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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앞둔 IMA…8조 종투사 시대 개막,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의 분수령 될까

IMA 인가가 촉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모험자본 공급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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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12.05 17:46:30

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산업위원회 제44차 전체회의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1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고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인가를 획득하자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바라온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향해 구조적 전환을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순히 대형 증권사가 한 단계 더 커졌다는 의미를 넘어, 고위험·고수익을 감내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역할을 국내 금융 시스템 내부에 정착시키고, 한국 경제 전반의 혁신 속도를 결정할 모험자본 공급 체계를 본격적으로 작동시키는 지점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8조원 종투사, 양적 대형화에서 질적 혁신으로의 이동

 

과거 한국 증권사들이 위탁매매와 단기 트레이딩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 달리, 8조원 종투사는 기업 신용공여, 인수·합병 주선,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구조조정 업무를 보다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도 심화된 기업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8조원은 한국 증권사가 글로벌 IB와 경쟁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초 체력에 해당한다. IB 산업의 본질이 위험을 인수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 및 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는 데 있는 만큼, 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 지분투자나 대규모 인수금융, 그리고 복합 구조화 금융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완충력이 확대되는 기반이 된다.

 

한국투자증권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판 IMA’, 자금 조달 구조 근본적 변화 일으킬까

 

IMA는 8조원 규모의 종투사만이 활용할 수 있는 고유한 조달 수단으로, 만기 시 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준수신 구조를 가지면서도 실적 배당을 허용하는 특징을 지닌다.


IMA는 만기 시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조달된 자금의 상당 부분을 1년 이상 장기 운용해야 하는 제도적 요건이 부과되어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예금성 상품과 유사한 안정성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기업금융·모험자본 시장에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정책형 자금’의 성격을 확보하게 된다. 이 구조는 종투사가 상업은행의 예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안정적이고 저비용의 장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확보된 자금을 기업금융 중심으로 운용하도록 제도적으로 묶는 역할을 수행한다.


IMA 조달액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은, 증권사의 자금 운용 행태를 단기 조달과 단기 운용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성장자본 공급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사실상의 구조 개편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수익모델을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IB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 목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IMA의 핵심 작동 원리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원금지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는 예금 대비 높은 수익을 얻고, 증권사는 장기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확대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수익형 IMA는 Pre-IPO나 메자닌과 같은 성장기업 기반 자산을 포함하는데, 이는 단순한 투자 상품 설계를 넘어 증권사가 기업의 성장 단계에 직접 참여하는 금융사로서의 성격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흔히 ‘한국판 골드만삭스’라고 불리는 IB 중심 구조가 IMA를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셈이다.


모험자본 공급의 본격화는 한국 경제 성장 방식의 재편

 

IMA 및 발행어음 제도 개편의 본질은, 부동산과 단기 재운용 중심으로 고착된 한국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을 혁신기업 중심 구조로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를 반드시 모험자본으로 공급하도록 한 규제는 단순한 유도책이 아니라, 구조적 자금 흐름 전환을 목표로 한 강제적인 조치에 가깝다.


부동산 관련 자산의 운용 한도가 기존 30%에서 10%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증권사는 안정적이지만 단기 수익 위주의 부동산 PF 중심 운용에 편중되었으나, 새로운 규제는 종투사가 보유한 자본을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지분투자 및 성장 금융으로 이동시키도록 설계됐다.


특히 모험자본 투자 실적을 채우기 위해 위험도가 낮은 A등급 회사채나 중견기업 대출에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저위험 투자 비중을 모험자본 실적으로 인정하는 비율을 최대 30%로 제한한 조치는 모험자본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종투사가 확충할 코스닥 전담 리서치 조직은 그동안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인해 기관투자자 참여가 제한되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경향을 보였던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기업이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한 뒤에도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분석 정보가 제공되면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증가하고, 이러한 참여 확대는 결국 기업가치 개선을 동반하게 되며, 기업가치 상승은 다시 투자금 회수의 용이성을 높여 벤처 생태계 전반의 순환 속도를 가속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초대형 종투사는 자본 조달에서 상장, 그리고 상장 이후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의 핵심 연결 고리를 담당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한국판 골드만삭스’로의 전환점 될 것인가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방향성은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구축해온 조달 및 운용 구조를 한국형으로 내재화하는 데 있다.


골드만삭스는 역사적으로 브로커리지보다 기업금융, 인수금융, 기업 인수·지분 투자 등 고위험 고수익 중심의 수익 모델을 통해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상업은행 기능을 강화해 예금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저비용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IMA가 수행하며, 종투사는 IMA를 통해 예금에 가까운 장기 조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운용 측면에서도, 골드만삭스가 기업금융과 자기자본 투자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종투사는 법적으로 IMA 자금의 70%를 기업금융에 배치하고 25%를 모험자본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강한 자본력과 건전성 기준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듯, 한국 역시 종투사를 대상으로 하는 NCR 규제 개편을 통해 여·수신 기능을 반영한 강화된 자본 건전성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의 초대형 IB가 글로벌 수준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M&A와 산업 구조조정, IPO 시장을 주도하며 경제 전체의 자본 배분을 결정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국에서도 8조원 종투사는 벤처기업 발굴과 성장 자본 공급, 그리고 M&A 및 구조조정 중개와 코스닥 시장의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갖추면서, 한국 경제의 혁신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축 역할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경제의 자본 흐름을 혁신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남은 과제는 의식 전환과 리스크 관리 체계의 정착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고 해도 조직 내부의 운용 문화와 보상 체계는 여전히 단기 수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한국 증권사가 수십 년간 PF 중심의 단기 이익 구조에 최적화되어 있었던 만큼, 이를 장기 성장자본 투자 중심의 구조로 자연스럽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현황을 분기 단위로 점검하고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며 이러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IMA는 예금과 유사한 원금 지급 의무를 갖고 있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종투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상품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고유재산 5% 시딩 투자 의무와 손실 충당금 추가 적립 규제는 종투사가 고객보다 먼저 손실을 부담하도록 설계된 안전장치이며, 향후 추진될 강화된 NCR 규제 개편은 이러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형식적 수준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교화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IMA 인가는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IB 육성과 경제 구조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역사적 출발점이다. 8조원 종투사는 단순히 규모가 큰 금융회사를 넘어, 혁신적인 기업과 모험자본을 연결하는 핵심 동맥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본질에 입각한 사업 운용 전략이 향후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성장성을 가르는 주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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