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인 ‘K라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다. 내년 출시 40주년을 맞는 대표 제품 ‘신라면’을 중심으로, 현지화 라인업 확장 및 앰배서더 발탁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관련해 ▲제품 라인업 확장 ▲글로벌 앰배서더 ▲체험형 팝업 전략이 돋보인다.
‘스와이시’ 트렌드 반영한 ‘볶음면’으로 입맛 겨냥
농심은 지난 7월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스파이시 해피니스 인 누들스(Spicy Happiness In Noodles)’로 정했다. 이는 신라면의 영문명 ‘SHIN’의 앞 글자를 활용해 ‘라면에 담긴 매콤한 행복’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기존 신라면의 국내 슬로건인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의 가치를 글로벌로 확장해 전 세계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 슬로건을 바탕으로 농심은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한 현지화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볶음면’이 있다. 농심은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이달 중 60~70개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앞서 선보인 ‘신라면 툼바’에 이은 볶음면 라인업으로, 글로벌 주력 제품이다.
국물 라면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는 볶음면의 선호도가 높은 추세다. 또한 단맛과 매운맛을 조합한 스와이시(Swicy, Sweet+Spicy 합성어) 트렌드가 외식 메뉴부터 음료 및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미각 경험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해외 한식 소비자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로 ‘한국식 치킨(양념치킨 등)’, ‘김치’, ‘비빔밥’이 1~3위를 차지했다.
이런 글로벌 기호성에 맞춰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 툼바를 출시했다.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 인기 모디슈머 레시피를 제품으로 구현한 결과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라면의 볶음면화’ 첫 신호탄이었다. 실제로 신라면 툼바는 국내외에서 60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성과에 힘입어 올해 10월 농심은 독일 ‘아누가 2025’에서 후속작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첫 공개했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신라면 고유의 매운맛에 볶음김치의 맛이 조화를 이룬 제품으로, 여기에 참기름으로 볶은 김치 페이스트 소스와 청경채와 김치 플레이크를 더했다.
‘케데헌’, ‘에스파’ 등 K콘텐츠도 적극 활용
농심은 K푸드뿐 아니라 K콘텐츠를 활용한 라인업도 다양하게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의 취향을 다각도로 겨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신라면을 비롯해 새우깡 등 주표 제품 패키지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글로벌 출시했다. 케데헌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극 중 캐릭터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K-라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며 제품 출시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요구가 빗발쳐 왔다. 이에 농심이 재빠르게 넷플릭스와 손잡고 애니메이션 속 제품을 현실로 구현했다. 농심은 케데헌 신라면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디지털 옥외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 해당 제품의 컵라면 버전인 ‘신라면 햄버거컵’, ‘신라면 슈퍼스타컵’, ‘신라면 스파이시퀸컵’ 총 3종을 이달 10일 국내에 한정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 3종 또한 다음달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캐나다 등 국가별로 순차 출시해 글로벌 고객을 맞는다. 현지 특성에 맞는 용기 규격을 적용하는 등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K팝 대표 스타인 에스파도 지난달 신라면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하며, 팬덤 취향 잡기에도 나섰다. 신라면의 글로벌 앰배서더는 에스파가 처음이다. 에스파는 카리나, 윈터, 닝닝, 지젤 멤버로 구성된 4인조 다국적 걸그룹이다. 미국 ‘빌보드 우먼 인 뮤직 2025’ 올해의 그룹상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에서 다양한 음악상을 수상했고, 올해 미국, 유럽, 아시아 월드투어에 이어 내년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농심 측은 “음악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에너지를 전하는 에스파의 모습이 신라면의 슬로건 ‘인생을 울리는’의 글로벌 확장 가치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2021년부터 신라면, 짜파구리 등 농심 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으로 팬들과 소통해 온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농심은 에스파와의 첫 번째 협업으로 ‘글로벌 신라면 광고’를 선보였다. 기존 광고의 틀에서 벗어나, K팝 아이돌의 특장점을 살린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1997년 발매된 영국의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대표곡 ‘스파이스 업 유어 라이프(Spice up your life)’를 에스파가 불렀다. 에스파는 광고에서 ‘신라면 댄스’도 선보였다. 라면 포장지를 열고, 물을 붓고, 젓가락을 준비하는 동작을 춤으로 표현했다. 신라면의 영문명 ‘SHIN’을 한 글자씩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안무도 선보였다.
