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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떠난 대권구도 ‘百家爭鳴’

고건의 지나친 신중,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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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호 ⁄ 2007.07.03 13:58:16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 결국 정치판의 정략에 휘둘려 대통령 선거를 포기했다. 이에 정치권은 고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논의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범여권통합 대선주자를 잃고 절박해진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대선주자 탐색과 고건 지지율 붙잡기에 몰두해야 할 상황에 처해졌다. 고 전 총리는 지난 1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의 통합에 현실정치의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일 처리에 깔끔한 행정관료라는 타이틀 덕분에 얻게된 대국민적 지지에도 ‘정치인’ 고건으로서의 길은 순탄치 않았음을 시사한다. 아니나 다를까. 고 전 총리는 불출마 기자회견문에서 “깊은 고뇌 끝에 저는 제 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또한 오늘부터 정치활동을 접기로 했다”며 사실상의 항복을 선언했다. 더욱이 “대선관련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특정 대선주자를 뒤에서 응원할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을 일축했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인해 ‘결단력 부족’ 혹은 ‘기회주의적 정치인’이라는 폄훼를 감수해야 했던 고 전 총리. 그의 최대 약점은 무엇이었을까. 무색무취로 일관해 온 고 전 총리의 정치길이 대선구도가 보수대 개혁으로 명확히 양분화 됨에 따라 이도저도 아닌 ‘회색인’으로 규정된 게 빌미가 됐다. 다소 보수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그 동안 고 전 총리는 유신시절부터 공직자로 일해 왔다는 비판에 대해 일일신(日日新)해 오고 있다고 강조해 왔으나 다양한 이념 노선 통합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불가피해 졌다. 또 대선 주자로서의 고 전 총리는 인상에 남을 만한 공약 하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정치 지도자로서의 강한 전율을 남겨주지 못했다. 뒤 늦게 나온 ‘한·일 해저터널 공약’도 야당 대선주자들의 경부운하와 페리열차라는 구체적 공약에 맞서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내던져 온 공약(空約)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렇게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리더십 부족이라는 약점을 결정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리더십 부족, 지지율 하락이 불출마 요인 지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도 불출마 선언의 주된 원인이다. 고 전 총리 자신도 불출마 기자회견문에서 “제 활동의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시인까지 할 정도였다.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열리우리당 탈당의 물꼬를 트겠다는 염동연 의원조차도 최근 고 전 총리측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을 만큼 지지율 부진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 문제였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내 친 고건파 인사들이 주축으로 견인하고 있는 ‘중도포럼’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점도 한 몫했다. 고건 중심의 통합신당창당 구심점이 될 원탁회의 구성조차 안개속으로 빠져듬에 따라 원탁회의 절차없이 신당창당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유력 대선 후보였음에도 자신을 지지해 줄 가시적인 실체가 없었던 점이 피할 수 없는 약점이 된 셈이다. 물론 70세가 넘은 나이도 주요 고려대상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최근 1~2주 동안 이어진 고 전 총리의 잠행기간 동안 건강악화설이 나돌았고 공보관은 단순 독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해 왔다. 특히 고 전 총리측은 지난 16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수개월간 호흡기 질환을 치료받아왔고 현재 완치 단계에 있다”며 중병설을 부인했다. 70대 대통령은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례가 있을 뿐이다. ■ 열린우리당, 범 여권 대선주자는 누구로? 우선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에 가장 타격을 입은 건 범여권이다.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를 주축으로 민주당과의 연대설이 거론돼 오면서 추대의 형식으로 고 전 총리를 여권의 대선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이제는 모두 물거품이 돼 버렸다. 백지상태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것. 반(反)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인식만 남았을 뿐이다. 이에 민주당도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 “중도개혁 신당만이 한나라당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공식 논평을 내고 중도개혁 세력의 대 통합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내 탈당 분위기는 당분간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대안없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가는 손잡을 세력 없는 외부에서 허둥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건 지지층들이 어디로 흩어지느냐의 여부가 정계의 핵심관건이다. 고 전 총리가 노무현 정권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건을 향한 표심은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 제3후보에게 오롯이 옮겨갈 가능성이 많다.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이 그 당사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 두 주자에 대한 2선 후퇴론이 일고 있어 성급한 단정은 무리다. 제3후보론이 힘을 받게 됐지만, 윤곽은 뚜렷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이 직접 발로 나서기에는 무리수가 많다. 이는 고 전 총리의 불출마가 정운찬·박원순·이해찬·유시민·천정배·한명숙·강금실·김두관·진대제 등 범여권 잠룡들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는 것과 연계되는 정도다. ■ 고건 지지세력, 한나라당으로 이전? 또한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장에 의지할 대선주자가 사라져버린데 대해 일시적인 혼란과 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에서는 정동영 전 의장과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몸값이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 전 총리가 중도보수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내 대선주자들에게 표심이 이동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고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는 발언으로 청와대와 대립해 온 것도 표심이 한나라당 후보로 이전될 조짐이 된다. 이에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고건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지지도가 이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미 50% 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이 전 시장 측 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향후 지지율 추이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나라당 내 대선주자 측은 고 전 총리의 불출마가 서로 자신의 세력으로 흡수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을 11개월 남겨둔 연초 정계는 때아닌 백가쟁명의 시대를 도래하게 됐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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