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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청약] 세미파이브, ‘반도체 설계의 플랫폼화’로 글로벌 AI ASIC 시장 정조준

18~19일 일반 청약, 29일 코스닥 상장 추진...공모가 상단 2만4,000원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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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12.17 16:43:18

AI 맞춤형 반도체(ASIC) 전문 기업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이후 성장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사진=세미파이브

시스템 반도체 설계 플랫폼 전문 기업 세미파이브가 인공지능(AI) 확산과 맞춤형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산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SAFE)의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인 세미파이브는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을 통한 성장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공개했다.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들은 범용 반도체 대신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용 반도체(ASIC)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데이터센터, 보안, 스마트기기 영역까지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 영역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를 더 싸고, 빠르고, 쉽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왔다. 조명현 대표는 “TSMC가 반도체 제조를 플랫폼화했다면, 세미파이브는 설계 영역을 플랫폼화해 누구나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수백 명의 인력과 수년의 개발 기간,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던 반도체 설계 과정을 표준화·자동화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세미파이브의 핵심은 설계 자산의 재사용과 자동화다. 반도체 구성 요소를 모듈화한 설계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고객 요구에 맞춰 이를 자동으로 연결·검증하는 설계 자동화 엔진을 운용한다. 이를 통해 실제 프로젝트에서 투입 인력을 최대 75% 줄이고 개발 기간을 최대 56% 단축했다. 타임투마켓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이 같은 구조는 뚜렷한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 난이도 측면에서도 세미파이브는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파트너 가운데 가장 많은 4나노 턴키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삼성 2세대 2나노 GAA 공정에서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 중 최초로 턴키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선단 공정 매출 비중은 2022년 5%에서 2025년 3분기 41.4%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AI 연산 수요 증가로 칩 면적이 커지는 흐름에 맞춰 500㎟를 넘어 800㎟에 달하는 초대형 빅다이 설계 경험도 축적했다. 이는 고도의 데이터 계층 최적화와 시뮬레이션 역량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메모리 4장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3D-IC 기술을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구현하며 고성능·저전력 AI 가속기 개발에 대응하고 있다. 자회사 아날로그 비츠를 통해 저전력 혼합신호 IP를 직접 보유하고 이를 플랫폼에 내재화한 점도 원가 경쟁력과 성능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수주와 매출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수주 금액은 2020년 57억 원에서 2024년 1,239억 원으로 약 22배 증가했으며, 2025년 3분기 누적 수주는 이미 전년 연간치를 넘어선 1,25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2024년 4.4%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 비중은 2025년 3분기 기준 59.8%까지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 법인에 이어 최근 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으며, 현재 14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59개 기업과 수주를 논의 중이다.

세미파이브의 사업 구조는 개발 서비스 이후 양산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개발이 완료된 칩에 대해 독점 생산권을 확보하고, 이후 장기간 제품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6년 예상 매출액 2,690억 원 가운데 38.1%인 1,026억 원이 양산 매출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보안 카메라, 데이터센터 가속기, 스마트글래스 구동 칩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미파이브는 2025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2024년 대규모 순손실은 전환우선주부채 평가손실이라는 회계적 요인이 컸지만, 영업활동 기준의 실질적인 흑자 전환 시점은 2026년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공모가는 미래 흑자 전환을 전제로 한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로 산정된 만큼, 양산 전환이 지연되거나 글로벌 경기 변동으로 수주가 흔들릴 경우 기업가치 산정의 전제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대만의 파라데이(Faraday), 알칩(Alchip), 글로벌유니칩(GUC) 등 이미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글로벌 디자인하우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는 중장기 성장의 전제 조건인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현금 흐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를 플랫폼화해 AI ASIC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고객 기반 확대와 양산 매출 본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중심 성장 스토리가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편, 회사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21,000원 ~ 24,000원) 상단인 24,0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요예측은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5거래일간 진행됐으며, 국내외 기관투자자 2,159곳이 참여해 43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한 총 공모금액은 약 1,296억 원이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8,092억 원 수준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총 17억6,941만5,084주를 신청했다. 특히 전체 주문 물량 가운데 43.9%가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해, 세미파이브의 기술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AI ASI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환경에서 세미파이브가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 경험과 설계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액이 급증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2나노미터(nm)~4nm 등 첨단 공정 매출 비중이 40%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중장기 성장성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해외 딜로드쇼에 참여한 글로벌 톱티어 금융그룹 등 대형 투자자들도 다수 참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세미파이브는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두 차례 논딜로드쇼(NDR·Non-Deal Roadshow)와 수요예측 전 딜로드쇼를 진행하며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세미파이브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엔지니어링 인력 확충 ▲글로벌 선행 기술 및 IP 확보를 통한 기술 리더십 강화 ▲양산 프로젝트 비중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및 사업 확장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이사는 “당사의 AI ASIC시장에서 경쟁력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주신 기관투자자들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상장을 통해 대표적인 글로벌 AI ASIC 기업으로서 성장하겠다”라고 밝혔다.

 

회사는 18~19일 양일에 걸쳐 일반 청약을 진행하며, 오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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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세미파이브  삼성전자  IPO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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