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11.07 17:16:04
반도체 식각(Etching) 공정용 실리콘(Si) 파츠 전문 기업 씨엠티엑스(CMTX, 대표이사 박성훈·박종화)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인 6만500원으로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국내외 2,423개 기관이 참여했다. 총 신청 주식 수는 567,139,800주, 단순 경쟁률은 756.19대 1을 기록했다.
공모금액은 약 605억 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5,61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체 참여 물량의 99.9%(가격 미제시 포함)가 밴드 상단인 6만5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씨엠티엑스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와 신뢰를 입증했다.
씨엠티엑스는 반도체 전공정 중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소모성 실리콘 파츠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웨이퍼의 미세 회로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플라즈마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링·전극 등을 공급한다.
“모래에서 칩까지” 씨엠티엑스, 식각용 실리콘 핵심소재 내재화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밀한 소재와 공정이 있다.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작은 소자(素子)부터 고순도 실리콘, 그리고 이를 깎고 새기는 식각(Etching) 기술까지, 하나의 칩이 완성되기까지는 복잡한 기술의 층위가 이어진다. 회사는 이같은 반도체 전공정 과정에서 필수적인 주요 소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TSMC 등의 글로벌 반도체 FAB들과의 직접 거래 관계를 구축하며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의 시작은 모래 속 규소에서 출발한다. 이 규소를 고순도로 정제하면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순수 실리콘이 되며, 이를 녹여 만든 원통형 결정체가 잉곳(Ingot)이다. 잉곳을 얇게 절단한 웨이퍼(Wafer)는 반도체 회로의 기판으로 사용되며, 그 위에 수십억 개의 회로가 새겨진다.
이 회로를 형성하는 핵심 공정이 바로 식각(Etching)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회로를 정밀하게 남기는 과정으로, 특히 플라즈마를 이용한 건식식각(Dry Etching)이 일반화되었다.
이 같은 반도체 전공전 과정 속에서 회사는 '주력 제품 경쟁력 강화, Si 무한 재생(Recycle) 기술 상용화, 차세대 실리콘 기반 신소재 개발'을 핵심 축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2013년 설립 이후 세라믹·사파이어 부품에서 실리콘 파츠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자회사 셀릭(CELIC)을 통해 단결정·다결정 실리콘 잉곳을 직접 생산하는 통합 제조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품질 일관성을 확보했으며, 연간 2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소재 내재화를 완성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비사를 거치지 않고 FAB(반도체 제조사)과 직접 거래하는 애프터마켓(After Market) 구조가 확산되고 있는데, 회사는 이같은 변화 속에서 성장 기회를 선점했다.
비포마켓(Before Market) 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가 장비를 처음 납품할 때, 장비에 최초로 장착되는 소모성 부품을 함께 공급하는 시장을 말한다. 장비가 공장에 들어가기 전 장비 제조사가 직접 모든 부품을 끼워서 완제품 형태로 공급하는 구조다. 이 시장은 장비 제조사가 부품 공급과 품질 관리까지 독점적으로 담당하는 체계로, 장비의 성능 보증과 신뢰성이 중시된다.
반면 애프터마켓(After Market) 은 장비가 실제로 가동된 이후를 무대로 한다. 장비 제조사가 아닌 부품 전문기업이 반도체 제조기업(팹)에 직접 교체용 부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즉, 장비 제작사를 거치지 않고, 부품 생산업체가 자체 기술력과 인증을 바탕으로 장비 유지·보수용 부품을 직접 납품하는 구조다.
이 시장이 부상한 이유는 비용 절감과 공급 안정성 확보 때문이다. 장비 제조사를 거칠 경우 부품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부품 전문기업이 직접 납품하면 가격 경쟁력과 납기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장비 제조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라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애프터마켓 부품 인증 제도를 강화하며,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외 부품 기업들에게 직접 공급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씨엠티엑스는 애프터마켓이 확산되는 변화에 선제 대응해 전 공정 수직계열화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고객사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협의 시스템을 운영해 글로벌 FAB의 신뢰를 얻었다.
