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6.03.18 14:16:26
최근 피자헛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약 210억원을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본부의 핵심 수익 구조로 꼽히는 ‘차액가맹금’의 적법성을 둘러싼 첫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중들은 이를 ‘갑질에 대한 완전한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곧바로 모든 차액가맹금 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안의 본질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계약 구조를 ‘음식점 결제 방식’에 비유해 볼 수 있다.
◇ 피자헛 사례 : "입장료에 포함된 요리값을 몰래 더 받아갔다"
피자헛 가맹본부와 점주 간 분쟁을 ‘뷔페’와 고객 간의 관계로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고객이 지불한 입장료에는 통상 매장 내 음식과 서비스 제공 대가가 전부 포함돼 있다. 그런데 매장 측이 고객이 결제할 때 약속된 입장료에 ‘요리값’ 명목의 추가 요금을 슬쩍 더해 받아왔다면 어떨까.
물론 매장에 즉석요리(이하 요리)가 유료 메뉴라는 사실이 명확히 표시돼 있거나, 고객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주문했다면 뷔페에서 추가 요금을 받는 것도 정당한 거래로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매장(피자헛)은 어디에도 ‘요리’가 별도 요금을 받는 메뉴라는 사실이 표시돼 있지 않았고, 고객(점주)이 뷔페 입장료 외에 별도의 요리값 지불에 합의했다고 볼 만한 사정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추후 이를 알게 된 고객(점주)은 매장에서 요리를 먹으려면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요리값을 내기로 합의한 적도 없다면서 매장에 그간 추가 결제된 ‘요리값’ 환불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자 매장(피자헛) 측은 “다른 음식점들도 요리값을 받는다”, “매장에 즉석요리 가격표를 반드시 게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요리사에게 따로 주문을 넣었으니 별도의 음식 주문으로 봐야 한다”, “온라인 광고(정보공개서)에 관련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고객에게 알리거나 합의되지 않은 ‘요리값’ 결제액은 매장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에 해당하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요리에 가격이 표시돼 있었는지 여부보다는, 애초에 고객과의 합의 없이 요금이 결제됐는지 여부에 판단의 초점을 맞췄다.
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로도 해당 매장(피자헛)이 고객에게 또 다른 명목의 추가 요금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반환 대상은 추가 결제된 ‘요리값’에 한정되며, 이미 지급된 ‘기본적인 음식·서비스료가 포함된 뷔페 입장료’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자헛 가맹본부는 로열티(입장료), 광고비, 행정지원비 등 주요 가맹금을 계약에 따라 매달 수취해왔고, 자신들은 물품 공급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럼에도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요리값)을 추가로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서 피자헛이 점주에게 돌려줘야 할 반환 대상은 ‘합의 없이 추가로 수취된 차액가맹금’에 한정된다. 이미 로열티를 통해 브랜드 사용과 경영 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대가 관계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점주가 얻은 이익 자체를 다시 문제 삼을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피자헛 사건은 ‘합의 없는 결제는 부당이득’이라는 대원칙을 확립하는 동시에, 이미 입장료(로열티)가 지급된 ‘뷔페형 가맹계약’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하면서 추가적인 분쟁으로 확대되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된다.
◇ 로열티 없는 프랜차이즈: "가격표 없는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시켜먹었다"
피자헛 사건을 지켜본 가맹점주들은 각자 자신이 지불한 영수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종 프랜차이즈에서 가맹본부를 상대로 ‘합의 없이 결제된 요리값(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합의 없는 결제는 부당이득’ 원칙을 확립한 만큼, 매장 성격과 무관하게 ‘합의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요리값’ 자체는 부당이득으로 판단돼 반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피자헛처럼 요리값(차액가맹금)만 돌려받고 끝나는 완전한 고객 승리로 끝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이 오히려 ‘무전취식자’로 몰려 자신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차액가맹금 분쟁이 불거진 프랜차이즈는 크게 피자헛과 같이 입장료(로열티)를 받는 ‘뷔페형 가맹계약’과 오직 요리값(차액가맹금)만 받아 온 ‘레스토랑형 가맹계약’ 두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피자헛처럼 로열티를 수취해 온 ‘뷔페형 가맹계약’ 프랜차이즈의 경우, 차액가맹금 반환 이후 가맹본부가 점주를 상대로 추가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로열티(입장료) 명목으로 브랜드 사용권과 경영 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대가를 지급받아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뷔페형 가맹계약’ 프랜차이즈는 기업회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추가 분쟁 없이 마무리된 피자헛 사건처럼 “차액가맹금 반환=점주 승리”로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레스토랑형 가맹계약’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입장료(로열티)가 아닌 ‘주인이 임의로 정한 요리값(차액가맹금)’을 통해서만 수익을 얻어온 식당이다. 그러면서도 메뉴판(가맹계약)에는 요리 가격(차액가맹금)을 명시하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피자헛 사건을 본 고객들이 “나는 그 요리값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식당에 임의로 결제된 음식값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식당이 고객과의 음식값 합의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해당 금액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 요리값이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식당에서 ‘합의 없이 지불된 요리값’을 고객에게 모두 돌려준다면, 결과적으로 식당은 고객에게 제공한 음식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가격표가 없었다고 해서 그 음식이 '무상'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식당 주인은 “임의로 책정해 받은 요리값은 돌려주더라도, 그동안 내가 제공한 요리 자체가 공짜였던 것은 아니므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정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합의 없이 결제한 요리값을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단이 고객에게 공짜로 요리를 먹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식당이 요리값을 받을 자격 자체가 없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이때 식당이 입증해야 할 핵심은 “고객에게 요리값을 청구할 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다.
