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2026.01.06 11:33:57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로보틱스를 넘어, AI가 결합된 인간 중심 로보틱스로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미디어 데이에서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 Partnering Human Progress’를 주제로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CES 2022에서 제시한 ‘이동 경험의 확장’ 비전을 한 단계 발전시켜, 로봇이 인간의 삶과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협력 파트너로 기능하는 미래를 제시한 것이다.
핵심은 제조 현장에서 시작되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 그룹사 역량을 결집한 AI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그리고 글로벌 AI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로보틱스,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번 CES에서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연구형 모델은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핵심 기능 검증용이며, 개발형 모델은 실제 제조 현장 투입을 전제로 한 양산형에 가까운 모델이다. 개발형 아틀라스는 56개의 자유도를 갖춘 관절 구조와 촉각 센서가 적용된 손, 360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 50킬로그램의 중량을 들 수 있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해 부품 분류와 같은 공정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에는 조립 공정까지 확대해 반복적이고 고위험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도록 하고, 인간은 관리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그룹 차원의 AI 로보틱스 생태계다. 현대차·기아는 제조 인프라와 생산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공급망 최적화를 맡아 로보틱스 밸류체인을 완성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로봇 부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로봇 부품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기반 생산 체계도 고도화한다. HMGMA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으로 운영되며, 로봇은 투입 전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에서 학습과 검증을 거친 뒤 실제 현장 데이터를 통해 재학습하는 구조를 갖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로봇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글로벌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AI 인프라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로보틱스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휴머노이드용 로봇 AI 모델 개발을 가속화한다.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휴머노이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로봇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로봇 서비스 모델도 도입한다.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포함한 통합 관리 방식으로 초기 도입 부담을 낮추고, 제조를 넘어 물류, 건설,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으로 로봇 활용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느냐”라며 “인간과 로봇이 진정한 협력 관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