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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블랙록의 한국 반도체 베팅… 외국인 귀환 포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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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6.02.25 09:20:22

2025년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이재명 대통령(가운데)과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왼쪽),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랙록(BlackRock)’이라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로, 2026년 기준 약 14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2경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런 블랙록이 최근 한국 증시에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2월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블랙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의 지분 5.00% 이상을 보유해 대량보유보고의무가 발생했다. 먼저, SK하이닉스의 경우 총 3640만 7157주를 확보하며 네번째 대주주로 복귀했다. 이는 2018년 5월 이후 약 7년 9개월 만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 24일 주가는 장중 100만 원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기 역시 공시 이후 주가가 3일 연속 급등세를 타고 있다.


블랙록은 1988년 미국 뉴욕에서 래리 핑크(Larry Fink) 등 8명이 설립한 다국적 투자회사다. 처음에는 블랙스톤 그룹 산하 리스크 관리 및 채권 운용 부서로 출발했으나 1994년 독립해 1999년 상장에 성공했다. 직원 약 2만 3000여 명이 3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며, 전세계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AI·재생에너지 등 장기 성장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핑크 CEO는 세계경제포럼(WEF) 공동 의장으로도 활동하며 글로벌 경제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블랙록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한 이유로는, 지난해 9월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이 꼽힌다. 뉴욕에서 열린 회동에서 핑크 CEO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을 아시아 AI 수도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자본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 간 MOU가 체결됐고, AI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재생에너지 전환,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인프라 협력이 구체화됐다. 당시 핑크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정치·경제가 안정됐다”고 평가하며 장기 파트너십을 천명했다.

이후 블랙록은 AI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이번에 투자 사실이 공개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는 둘다 블랙록이 주목하는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강자로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함께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성능 AI 서버 한대당 수십만개 수준의 MLCC가 탑재될 정도여서 AI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간주된다.

중요한 건 블랙록같은 장기 투자자가 5%라는 주요 주주 지위를 공개했다는 것. 공시에서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로 명시했지만, 시장은 이를 전략적 베팅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외국인 순매도가 10조 원을 넘었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로 코스피 5900선을 돌파(2월 24일 종가 기준), 6000선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블랙록 지분 공개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6% 이상 올랐고, 24일에는 100만 원을 뚫어 ‘100만닉스’가 됐다. 삼성전자 주가도 이날 20만원을 찍어 ‘20만전자’가 됐다. 삼성전기도 블랙록 공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글로벌 펀드들이 ‘블랙록 효과’를 따라올 경우 현재의 외국인 매도세가 매수세로 전환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블랙록을 추종하는 수많은 인덱스 펀드와 중소형 펀드들이 유사한 투자를 실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코스피 지수는 6000을 넘어 7000까지도 질주할 전망이다.

근거없는 ‘희망회로’만 돌려서는 안되겠지만, 이번 블랙록의 과감한 행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재평가’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쪼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이번 선택이 AI 시대 한국 증시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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