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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가 전쟁을 주도하는 ‘엔더스 게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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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6.03.09 17:27:36

AI 드론이 전쟁에 투입되는 모습. 사진=Grok AI
 

천재적 게임 능력을 가진 소년 ‘엔더’는 외계세력 ‘버거’를 상대로 한 수많은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또래 동료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 인류군의 지휘관으로 추대된다. 최후의 테스트에서 그는 인류군의 희생을 담보로 외계 행성에 과감한 자폭 공격을 감행, 버거 세력을 일소한다. 이어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알고보니 이 테스트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머나먼 우주에서 진행 중인 ‘진짜 전쟁’이었고, 자신은 버튼 조작 한번으로 수많은 군인들과 함선들을 희생시켜가며 최후의 승리를 이뤄냈던 것.

2013년 개봉된 영화 ‘엔더스 게임(Ender’s Game)’이 묘사한 미래 전쟁에 대한 잔인한 상상이다. 그리고, 2026년 현재 ‘엔더스 게임’은 더이상 SF적 상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수많은 나라들이 AI 기술을 전쟁에 적극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이란 공습에 2017년부터 개발해온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적극 활용해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팔란티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한 이 AI는 목표 식별에서부터 공격에 이르는 ‘킬 체인(kill chain)’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이번 전쟁에서는 초고속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핵 시설과 주요 군사 시설에 대한 정밀 폭격을 지원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도 유사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계획 분야에서는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작전에 투입됐던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AI가 목표 식별·전투 시뮬레이션·물류 관리에 활용됐다. 당시 앤트로픽은 ‘AI 윤리 위반’을 거론하며 반발, 트럼프 정부로부터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미 국방부는 재차 클로드를 선택, 전쟁에 활용했다.

이스라엘의 ‘라벤더(Lavender)’와 ‘하브소라(Habsora)’ AI는 가자 지구에서 테스트된 기술로, 위성 이미지·메타데이터·정보 데이터를 분석해 수천 개의 잠재적 목표를 자동 생성한다. 이번에도 수백 건의 이란 공습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AI는 한 명의 위협 요인 제거를 위해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을 감수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상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은 역사상 최초의 ‘AI가 전면 도입된 전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AI는 단순한 전쟁 보조 도구에 머물렀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작전 수립과 실행, 목표 식별부터 구체적 공격, 민간인 대상 심리전까지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전쟁에서 ‘효율’을 과도하게 추구, 다양한 윤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란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 오폭 사건의 경우, 최소 165명에서 최대 175명이 사망했고, 희생자 대부분이 12살 이하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주변의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오폭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AI의 알고리듬에 따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특성도 심각하다. 지휘관이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AI 추천에 의존해 작전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자칫 인간의 전쟁 통제력이 AI에게 이전될 수도 있다.

AI가 핵무기 사용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모습을 보인 것도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공개된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케니스 페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AI 전쟁 시뮬레이션의 95%가 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졌다. 챗GPT-5.2와 클로드 소네트4, 제미나이3 플래시 등 현재 활용되는 대부분의 AI들이 자원 경쟁, 정권 생존 위기, 영토 분쟁 등 다양한 시나리오 21개에서 무려 20번이나 ‘핵무기 활용’ 카드를 선택한 것.

이처럼 AI는 적절히 관리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전쟁이 AI의 전쟁 폭주를 막을 수 있었던 최후의 기회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AI가 인권과 민간인 보호, 투명성 확보 등의 개념을 중시하도록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엔더스 게임 등 수많은 디스토피아 영화가 그려낸 불길한 미래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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