식당(가맹본부)은 영리 사업자로서 영업을 했고, 고객(점주)은 그 간판(브랜드)을 보고 들어와 주문(계약)했으며, 식당은 음식과 서비스(상표 제공 및 영업 지원)를 제공했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문제는 요리 가격(차액가맹금)이 메뉴판(가맹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식당이 고객에게 ‘모든 요리를 전부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식당은 법원에 ‘계약의 보충적 해석’을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의 기초가 되는 사항에 대해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당사자가 그 사정을 알았더라면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계약을 보충해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때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실제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 목적, 거래 관행, 관련 법규, 신의성실 원칙 등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이익 조정 의사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6.11.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즉, 재판부는 ‘고객이 식당에 들어와 요리를 주문한 행위’ 자체를 요리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로 보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대가 지급이 예정된 거래 관계로 해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상법 제61조는 “상인이 영업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경우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상거래에서 보수에 관한 구체적 약정이 없더라도 영업 행위가 이뤄졌다면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해 상당한 대가를 청구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메뉴판에 ‘생선요리: 싯가’와 같이 요리가 유상이라는 사실을 고지한 경우(차액가맹금 수취 사실 기재)라면, 고객과 요리 가격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없었더라도 최소한 해당 요리가 유상이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식당이 고객에게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거래가 통상적인 유상 서비스라는 점이 인정된다면, 식당의 요리값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식당은 미지급된 요리값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러한 계약상 합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적 분쟁이 곧바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요리를 소비했다면 식당은 고객이 얻은 이익이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된 것이라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약상 합의가 인정되면 식당은 대금 지급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러한 합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고객이 얻은 이익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2차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
◇ 가맹점주 입장 : “충분한 대가 지급은 존재했다”
물론 고객(가맹점주)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식당(가맹본부)의 ‘무전취식’ 프레임에 대해 “우리는 이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온 손님이지, 공짜 점심을 바라는 무임승차자가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
첫 번째 논거는 전문 사업자의 설계 책임과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다.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핵심 사항이 누락됐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은 계약서를 작성한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법적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식당(가맹본부)은 메뉴판(가맹계약서)을 직접 설계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전문 사업자다. 따라서 계약 구조를 불투명하게 설계해 발생한 법적 리스크는 마땅히 설계자인 본부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객 측에서는 “영리 사업자인 식당이 스스로 설계한 수익 구조가 법적 분쟁으로 무너졌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 공백은 사업자가 감수해야 할 경영 리스크일 뿐 이를 사후적으로 점주에게 전가해 추가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할 수 있다.
두 번째 논거는 ‘합리적 기대와 신뢰 보호’ 관점이다. 전문 사업자인 식당이 메뉴판(계약서)에 가격을 기재할 수 있음에도 이를 누락했다면, 고객으로서는 식당이 별도의 대가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신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고객들이 그동안 시중가보다 높은 요리값을 지불하는 등 ‘실질적인 대가’를 치러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즉, 이번 사태는 메뉴판 설계의 오류로 식당의 수익 구조가 무너진 것일 뿐, 처음부터 고객이 이득만 취하고 의무를 저버린 ‘무전취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논거는 ‘차액가맹금 판결의 근본적 취지’에 관한 해석이다. 식당(가맹본부)의 설계상 과실로 발생한 계약 공백을 ‘시가 정산’이라는 사후 처방으로 메워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위법한 구조를 설계한 당사자에게 사법적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법원이 ‘부당하게 징수된 금액’이라 규정한 돈을, 다시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환수하려는 시도는 사법부의 판결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사후적 우회 전략’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계약서에 가맹금 지급에 관한 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사후적으로 보충해 대가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법률적으로 ‘계약의 보충’을 넘어 ‘새로운 계약의 창설’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논리가 인정된다면, 식당(가맹본부)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라는 부당이득의 요건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진다. 본부의 설계 과실로 인한 결과물이 점주에게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이익’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 판결은 징벌적 제재 성격이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 매매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해 매매대금 반환 판결이 내려지면 자동차 역시 판매자에게 반환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대금을 돌려받으면서 자동차까지 계속 보유하는 것은 계약관계의 원상회복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동일한 ‘요리값’ 반환 판결이라 하더라도 ‘뷔페형’ 가맹계약에서는 과다 지급된 금액만 일부 돌려받는 결과에 그치는 반면, ‘레스토랑형’ 가맹계약에서는 가맹금 자체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거래 구조에 따라 결과의 형평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사법부 역시 사건별 계약 구조와 실제 거래 관행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메뉴판에 구체적 가격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고객이 소비한 음식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은 채 분쟁이 끝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산정해 지급을 명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요리값 분쟁은 '환불'로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식당이 합의 없이 가져간 돈을 돌려주는 것이 1라운드라면, 고객이 대가 없이 누린 이득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이 2라운드다.
차액가맹금 관련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향후 2차 분쟁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또 상당한 대가를 인정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이를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가맹점주들은 사법부가 가맹본부 측 손을 들어줄 경우, 업계에 ‘일단 말 없이 돈을 가져갔다가 문제가 되면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자리 잡을 것을 우려할 수 있다.
위법한 수취 구조를 설계한 당사자에게 사후적인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가맹본부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 시장 기강을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