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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색화’ 주자 문수만, 갤러리작서 초대전 열어

‘겨울의 빛깔’전서 한국적 모노크롬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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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11.27 11:46:30

문수만, ‘클라우드(Cloud)-2361’.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x91cm(50호). 2025. 사진=갤러리작

갤러리작(대표 권정화)이 다음달 3일부터 20일까지 문수만 작가의 개인전 ‘겨울의 빛깔: Colors of Winter’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작이 제안하는 새로운 회화 흐름, ‘신단색화(新單色畵, Neo-Dansaekhwa)’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로, 단색화의 절제된 화면 위에 색과 결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한국적 모노크롬을 보여준다.

문수만은 공학도 출신의 치밀한 분석력과 직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닌 작가다. 그의 핵심 재료인 쌀알은 자연의 입자를 넘어, AI(인공지능)·빅데이터의 데이터셋을 닮은 현대적 ‘곳간’의 구조를 상징한다.

신석기 혁명의 매개였던 쌀이 오늘날 정보혁명 시대의 단위로 치환되며, 물질과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추상이 형성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클라우드(Cloud)’ 시리즈는 이러한 흐름을 집약한다.

문수만, ‘클라우드(Cloud)-1243’.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x130cm(120호). 2023. 사진=갤러리작

화면은 단일 색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쌀알의 반복과 미세한 차이가 결을 만들고 그 결이 다시 색면을 만든다. 멀리서는 하나의 색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각기 다른 표정의 쌀알, 보이지 않던 색띠, 층위의 결이 드러난다. 조선 회화의 여백과 기운이 지닌 감각에 공학적 논리가 더해지며, 절제된 단색 속에서도 다층적 움직임이 살아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수평 구도를 따라 전개된다. 원형 구도로 무한의 중심을 그려냈던 이전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화면의 바깥으로 조용히 확장되는 수평선이 시간·공간·서사를 동시에 품는다. 화려한 묘사 없이도 색의 흐름만으로 하늘·바다·지평선 같은 풍경의 징후가 감지되고, 색면 사이의 부드러운 연결이 사건의 여명처럼 읽힌다.

쌀이라는 형태소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쌀은 오랫동안 가치·노동·에너지의 단위였고, 화폐의 역할을 해왔다. 문수만은 이 물질적 단위를 디지털 정보의 단위와 나란히 배치하며, 예술작품이 재화의 성격을 지니는 동시대적 조건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반복된 배열이 또 하나의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가 다시 색면으로 전환되는 구조는, 그의 작업을 ‘K-아트코인’이라는 비유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문수만, ‘클라우드(Cloud)-2355’.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x91cm(50호). 2025. 사진=갤러리작

문수만의 화면에는 개인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작업실 한편의 은박지 자화상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떠올리게 하며, 반복된 노동 속에서도 자유를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임진각 인근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새벽빛과 저녁빛에 의지해 버텨냈던 감각은 색면의 완만한 이동과 추상의 미세한 일렁임으로 되살아나며, 공학적 집중과 예술적 몰입이 만나는 감정의 축을 형성한다. 오랫동안 공학도로 살아온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미술의 손을 잡았고, 이 전환의 순간이 작품의 밀도와 에너지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문수만의 화면은 결국 한 가지 구조로 수렴한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입자가 서로 결을 이루며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작은 티끌 속에도 우주가 있다는 동양적 감각과 데이터가 무한히 축적되는 디지털 시대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신단색화는 그 두 세계를 오늘의 시각 언어로 다시 정리한 시도다.

갤러리작 권정화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문수만 작가의 작업은 한국적 모노크롬의 전통을 잇되, 디지털 시대의 감각을 스스로 흡수하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낸다. 쌀알로 구축한 화면은 물질의 무게를 품고 있으면서도 데이터처럼 확장되고, 신단색화라는 흐름이 지금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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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작  권정화  문수만  전시  단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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