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 우리 경제의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며, 2026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올 3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는데, 이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세계 26개 주요국 중 3위(1.166%)라는 높은 순위로, 특히 중국(1.1%)을 3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앞섰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올해 1분기 –0.2% 역성장으로 세계 37개국 중 34위까지 추락했던 한국 경제가 불과 반년 만에 ‘상저하고’의 전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른 기관들도 잇따라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무라증권은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2.3%로 0.4%p나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KDI·IMF(1.8%), 한국금융연구원(2.1%), OECD(2.2%)를 모두 웃도는 수치이자, 한국은행이 8월에 제시했던 1.6%보다 0.7%p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총재가 줄곧 강조해온 잠재성장률(약 1.8%)을 0.5%p가량 초과하는, 사실상 2010년대 이후 보기 드문 ‘고성장’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반전이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먼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본격화다. 2025년 3분기 수출은 2.1% 증가했는데,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AI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D램·낸드플래시·HBM 모두 가격과 물량이 동반 상승하는 ‘퍼펙트 스톰’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 흐름은 최소한 2026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2025년 10월까지 누계 900억 달러를 돌파하며 1998년 이후 최대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둘째,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3분기 민간소비는 1.3% 증가하며 2022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외식·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늘었다. 특히 건설투자가 6분기 만에 플러스(0.6%)로 전환됐다. 그동안 성장률을 깎아먹던 ‘건설 발목 잡기’가 해소되면서 내수 기여도가 1.2%p로 순수출(0.1%p)을 압도했다. 주택 거래량 증가, 분양 물량 정상화,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셋째, 부의 효과(wealth effect)의 본격 등장이다. 노무라증권은 “주가와 집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2026년 민간소비가 추가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코스피는 2025년 초까지만 해도 2500선을 오르내리다 하반기 들어 4000선을 가뿐히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이 늘어나면서 가계 소비 성향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한국의 대미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증대는 소비·투자 심리를 언제든 얼어붙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흐름은 분명 긍정적이다. 한국은행도 11월 27일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대에서 1%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도 1.8~1.9%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일부 시중은행은 이미 2.0~2.2%를 제시하고 있다.
즉,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회복 모멘텀은 내년에도 이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만약 2026년 한국 경제가 2% 중반 성장에 성공한다면 이는 ‘저성장 늪’ 탈출의 실질적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호황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내수·수출·자산효과가 삼박자를 이루는 ‘균형 잡힌 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명리학에 따르면,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로, 하늘과 땅 모두 불의 기운을 품고 있어, 집안에 생기와 활력이 돌아오는 시기라고 한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붉은 말처럼 힘차게 내달릴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