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6.01.06 11:13:42
“가장 필요한 건 관심입니다.”
이현숙 hy 프레시 매니저가 강조한 한마디다. 이 매니저는 지난 8월 독거노인에게 건강음료를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던 중 고독사를 발견했다. 즉시 관계 기관에 연락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지원하며 고인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켰다.
이후 이 매니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열린 ‘2025년 사랑나눔의 장’ 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매니저는 주변으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지만, 자신은 그저 주변에 관심을 조금 더 가졌을 뿐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관련해 당시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 매니저에게 서면으로 들어봤다.
- 언제부터 프레시 매니저로 hy와 인연을 맺어왔고, 어느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해 왔는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부터 hy와 인연을 맺어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해왔습니다. 딸이 어릴 때는 일하는 걸 곁에서 도와주기도 했고, 엄마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해서 큰 힘이 됐어요. 지금은 어느덧 커서 용인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일하고 있으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프레시 매니저가 된 지는 벌써 34년이 됐습니다.
전 군산 나운1동을 거점으로 줄곧 활동해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작은 서민 동네였어요. 리어카에 야쿠르트 100~120개를 싣고 시작했죠.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며 동네도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대로 욕심과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다 보니 시간이 참 빨리 흘렀는데요. 그 안에서 보람도 많이 느끼며 활동해왔습니다. 이제는 베테랑 프레시 매니저가 됐습니다.”
- 이른바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 때부터 현 ‘프레시 매니저’까지, 프레시 매니저의 긴 역사를 겪어왔는데요. 처음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한 계기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정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34년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을 만큼 제게 딱 맞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었던 건, 일 자체에 싫증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추운 겨울에도 ‘내 마음이 따뜻하면 몸도 따뜻하다’는 생각으로 일했던 것 같네요.
사소하게는 어르신 짐을 들어드리거나 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올해 마지막 선물이야~’ 하며 우스갯소리하며 제품을 건네는 일에서도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까칠한 고객을 만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이 일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 최근 ‘2025년 사랑나눔의 장’ 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어르신들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큰 상을 받아 영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상을 받고 나니 어르신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관심을 더 쏟게 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축하 연락이 많이 왔어요. 딸아이나 사위도 직장에서 한 턱 쐈다고 하더군요. 동네 어르신들한테서도 전화가 많이 왔어요. ‘올해도 좋은 일만 가득하라’고 덕담해주셨죠. 이 동네는 따뜻한 마음들이 참 많이 오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에도 매일 같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도 모두가 무사하길, 좋은 일만 생기길’ 하고요. 상을 받았다고 해서 이 마음이 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잃지 말아야 할 건 결국 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는데요. hy 프레시 매니저로서 평소 홀몸 어르신 안부를 살피기 위해 어떤 활동을 전개해 왔나요?
“관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홀몸 어르신 약 70가구를 돌보고 있습니다. 나운1동이 서민 동네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고, 그만큼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요.
프레시 매니저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어르신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통장님보다도 저한테 먼저 연락을 하실 정도예요. 그러면 제가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달합니다.”
- 지난 8월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된 당시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많이 놀라기도, 안타까웠을 것 같기도 한데요.
“8월 초 오전 9시, 홀몸 어르신들에게 발효유를 배달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통화나 문자를 남겼습니다. ‘어르신, 곧 도착하니 꼭 챙겨 드세요’라고요.
대문 앞에 걸려 있는 전달주머니를 열었는데 배달했던 발효유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여름이라 함께 넣어둔 얼음팩도 전부 녹아 있었고요. 순간 이상하다 싶어 전화를 드렸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당장 우편함을 확인했는데 밀린 우편과 수도, 전기요금 고지서가 수북했습니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곧장 주민센터 복지 담당과 통화한 뒤 신변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경찰 입회 후 쓰러진 어르신을 발견했죠. 불안함은 틀리지 않았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동안만큼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더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의 요령도 생겼습니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집을 비울 때 꼭 미리 알려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어서죠.”