현재 씨엠티엑스는 국내 S사를 비롯해 TSMC, Micron, Kioxia 등 글로벌 주요 FAB과 협력하며 전 세계 20개 이상의 선단공정 고객망을 확보했다. 특히 TSMC의 1차 협력사로 공식 등록된 국내 유일 기업으로, 3nm~2nm 공정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기술력과 신뢰성의 결과이자 장기 성장 기반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2024년 매출 1,087억 원, 영업이익 236억 원(영업이익률 21.7%)을 기록하며 전년(매출 702억 원, 영업이익 29억 원, 영업이익률 4.1%)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25년 상반기에는 매출 773억 원, 영업이익 263억 원(영업이익률 34.0%)으로 고수익 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142%를 기록했다.
기술·소재·ESG 삼각축으로 IPO 시동
씨엠티엑스는 기술·소재·ESG를 축으로 한 3대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먼저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요 대형 FAB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DRAM 등 핵심 공정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공정별 맞춤 대응 체계를 강화해 제품 신뢰도와 공급 안정성을 높여왔다. 이를 토대로 공정 미세화 및 소재 고도화가 가속되는 환경 속에서 국내 FAB 내 공급 점유율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TSMC·Micron·Kioxia 등 글로벌 주요 FAB과의 거래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지역별 전략 고객군을 다변화해 해외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 나갈 방침이다.
두 번째 축은 세계 최초 실리콘(Si) 폐파츠 리사이클링 기술의 상용화다. 기존 재활용 방식은 순도와 회수율의 한계로 상용화에 제약이 있었지만, 씨엠티엑스는 자체 개발한 고순도 실리콘 잉곳 재생 기술과 정밀 세정 공정을 결합해 신품과 동등한 품질의 부품을 무한히 재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소재비 절감과 함께 연간 1.3억 원 규모의 탄소배출권 창출이 가능한 친환경 생산 모델을 완성했으며, 현재 Micron의 Qual Test를 통과하고 국내 대형 FAB과의 공동 공정 평가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씨엠티엑스는 차세대 신소재 사업화를 통한 성장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식각용 Si 파츠를 넘어 단결정 SiC, 특수 Silicon, 대구경 Silicon 등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 효율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고객 공정별 요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되고 있다. 나아가, 웨이퍼 제조 및 특성별 가공 기술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장기적으로 ‘Total Si Solution Provider’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회사는 상장으로 확보된 자금으로 경상북도 구미에 제2공장(M Campus)을 신설해 생산능력을 2023년 대비 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총 부지 약 1만5천평 규모의 M Campus는 글로벌 FAB의 수요 증가에 대응할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설비 고도화와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해 선단공정 대응 제품의 양산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박성훈 대표이사는 “전 공정 수직계열화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은 씨엠티엑스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이라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주요 FAB과의 협력 확대, 기술 고도화, 생산 인프라 강화에 속도를 높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신뢰받는 핵심 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확약 수요가 집중되며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배정 물량 기준 확약 비율은 71.8%, 기관 참여 기준 78.2%로 최근 IPO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의무보유확약 확대와 수요예측 자격 강화 등 제도 개선으로 확약 확보가 어려워진 환경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3개월 이상 장기 확약 비중이 51%를 넘어 단기 차익 목적이 아닌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높은 확약 비율에 따라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은 약 26% 수준으로 낮아져 초기 수급 안정성이 확보됐다.
또한 기관 참여 기준 확약 비율은 78.7%에 달해 직전 최고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기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기록한 수치를 넘어선 성과로 TSMC 1차 협력사 선정, 글로벌 주요 FAB 확대 가시성, 검증된 수익성과 기술력에 대한 시장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씨엠티엑스는 총 100만 주를 신주로 공모하며, 공모가는 6만500원이다. 일반 청약은 11월 10~11일 진행된다. 상장일은 11월 20일로 예정돼 있으며,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