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2026.01.29 09:50:23
현대차·기아가 장애물에 가려진 사각지대까지 감지할 수 있어 차량과 보행자, 이동체 간 충돌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첨단 주행 안전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는 29일 UWB(Ultra-Wide Band) 전파를 활용해 차량 주변 객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밀 파악하는 첨단 센싱 기술 ‘비전 펄스(Vision Puls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전파가 장애물을 통과하는 특성을 활용해 기존 센서로는 인식하기 어려웠던 사각지대까지 탐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전 펄스가 적용되면 차량에 탑재된 UWB 모듈이 전파를 발산하고, 주변 차량이나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등이 UWB 모듈을 보유한 경우 상호 간 신호를 주고받는다. 양측 모듈 간 신호 왕복 시간을 측정해 상대 객체의 위치를 계산하고, 충돌 가능성이 감지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미 ‘디지털 키 2’가 적용된 차량은 별도의 추가 장비 없이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UWB는 GHz 대역의 초광대역 전파를 사용해 다른 통신 신호와의 간섭이 적고, 회절과 투과 성능이 뛰어나다. 이에 따라 도심 교차로처럼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반경 약 100m 범위 내 객체를 10cm 오차 수준으로 인식할 수 있다.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탐지 성능이 99% 이상 유지되고, 통신 속도 역시 1~5ms 수준으로 빠르다는 점에서 실시간 안전 관리에 유리하다.
현재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를 결합한 센서 융합 기술은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시야 밖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한 정밀 감지 기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부 기업이 고정형 장비나 느린 통신망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정확도와 처리 속도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비전 펄스는 차량에 이미 적용된 UWB 모듈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을 갖추는 동시에, 고가 센서 의존도를 낮춰 비용 대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현대차·기아는 다수의 객체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도 각 객체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비전 펄스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교차로나 산업 현장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활용 범위는 차량 주행 보조를 넘어 산업과 공공 영역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게차 등 산업용 모빌리티에 적용하면 작업자와의 충돌 사고를 줄일 수 있고,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는 매몰자의 위치를 구조 요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비전 펄스의 특장점과 활용성을 담은 홍보 영상도 공개했다. 유치원 통학 버스와 아이들에게 비전 펄스를 시범 적용해 통학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아이들이 휴대하기 쉽도록 수호신 캐릭터 형태의 키링형 UWB 모듈을 제안했다. 해당 키링에는 수면 무드등 기능을 더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충전하도록 설계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비전 펄스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대차·기아의 철학이 집약된 기술”이라며 “산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부터 기아 PBV 컨버전센터 생산라인에 비전 펄스를 적용해 지게차와 작업자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부산항만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산항 터미널과 배후단지 현장에서도 산업 모빌리티 안전을 위한 기술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