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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허윤희 개인전 ‘허윤희: 가득찬 빔’

‘물의 평화’ 목탄 퍼포먼스, ‘빙하와 도시’, ‘개가시나무는 살아있다’ 등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등 신작 포함 240여 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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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10.28 17:36:01

전시 전경. 사진=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관장 노중기)은 오는 11월 4일(화)부터 2026년 2월 22일(일)까지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허윤희: 가득찬 빔’을 개최한다.

‘이인성미술상’은 대구 출신의 천재 화가로 불리며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인성 화백(1912~1950)의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대구시가 1999년에 제정한 상이다.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이 운영하고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패, 그리고 이듬해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제25회 수상자인 허윤희(1968년생)는 인간 존재의 근원과 자연의 순환을 탐구하며, 실존적 사유와 생태적 감각을 결합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미술관 2·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등 약 2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지난 30여 년간의 예술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전경. 사진=대구미술관

허윤희는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을 주 매체로 삼아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회화적 수행을 이어왔다. 그녀에게 회화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살아내기의 행위이며, 흔적은 곧 존재의 증거이다. 사라짐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의 또 다른 이름으로, 그녀의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 표현보다 존재의 지속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 〈존재의 증명- 실존의 시작〉은 독일 유학 시절(1995~2004)의 작업을 중심으로, 고립과 언어의 단절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예술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시기를 다룬다. 책, 정원, 여행, 기억과 같은 상징적 모티프를 통해 내면과 세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사유한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그녀의 예술 세계의 기초를 이룬다.

이와 함께 2001년 남프랑스에서 제작된 대표작 ‘관집’이 새롭게 재구성되어 선보인다. ‘관집’은 “하루가 인생이라면 아침은 탄생, 밤은 죽음”이라는 작가의 사유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집과 관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연속의 선상에 있음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실제로 작품 내부에 들어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몰입적 형태로 구성하여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삶의 본질을 자각하게 하는 특별한 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두 번째 장 〈몸과 시간의 흔적- 목탄 벽화〉에서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그려낸 대형 목탄 드로잉 벽화가 전시된다. 이 대형 벽화는 긴 막대기에 목탄을 묶어 온몸의 리듬으로 그려내는 수행적 행위로, 완성된 그림은 다시 지워진다. 지우기는 상실이 아닌 존재의 또 다른 지속이며, 이는 시간과 신체의 흔적을 통해 삶의 유한성과 무상의 깨달음을 드러낸다.

전시 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신작 벽화 ‘물의 평화’는 개막 첫날인 11월 4일 오후 2시, 대구미술관 2층 선큰가든에서 목탄 퍼포먼스 드로잉의 형식으로 공개하여 관람객들은 허윤희의 신체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드로잉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장 〈생태적 실존- 사라짐과 치유〉는 작가가 실존의 문제의식에서 생태적 사유로 확장해 온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귀국 이후 재난, 환경 파괴, 멸종 위기 등 현대 사회의 생태 현실을 마주하며,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일깨운다. 그의 회화와 드로잉은 일상의 관찰과 자연의 시간이 교차하는 일기처럼 전개되며,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애도와 회복의 감각을 함께 담아낸다. 특히 대구의 지역성과 생태적 실존의 사유를 결합한 신작 ‘빙하와 도시’도 함께 전시되어 도시와 자연의 공존, 그리고 생명의 위기를 함께 사유하게 한다.

전시 제목 ‘가득찬 빔’은 작가가 직접 쓴 동명의 시와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채움과 비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함축하는 이 말은 허윤희 예술의 본질을 대변하며, 사라짐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태도를 드러낸다.

허윤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번 전시는 제가 지난 30여 년간 걸어온 삶의 궤적과도 같습니다. 사라짐과 비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순환하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흐름을 그리며, 인간과 자연이 서로 닿는 지점을 바라보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김정윤 학예연구사는 “허윤희의 작업은 사라짐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비움 속에 깃든 생명과 회복의 가능성을 조용히 마주하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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