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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사익 위해 시설물관리업계 초토화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 개정안, 공단 독점이 최종목적
업계 “개정안 통과땐 2,400여업체 면허 반납”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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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호 ⁄ 2007.07.03 14:30:18

혈세먹는 하마로 국민의 허리를 휘게한다는 공기업들. 토지공사·수자원공사 등 몇 몇 공사들의 방만한 경영, 과도한 독과점 등으로 인한 폐해는 국정감사·언론보도 등을 통해 어느정도 알려진 상태다. 이같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1일 기획예산처는 각계 전문가 49명으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수자원공사· 토지공사·주택공사 등 공기업들에 대한 일제 경영감사를 벌인 결과 직원들에 대한 특혜대출 및 선심성 해외출장, 접대비 부풀리기 및 과도한 임금인상 등 방만한 경영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졌음을 최종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토개발, 시설물 안전관리, 에너지 유지, 식량 수급, 수자원 관리 등 그들이 맡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의 총체적 부실로 발전한다면 국가 성장동력 저하 등으로 인해 결국 국가 쇠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들도 내심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공기업들의 노력이 자사 경영시스템 혁신, 임금체계 및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의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민간업체의 영역에 대한 독과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큰 폐단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공공기관은 건설교통부 산하의 산업안전기술공단(이하 안전공단). 이 곳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계기로 1년 후 제정된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을 통해 설립된 공단이다. 당시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원인을 반추해 본 결과 건설업계가 신축·재건축·리모델링 등 건물을 짓는 데만 집중해 있을 뿐 일단 지어진 건물에 대한 유지 및 보수에 관한 산업은 전무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게 된 것. 1995년 재정된 시특법에 따르면 시설물의 유지·관리·보수 등에 관한 사업은 민간 업자에게 시행케 하고 공단은 이들 업체가 제대로 된 유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교육지원 등으로 돕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교량·철도·도로·댐·방파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등은 매 5년 동안 유지관리 업체로부터 안전 진단 및 유지보수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 시특법 개정안에 대한 건교부의 주장 이 법에 따라 2,400여 시설물 유지관리업체들은 수자원 공사로부터 댐 및 저수지, 도로공사로부터 전국 도로망, 철도공사로부터 전국 철도망, 각 지자체로부터 교량 및 건축물 등을 기간마다 수주받아 안전진단 및 유지보수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나 공단측에서는 기술개발 및 교육지원 등 업계에 대한 도우미 역할만을 가지고는 안전공단을 토지공사·수자원공사 등과 같이 키울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민간업체에만 허용돼 있는 안전진단 및 유지 보수 업무까지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건교부에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특법 개정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관련 건교부는 “안전진단업계와 유지보수업계에 일정부분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적용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설물 유지관리 기간을 매 5년으로 정례화 하던 것을 진단업계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번 개정안은 업계 죽이기 위한 악법 그러나 시설물유지관리업계는 “이번 개정안은 결국 지난 10여년동안 키워 온 시설물 안전진단 및 유지관리 업계를 공단에서 독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단이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결국 2,400여 시설물 유지관리업계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시특법 제정 취지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수천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거리로 쫓아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단측은 시설물유지관리업계의 규모에 비해 2,400여 업체는 난립된 상태라며 시특법 개정을 통해 공단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민간업계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더욱 건전화 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특법 개정안에 극성스러운 반대 목소리는 결국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업체들의 볼멘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2,400여 시설물유지관리업체와 안전진단업체 전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시설물협회측은 “언듯 보면 상호 경쟁을 통해 시장이 발전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공단과 민간업체가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를 구축하려면 정부 산하 각 공사들의 유지보수 물건이 공개 입찰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대부분 발주 물건들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서울에서 시설물 유지 보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A씨는 “이미 민간업체들은 공단보다 더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아 논 상태”라며 “하지만 수의계약의 특성상 같은 정부 산하 공단에서 부탁할 경우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공단은 최악의 경우 국민의 혈세로 보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같은 점으로 인해 정부 공단과 민간업체의 경쟁은 그 자체가 불공정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설물 관리 시장의 특성상 전체 수주 물건의 90% 정도가 땜·제방·하천·교량·정부 및 지자체 청사 등이고 나머지 민간에서 나오는 물량도 대부분 아파트 단지, 대형 빌딩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 아파트 단지와 대형 빌딩 등은 시공 건설회사에서 유지 보수 업무를 도맡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정부와 지자체 물건을 공단에서 흡수하게 되면 결국 시설물유지관리업체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이에 따라 수원에서 시설물 유지관리업을 영위하고 있는 B씨는 “차라리 공단에서 독점하겠다고 법에 명시하라”며 “이 법이 통과된다면 나를 포함한 전국 2,400여 업체들은 일제히 시설물 유지 보수 자격증을 반납한 후 회사 폐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시설물유지관리협회의 사무국장은 “B씨의 주장은 전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시장의 모든 물건을 공단에서 싹쓸이 해 간다면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직원봉급·사무실 임대료 등을 꼬박꼬박 지불하며 회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건교부, 업계가 반대 하거나 말거나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에 대해 건교부는 “일단 발의된 법안은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업계의 반발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개정안이 공표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업계의 의견은 입법예고 기간동안 충분히 반대의견을 개진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추진돼 왔을 뿐 아니라 공단 기획실에서 개정안의 최초 초안 문구를 완벽히 작성한 후 건교부에 진행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교부는 이 개정안의 추진 자체를 비밀리에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내 지인 중에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있는데 ‘그가 이같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망하기 전에 빨리 사업 접고 나와라’고 충고해 줘서 최초로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인으로 부터 이같은 정보를 접한 후 협회측에 확인을 의뢰했고 그 때문에 알았던 것. 만약 그 지인이 그냥 넘어갔다면 업계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이 후 업계는 시설물유지관리협회를 중심으로 건교부에 2차례 항의 방문을 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업계는 건교부 관계자를 통해 “업계가 이같이 반발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며 “개정안 중 공단의 민간업무 겸영 부분은 완전 삭제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 이를 위해 입법 절차상 이같은 반발을 입법예고 기간 중 공식 문건을 통해 제출하면 될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다. 이와관련 업계는 “입법예고기간 중 문제의 조항을 확실히 삭제해 줄 것이라는 약속을 문서로 해 달라”고 요청했고 건교부는 흔쾌히 수락하면서 일단락을 지은 듯 했다. 하지만 건교부가 보내온 공문에는 “입법예고기간 중 의견을 표출하면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해 왔을 뿐 문구 삭제 등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과 이달 중순 건교부와 공단은 이 법 개정안 관계자들이 모여 민간업자의 반발을 줄이고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회의를 지속적으로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시설물 유지관리업계는 “건교부가 지금까지 해 온 약속은 그 자체로 거짓말이었고 실제로 업계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남은 것은 대정부 투쟁과 면허반납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처와 산하단체간 커넥션으로 업계 죽이기 전형 건교부의 시특법 개정안 강행추진 배경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낙하산 자리 마련을 위해 민간업계의 영역을 침범한 전형적인 권력남용의 행태”라고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사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인해 2,400여 업체가 실질적으로 면허반납 등을 거친다면 건교부의 입장은 상당히 곤란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를 정부 주무부처와 산하 공단 사이의 커넥션 관계로 보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즉 공무원들이 주무부처에서 일한 후 정년 등의 이유로 퇴직하게 되면 대체로 산하 기관에 스카웃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설물안전기술공단의 경우 건교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리기에는 그 규모와 역할이 너무 협소한 것이 사실. 그러나 만약 이번 개정안이 처리된 후 시설물 안전진단 및 유지관리 업무를 보게 된다면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우선 전국 각 지자체별로 지사를 설립하게 되고 이 곳에서 공단 및 지자체의 안전진단 및 유지보수 업무를 독점하게 되면 토지공사·철도공사 등도 부럽지 않는 공단으로 커진다. 일단 공단의 규모가 커지고 수익구조가 대폭 향상되면 그만큼 건교부의 낙하산 인사를 받아 줄 인사 수요처도 증가하기 마련. 또한 공단의 재정 및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한 민간업계의 붕괴는 논외의 사항. 이와관련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법안 처리가 전형적인 권력남용의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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