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 2026.03.18 15:54:16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국산 담배를 즐기는 외국인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에쎄’를 위시한 KT&G의 프리미엄 담배 제품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과거 ‘양담배’의 국내 시장 진출을 막기에만 급급했던 한국 담배 산업이 이젠 해외 시장을 역공하기에 이른 것. 놀라운 ‘반전’을 이뤄낸 지휘자는 해외사업 전문가로 과감히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해온 방경만 KT&G 사장이다.
지난해 KT&G는 연결 매출 6조 5796억 원, 영업이익 1조 3495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4년 3월 취임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이 불과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금연 트렌드 확산’과 ‘인구 감소’라는 국내 악재를 해외 사업 호조로 극복하며 매출 6조 시대를 연 방 사장은, 2026년을 글로벌 톱티어 도약의 해로 만들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KT&G 기업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KT&G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5% 올랐다. 인건비 일회성 비용 700억 원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9.4% 급증한 1조 4198억 원에 달한다. 특히 해외궐련 사업 매출이 전년보다 29.4% 늘어난 1조 8775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궐련 매출 중 글로벌 비중을 사상 처음으로 54.1%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2025년은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 ‘매출 역전’ 원년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경만 사장의 해외 전문가 DNA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1971년생인 방 사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 공채로 입사했으며, 미국 뉴햄프셔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총괄부문장 수석부사장을 거쳐 2024년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에쎄 브랜드 육성과 해외 진출 국가를 40여 개국에서 100여 개국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쌓은 실무 경험이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취임 직후 방 사장은 “3대 핵심사업(해외궐련·전자담배·건기식)을 발판으로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며 경영 철학 ‘T·O·P(Trust·Origin·Professional)’를 제시했다. 조직을 소규모 TF 형태로 재편하고, 해외 사업을 CIC(사내독립기업) 체제로 전환하며, 취임 초기부터 과감한 ‘글로벌 드라이브’를 추진했다. 불과 1년 후인 2025년, 이 전략이 성과를 드러냈다.
해외 시장·NGP에서 돌파구 찾다
실적 호조의 핵심 동력은 과감한 해외 사업 확대였다. 먼저, 생산 현지화를 통해 원가와 공급망 분야의 혁신을 도모했다. 2025년 준공한 카자흐스탄 공장은 CIS(구소련) 지역의 허브로 가동되고 있으며, 글로벌 최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2·3공장은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이외에도 튀르키예 공장 증설, 우즈베키스탄 신규 법인 설립 등을 통해 2027년까지 해외 생산 비중을 50% 이상 늘린다는 전략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늘면 생산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고, 이는 수익성 강화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OEM과 라이선스, 단순 수출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궐련 매출이 전년 대비 25% 상승한 5242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첫 5000억 원 벽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국내 금연 트렌드로 야기된 내수 위축이 해외 성장으로 상쇄된 것.
궐련형 전자담배, 니코틴 파우치 등이 포함된 NGP(Next Generation Products) 사업도 국내외 디바이스 및 스틱 신제품 출시로 순항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3.5% 오른 8901억 원을, 스틱 판매량은 2% 상승한 147.8억 개비를 기록했다.
특히 니코틴 파우치 사업은 앞으로 해외 시장 확대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 연기없는 담배인 니코틴 파우치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KT&G는 미국 알트리아(Altria)와 손잡고 약 2600억 원을 들여 스웨덴의 니코틴 파우치 기업 ASF(Another Snus Factory)의 지분 51%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KT&G는 현재 북유럽 5개국에 국한된 ASF의 유통망을 조만간 글로벌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주환원 정책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주당배당금(DPS)을 6000원으로 600원 인상하고, 9263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발행주식 6.3%)을 단행했다. 2024~2027년 4년간 총 3조 7000억 원 환원 계획(배당 2조 4000억 원 + 자사주 매입 1조 3000억 원)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외이사 비중을 75%로 확대하고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권한을 강화한 결과, 금융위원회 ‘회계·감사·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23년 9.9%에서 2024년 12.4%로 상승하며 기업가치 리레이팅을 이끌었다.
ESG 경영도 놓치지 않았다. 친환경 생산 설비 확대, 재생에너지 구매(연 8.8GWh), 온실가스 4050톤 감축, SBTi(과학기반 감축 목표) 승인 등을 진행하는 한편, 협력업체 상생 프로그램 강화로 산업 생태계 안정화에도 힘을 쏟았다. 방 사장은 ESG 경영에 대해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신뢰를 쌓는 필수 경쟁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6년, 해외 비중 60% 돌파 노린다
2026년 전망도 밝다. 방경만 사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2025년은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만든 해”라며 새해 경영 키워드를 ‘견인과 혁신(Lead & Disrupt)’으로 제시했다. 매출 성장률 3~5%, 영업이익 성장률 6~8%를 가이던스로 삼고, 해외궐련 부문에서 수량·매출·이익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NGP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신공장 상반기 가동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완성되면 해외 생산 비중 50% 이상 확대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주주환원율 100% 이상 유지와 3000억 원 이상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 계획도 확정했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 ‘플러스알파’ 프로그램으로 ROE 1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연내에 국내 담뱃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도 악조건이다. 방 사장은 “글로벌 원가 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발굴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비중 60% 돌파와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안정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KT&G 주가는 2024년 9만 원대에서 2025년 말 15만 원 이상으로 상승하며, 기업가치가 4조 원 이상 늘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스피 랠리 시기에는 사상 최고가인 17만 5700원(2월 12일 장중)을 기록했고, 현재는 15만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KT&G의 2026년 목표는 해외 매출 비중 60% 돌파와 함께 글로벌 톱티어 진입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취임 2년 만에 KT&G를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재탄생시킨 방경만 사장의 ‘현장 소통 + 실행력 + 주주중시’ 경영이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올해는 어떤 결실을 맺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