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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 현지 JV, ‘단 3일’ 차이로 442억 챙긴다… ‘3자배정 유상증자’ 시점 논란

영풍·MBK,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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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황수오⁄ 2025.12.18 15:02:38

영풍, 고려아연 CI.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1조 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현지 합작법인(JV)에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복잡한 투자 구조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증의 시점과 구조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이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잡아, 불과 3영업일 차이로 JV에 약 442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유독 앞당긴 배경을 놓고, 이번 3자 유증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Crucible) 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1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미국 전쟁부와 산업부 및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 9716주를 2조 8508억 원(주당 129만 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이행된 현재 시점 기준 크루시블 JV의 지분율은 약 10.59%까지 올라간다.

시장에서는 이 정도 지분이 현재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오는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가 정해지는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JV가 1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도록 일정이 설계된 것은 ‘우호지분’ 확보 의도와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증자 시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통해 1주당 2만 원 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12월 26일 납입으로 마무리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그 결과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과 며칠 차이로 상당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굳이 연내 납입을 고집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장 착공 시점이 오는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금 납입이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납입 시점을 내년 1월로 미뤄 배당 지급 자체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커진다.

그럼에도 납입을 연말로 맞춘 배경으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442억 원의 현금 유출이 회사의 사업 목적이 아닌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치러진 비용으로 해석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목적의 증자라면 대금 납입일을 12월 26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라며 “이듬해 첫 영업일인 1월 2일로만 미뤄도 배당금 유출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금 납입 시점 하나만 보더라도 이번 유상증자의 저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풍과 MBK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문화경제 황수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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