신라면 에스파 광고는 농심이 해외시장에 포커싱을 둔 글로벌 광고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수출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송출된다. 농심은 에스파 멤버의 모습을 담은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 제품도 선보였다. 신라면 멀티팩에는 에스파 단체 이미지가, 낱봉엔 멤버별 개인 이미지가 각각 디자인됐다. 신라면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는 지난달 중국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팝업 통해 신라면 브랜드 체험 기회 제공
글로벌 소비자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체험형 팝업 스토어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심은 지난 5~6월 중국 상하이의 해양대와 중의대, 광저우의 화남사범대와 중산대, 정저우의 하남농업대와 정저우사범대에서 캠퍼스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 약 3000명의 현지 대학생이 참여하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라면 즉석조리기를 활용해 신라면 툼바를 직접 만들어 시식하고, 현지 모델 ‘디에잇’과 함께하는 포토존, 미니게임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겼다.
이어 7월 일본 오사카 한큐백화점 본점에서 신라면 팝업을 운영했다. 룰렛 이벤트를 통해 신라면, 너구리 등 농심의 인기 제품을 증정했고, MBTI별 어울리는 토핑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미국 군사기지에서도 신라면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미국 군사기지 포트 블리스 내 ‘컵밥(CUPBOP)’ 매장에서 신라면을 비롯해 신라면 툼바와 순라면까지 총 3개의 농심 라면 메뉴를 선보였다. 라면은 현장에서 즉석조리기로 조리됐고, 끓인 라면 위에 불고기, 제육볶음, 만두 등 다양한 K푸드 토핑을 더해 취향에 맞는 라면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농심의 글로벌 마케팅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농심은 미국 뉴욕에서 한인창업자연합(UKF)이 주최한 ‘KOOM 2025’ 행사에 지난 10월 참가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K푸드를 비롯한 K팝, K뷰티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운영하는 행사로, 농심은 여기서 K푸드 체험공간 ‘F&B 존’ 인근에 농심 플래그십 부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K컬처와 결합된 K푸드가 미국 소비자에게 끼친 영향을 소개하며, 스타트업 기업인에게 새 영감을 제공하고자 했다.
“2030년 해외 비중 60% 달성 목표”
농심의 글로벌 마케팅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농심 신라면 툼바는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선정됐다. 한국 라면이 선정된 것은 처음으로, 라면 종주곡이라 불리는 일본 내 농심의 브랜드 위상을 입증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닛케이 트렌디 측은 신라면 툼바를 “인스턴트 라면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상품”으로 소개하며, “매콤한 크림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식사 만족감이 크고, 일본에서는 드문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용기면’이라는 점에 재미를 느끼는 젊은 층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실적으로도 성과는 드러나고 있다. 농심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871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44억 원으로 44.7% 증가했다. 분기순이익은 37.1% 늘어난 506억 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해외 법인의 성과다. 해외 법인 매출이 14.4% 늘며 전체 매출을 견인한 것. 농심의 최근 3년간 글로벌 매출은 ▲2022년 1조 1517억 원 ▲2023년 1조 2515억 원 ▲2024년 1조 3038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농심은 현재 해외에서 6곳(중국 4곳, 미국 2곳)의 생산법인과 7곳의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농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인데,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액 7조 3000억 원, 해외 비중 6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농심 측은 “앞으로도 신라면의 다양한 매력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의 입맛과 문화를 이끄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