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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슈] ⑨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와의 ‘기싸움’ 언제까지?

넥슨식 논란 돌파 방법?…유튜버 앞세운 ‘광고 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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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박소현⁄ 2025.12.17 09:11:39

사진=넥슨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은 12세 이용가 게임에 유료 재화 기반 아이템 경매장을 도입하면서 사행성 논란을 촉발했다.

 

논란을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확산된 후에도 넥슨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사과’했고, ‘전면 폐지’가 아닌 ‘전면 재검토’라는 단어로 책임을 유보했다. 진심 어린 소통 방송은 끝내 없었고, 대신 유튜버 홍보 방송를 늘려 외부 여론을 관리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결국 이번 웨카 경매장 논란은 단순한 시스템 실패를 넘어,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저와의 소통을 거부한 채 시간만 벌려는 넥슨의 운영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남았다.

 

이유 없는 사과, 소통 없는 운영이 키운 유저 ‘불신’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이 2025년 게임대상을 수상한 직후인 11월 17일, 공식 유튜브 방송 ‘캠파 LIVE’를 통해 ‘웨카 경매장(Beta)’ 오픈 계획을 최초 공개했다.

 

하지만 12세 이용가 게임에 유료 재화 ‘웨카’를 기반으로 한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게임 등급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넥슨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은 채 12월 4일 예정대로 웨카 경매장 오픈을 강행했다.
 
이에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마비노기 모바일’ 웨카 경매장과 관련한 불법 게임물 신고 및 공개 청원을 접수했고,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들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다.

 

사행성 논란이 확산되자 넥슨은 “데카를 무료로 획득해 웨카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으므로, 웨카 역시 사실상 무료 재화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설득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웨카 경매장은 12월 11일, 당초 일정을 모두 채운 뒤 종료됐다.

 

12월 12일 올라온 마비노기 모바일의 에린노트.  

 

이후 넥슨은 개발자노트를 통해 “여러 우려와 지적에 대해 면밀히 살펴봤으며, 웨카 경매장은 도입 여부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웨카 경매장으로 인해 불편을 겪으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라는 표현과 달리, 웨카 경매장 계획은 즉시 폐기되지 않고 재검토 대상으로 남았다. 잘못을 인정한다면 재발 방지 약속이 뒤따라야 하지만, 넥슨은 ‘전면 재검토’라는 표현을 앞세워 여론이 잦아들면 운영 정책을 살짝 바꾼 경매장 재출시 여지를 남겼다.

 

더 큰 문제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조차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12세 이용가 게임에 사행성 논란이 있는 경매장 시스템 도입이 문제였는지, ‘추후 획득 불가’를 전제로 한 한정판매 이후 갑작스럽게 아이템 경매장 계획을 도입한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유저 반발에도 오픈을 강행한 결정 자체가 문제였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이 빠진 채 “사과한다”는 말만 되풀이한 셈이다. 즉, 어쩔 수 없이 사과는 하겠지만, 그 전제가 되는 문제의 존재와 책임은 끝까지 부정하겠다는 무책임한 선언과 다름 없다.

 

유저들 사이에서 이번 사과문을 두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끝내 인정하지 않은 채, 말로만 사과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이 사라지는 것이냐”는 냉소가 확산되는 이유다.

 

결국 문제 인정도, 진심 어린 사과도, 재발 방지 선언도 없는 이번 입장문은 다음 경매장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공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2월 16일 기준 마비노기 모바일 평점.

 

이에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들은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반응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마비노기 모바일’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2.9점대까지 하락했고,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마다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저 불만이 일부에 그치지 않고, 게임 전반에 대한 평가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들이 요구하는 바는 분명하다. 유저 4000명 이상이 참여한 성명문에는 ▲형식적 공지가 아닌 실제 소통이 가능한 간담회 개최 ▲지켜지지 않은 로드맵에 대한 공식 사과 ▲향후 명확한 운영 방향 제시 등이 핵심 요구사항으로 담겼다.

 

그럼에도 넥슨은 유저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출시 이후 약 9개월 동안 진행된 공식 라이브 방송은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 이번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사과나 해명을 위한 소통 방송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마비노기 모바일 '홍보 영상' 제작 특별 미션.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와중에 넥슨은 12월 16일부터 31일까지 유튜버들의 ‘홍보 영상’ 제작을 독려하는 특별 미션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는 해명이나 개선을 전제로 유저들과 어렵게 소통해나갈 필요 없이, 홍보 영상 물량을 단기간 쏟아내 성난 민심이 안 보이게 덮어버리면 쉽게 해결된다는 의도가 담긴 넥슨식 논란 대처법으로 해석된다.

 

불통의 대명사로 불리던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 출시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7차례 디렉터 라이브 방송을 열고,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던 사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넥슨은 형식적인 ‘사과’ 이상의 메세지를 내놓지 않았다. 사태의 본질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나, 유저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개선 의지도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웨카 경매장 사태는 넥슨이 어떤 상황에서도 유저 앞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이른바 ‘기싸움’식 운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던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해 직권 등급 재분류 대상 통보 및 의견 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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