10주년의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혼연일체 캐릭터 체화와 완벽한 케미스트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온전한 극 중 몰입 상태를 선사한다. 올해는 이호재 배우가 영공 역(役)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1963년 데뷔해 무대 경력만 62년 차에 접어든 원로 배우의 합류는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가 그 자체로 무대에 분신하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맞이하는 10주년의 기념비적 순간을 더욱 뜻깊게 채울 예정이다.

 

고선웅 연출은 “10주년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관객 앞에 익숙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롭게 읽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출연진들과 창작진들이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그간에 연출, 무대 경험, 기술적 진화 모두를 참작하여 완성도 높은 결정판을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전작의 정서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연극적 감각과 접근을 덧붙이고, 그로 말미암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10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20년, 30년, 100년까지도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는 작품임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내달 21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매 시즌 N차 관람 등으로 꾸준히 발길을 이어준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10주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유료 티켓 예매자를 대상으로 전 회차 진행되며, 매 회차별 관객 200분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기념할 만한 공연 굿즈를 선물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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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박정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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