- 특히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프레시 매니저로서 만나는 고객층 또한 과거와 비교해 어르신이 더 많아졌을 것 같은데요. 어르신들과 교류 시 흔히 놓칠 수 있는 세심한 부분까지 알아차리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넘게 같은 구역을 다니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문 여는 소리, 발걸음, 하루의 표정까지도 평소와 조금만 달라져도 느낌이 와요. 어르신들은 스스로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빛이나 말투에서 피곤함이 묻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부러 한 번 더 들러 안부를 묻습니다. 특히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더 자주 살펴봅니다. 폭염이나 한파가 오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어르신들이 늘 하시는 말이 있어요. ‘별일 없는데도 이렇게 챙겨줘서 고맙다’고요.
어르신들에게는 돈이나 물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오랜 시간 일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오랜만에 어르신을 만나면 꼭 껴안아 드립니다. 사람이 사실 별거 아닌 것에서 관심을 받는 게 제일 큰 힘이 되거든요. 뭔가 좋은 걸 드리는 것보다 정감 있는 말 한마디, 따뜻한 관심 하나가 어르신들한테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래서 늘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안부를 여쭙고, 따뜻한 말씀을 건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주민들로부터 ‘야쿠르트 살뜰쟁이’라고도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이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프레시 매니저로서 주민과 보다 따뜻하게 교류하고자 이어온 노력이 있다면?
“야쿠르트 살뜰쟁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입니다. 주민들과 따뜻하게 지내려고 노력한 게 이런 별명으로 돌아온 것이니까요. 전라도에서는 ‘오지랖’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 오지랖이 좀 있는 편이에요. 고객이 먹을 것을 주면 머릿속에 다 입력시켜 놓습니다. 그러면 ‘나도 이것을 누구에게 드리면 좋아할까’ 생각하면서요. 혼자 먹는 것보다 나눠 먹고, 어느 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주는 게 즐겁습니다. 제 이 오지랖이 주민들과 따뜻하게 교류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 그간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해오며 특히 기억나는 순간은?
“두 가지 일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어느 겨울날 빙판길에서 덩치 큰 어르신 한 분이 넘어지셨는데요. 여러 번 넘어지셨는지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나실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19 신고도 생각 못하고, 마침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고객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둘이서 어르신을 끌어안고 집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집에 도착했더니 문이 잠겨 있더라고요. 저녁 6시가 넘어 어두워지고 날씨는 추운데 보호자가 올 때까지 어르신을 지키고 있던 그 상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두 번째는 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가 배앓이를 하는데 보호자가 안 계셔서 제가 데리고 나가 병원에서 주사 맞춰주고 약 지어준 일입니다. 그걸 어떻게 외면할까요? 오래된 일인데 그 아이가 다 커서 지금도 저를 만나면 ‘이모가 나 살렸다’고 하는데, 그럴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 오랜 시간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입니다. 사람 만나는 재미에 금세 빠져들었어요.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할 당시 신혼이었던 고객,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미용실의 젊은 사장님 등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함께 늙어가는 친구가 됐습니다. 이젠 고객이 아닌 친구로, 동반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 프레시 매니저로서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첫째도 둘째도 ‘책임감’, 바로 고객과의 약속입니다. 이 동네에 눈이 많이 오면 골목길에 사람이 못 다닐 정도인데요. ‘우체부도, 택배도 안 오는데 야쿠르트 아줌마는 꼭 온다’고 고객들이 말합니다. 고객과의 약속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들이 프레시 매니저의 활동 중 보다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부분은?
“프레시 매니저들은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우선 본인부터 먹어봅니다. 직접 먹어보고 괜찮으면 그때부터 고객에게 자신 있게 권하죠. 우리 회사 제품만큼은 확실히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프레시 매니저를 단순히 ‘배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진심으로 추천하는 ‘전문가’로 봐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만큼 제품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어떤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나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먼저 다가가고 먼저 인사하는 프레시 매니저’로 남고 싶습니다. 배달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네를 지키는 사람. 어르신들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이웃 같은 존재로요. 제가 오랫동안 이 일을 이어온 이유도 결국 사람 때문이니까요.
저는 불리는 이름이 참 많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장사’부터 지금은 ‘프레시 매니저’라고 하는데, 다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대하는 게 너무 즐거우니 이렇게 오래 하는 것 같네요. 매 하루가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어르신들과 주민에게 더 따뜻한 이웃으로 남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