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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재단, 사학법 손해 좀 보면 안 되나?”

이근복 목사, 종교재단에 ‘본연의 자세’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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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호 ⁄ 2007.07.03 14:29:23

사학법 재개정안을 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종교재단까지 논쟁에 뛰어들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교단장협의회,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등 보수 종교단체는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방형 이사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삭발 투쟁과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종단 산하 사학들을 폐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응해 진보 종교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등 개혁성향 종교단체는 21일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라는 일부 보수 종교단체의 목소리는 기득권 챙기기에 다름 아니다”며 “종교의 이름으로 더 이상 사립학교법을 흔들지 말라”고 맞섰다. CNBNEWS는 진보 진영 종교단체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의 이근복 새민족교회 담임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학교를 운영하는 종교재단이 욕심을 버리고 ‘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 개방형 이사제 때문에 종교 교육 못한다는 말은 악의적 왜곡 CNBNEWS: 한나라당이 왜 사학법 재개정안에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근복 목사: 작년 사학법 재개정할 때, 학운위·대학평의회의 개방형 이사 선출은 1/3이었다. 이 기준은 한나라당이 반대해 1/4까지 떨어졌지만, 한나라당도 합의한 상황이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기부입학제 아니었나? 한나라당이 거리로 나가 많이 싸웠는데, 솔직히 사학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투쟁이었다. 한나라당의 이번 싸움도 금년 대선까지 겨냥한 일종의 세력 확대를 위한 과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종교계는 이런 의도가 있다고 할 순 없지만, 분명 한나라당은 ‘좌파종식’이라는 대선 목표가 있다. CNBNEWS: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순진한 종교재단까지 끌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런 뜻인가? 이근복 목사: 지금 보수 종단이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교단은 ‘개방형 이사제 때문에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학법을 재개정해 학교에서의 선교가 크게 훼손된다며 ‘순교할 자세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된 사학법과 종교교육문제는 전혀 별개 문제다. 종교교육은 제5차 교육과정부터 할 수 없게 해놓았다. 사학법과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또, 이사회가 교과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해놓지 않았나? 그리고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정관에 같은 종교인을 이사로 할 수 밖에 없다. 기독교 학교에 스님이 올 수 없고,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사가 올 수 없다는 뜻이다. 개방형 이사제 때문에 종교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말은 무식한 이야기거나 악의적 왜곡이다. ■ 종교재단, 기득권 때문에 사학법 재개정안 반대 CNBNEWS: 하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삭발까지 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 않나? 이근복: 자율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사학은 설립자 친인척이 이사회에 들어오는 등 족벌경영으로 부정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득권 누린 곳도 많다. 1/4에 불과하지만, 외부 이사가 들어가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그동안 폐쇄적인 상황에서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 반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새로운 사학법이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것을 개방시키려니까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니까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말 하겠나? 그래서 개방형 이사제가 선교 목적으로 학교를 세운 취지와 어긋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율성을 들고 나왔지만, 그 전의 관행대로 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현 정권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잘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학이 모두 나쁘진 않다. 건전사학이 있고 부패사학이 있다. 처음에 건전사학과 부패사학을 나누고 부패사학에 대해 투명하게 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처음 법 만들 때 싸잡아 ‘사학은 모두 부패했다’고 하니 감정적인 섭섭함이 맞물린 것 같다. CNBNEWS: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는 주체는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인데, 이 조직이 학교의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근복: 학교 운영위원회에는 학부모도 있고, 학생도 있다. 이들이 학교의 책임주체이니 이 조직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타당하다. CNBNEWS: 하지만, 한나라당은 학교 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두고, 이사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근복: 그러면 옛날 이사회와 다를 것이 뭐가 있나?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는 학교 공공성과 투명성을 살리자는 것인데,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하면 사학법 개정안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 열린우리당 누더기 사학법 창피하지 않나? CNBNEWS: 다음은 임시 이사제에 대해 말해달라. 한나라당은 사학 분규 시 임시 이사를 파견하는 주체를 법원으로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근복: 법원이 될 수도 있고 교육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임시이사가 빨리 파견되어 수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법원은 산적한 사안도 많고 처리에 기일이 오래 걸린다. 그러면 그동안 학생과 교사가 입는 피해가 지속되어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부도 보수적인 집단이라 생각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신속히 처리하고 문제가 있다면 법원에 제소하는 편이 낫다. CNBNEWS: 열린우리당이 낸 사학법 재개정안의 ‘이사장 친인척의 교장취임 제한’ 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이근복: 학교를 세워 교육에 이바지 하려면 거기에 머물러야지,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계속 유지하려한다면 이미 설립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친인척을 넣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학교를 사유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기업만큼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곳도 없지만 사외 이사제를 하고 있지 않나? 학교가 무엇을 그렇게 감출 것이 많아 개방형 이사제를 반대하나? 만약 사학이 싸우려고 했다면 군사정권 때 싸웠어야 했다. 그 때는 꼼짝 못하다 지금 들고 일어나고 있는데 때늦은 일이고 상관도 없는 일이다. 왜 여기다 화풀이하나? 그런 점에서 지금 종교계가 너무 심하게 나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들 정서에 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은 비리사학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열린우리당 입장도 그렇다. 사학법 재개정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개혁입법 중 하나인데, 열린우리당이 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 종교, 자기 것 포기하고 헌신하는 게 본래 뜻 CNBNEWS: 앞으로 진보 종단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근복: 지금 개정된 사학법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우선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 나가면 된다. 그래서 조속한 시일 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를 가지고 보수 종단과 공개토론을 하려한다. 공개토론한다고 한나라당이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이 생각하고 판단할 것이다. 어디가 진실이고, 이론적으로 어느 쪽이 정당성이 있는지 교인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는 너무 폐쇄적이었다. 종단은 사학법 재개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만 모아 이야기했고, 찬성하는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었다. CNBNEWS: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종교 단체에 한 마디만 해 달라 이근복: 이제 종교는 어떻게든 민족과 어려운 사람을 섬기는 위치에 서야 한다. 자기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자기 것을 찾겠다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다. 좀 미흡하고 손해 보더라도 어쨌든 교회는 이웃을 위해, 그리고 사회와 민족을 위해 자기 것을 포기하고 헌신하는 것이 본래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가 이 문제를 통해 종교 본연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중, 채송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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