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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천정배·김한길, 이번에는 같은 길 갈까

‘정책’·‘노선’의 천정배…‘틀 깨자’는 김한길의 같지만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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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호 ⁄ 2007.07.03 13:34:20

지난 달 22일 임종인 의원의 전격 탈당을 필두로 일종의 ‘쓰나미 현상’으로까지 불렸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러시가 12일 김태홍 의원의 탈당을 기점으로 일단 잠복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잠복기라고 해봤자, 길어야 1주일에서 1개월 정도까지에 불과하다.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그간의 논의대로 ‘대통합신당’이 결의되고 나면, ‘성질 급한’ 의원들이 너도 나도 당을 뛰쳐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불러주는 곳도 있고, 갈 곳도 있다. 바로 2월 12일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로 등록된 ‘중도개혁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대표 최용규 의원. 이하 통합신당모임)’이 손짓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뚜렷한 개혁·진보 성향이 아닌 의원들에게 구미가 당긴다. 이 외에도 이미 탈당한 천정배 의원이 주축이 된 ‘민생정치모임’도 개혁성향의 탈당파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진영은 개혁과 진보를 앞세운 의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정책’·‘노선’ 위주의 통합신당 추진하는 천정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천정배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3대 주역으로 손꼽히는 이른바 ‘천·신·정’ 중의 한 명이자 당내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이다. 그런 천 의원이 탈당했을 때 당내의 ‘친노그룹’의 반응은 즉각적이고도 직접적이었다. 창당 주역이자 당의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개혁·진보 성향의 모임인 ‘신진보연대’를 이끌고 있는 신기남 의원은 천 의원의 탈당 전날인 지난 1월 27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천 의원만큼은 탈당하면 안된다”고 적극 만류했다. 또 ‘친노직계’의 대표격이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당시부터 천 의원과의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았던’ 이광재 의원은 천 의원의 탈당 다음날인 1월 29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천 의원은 오히려 나가는 사람을 말려야 한다. 그게 인간의 도리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팔아서 표를 얻은 바 있는 천 의원이 어떻게 당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탈당을 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른바 ‘친노 그룹’에서 천 의원보다 먼저 탈당한 임종인·이계안·최재천 의원의 탈당 때와는 달리 천 의원의 탈당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천 의원이 가지고 있는 ‘개혁적인 소신파’ 이미지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립각’이 탈당파 중 제일 무딘 것도 천 의원이 집단탈당파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천 의원은 “무리한 당·정·청 분리가 당으로 하여금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결과를 낳았다”는 발언 이외에는 노 대통령을 공박하지는 않고 있다. 또 향후 추진될 ‘국민대통합신당’에 대한 시각도 집단 탈당파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천 의원은 “정책과 노선을 통한 통합신당 추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 문제에 대해서도 천 의원은 “개별적 판단에 의한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 의원은 탈당 후 자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탈당한 의원들을 모아 ‘민생정치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에는 우윤근, 이계안, 이종걸·정성호·제종길·최재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신당이든 원내교섭단체든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며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들은 2월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김한길 의원 주도 집단탈당파의 용인 워크숍에 참여했다. ‘교섭단체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사안별로 연대는 한다’는 게 천 의원 측의 입장이다. 천 의원은 그러나 김한길 의원 등에 대해서는 “공통점을 논의해 봐야 한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상황 변화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입장차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천 의원은 “우리 모임은 생각을 같이한 의원 협의체로 출발했다”며 “모임 자체를 가지고 교섭단체의 근간으로 삼아 등록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통합신당파와의 차이를 지적했다. ‘거짓 이혼’ ‘위장 이혼’이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에 대해서 천 의원은 “7명 의원 각자 자기 정치 생명을 건 결단을 했다”며 “현 상황에서 민생평화 개혁 세력 전진시키고 대선 승리 밑거름 되고자 하는 충정에서 개별적으로 탈당했다”고 부인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남북화해 지향 등 큰 노선과 비전에 있어 (우리당과)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 정책에 들어가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우리당과의 선긋기’를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자”는 김한길 천정배 의원에 비해 김한길 의원은 한 발 더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에는 현역 의원이 아닌 기획단장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숨은 주역’인 셈이다. 17대 총선 이후 당 원내대표를 역임하기도 한 김 의원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통합신당’을 주장해왔다. “열린우리당의 틀로는 안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 포기’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언급해왔다. ‘통합신당’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천 의원과 다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틀을 벗어난 자유지대에서의 신당 창당”을 주장한다. 즉,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해서만이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통합신당의 밑그림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탈당파에 의한 원내교섭단체 구성’ 역시 김 의원이 천 의원과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간 김 의원은 ‘집단 탈당 후 교섭단체 등록’을 주장해왔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염불(통합신당)보다는 잿밥(국고보조금)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의원 등 집단 탈당파는 2월 12일 ‘중도개혁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대표 최용규 의원, 통합신당모임)’을 구성하고,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했다. 이 통합신당모임의 성격은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민생정치모임’에 비해 보수와 중도 쪽으로 한 발 더 기울고 있다. 새 교섭단체에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강봉균·양형일·이근식·최용규·이종걸·노웅래·조일현·조배숙 의원 등의 주요 인사들이다. 또 여기에는 정동영 전 의장계열로 분류되고 있는 전병헌 의원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신진보연대 측은 이들의 집단탈당 직후 긴급성명에서 “정동영계”라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탈당 다음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탈당을 결행한 의원들의 가장 큰 동질성은 열린우리당의 틀을 유지한 채로는 진정한 대통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중도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밖의 자유지대에서 싹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별한 정책에 대한 같은 생각이나 이념적 동질성이 이번 탈당을 결행하게 만든 원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통합의 방법에 대해서도 이들 ‘통합신당모임’은 ‘선 외연확대 후 노선정립’의 구상을 가지고 있다. 모임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우리는 통합신당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교섭단체라는 느슨한 울타리를 가진 상태에서 비정치권의 훌륭한 많은 분들을 찾아 신당 창당의 주역이 되도록 옆에서 도와드리면 되겠다”고 교섭단체 구성에 큰 의미를 두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2월 14일 열린우리당은 당의 진로를 최종 확정할 전당대회를 연다. 그간 몇 번에 걸쳐 열렸던 전당대회와는 달리, 이번의 전당대회는 당의 ‘폐업’을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당대회 성사를 둘러싼 이런 저런 잡음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전당대회 성사를 위해 당 지도부가 편법을 쓰고 있다(이상민 의원)”, “30여명의 국회의원이 탈당을 해서 원내 제2당이 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대의원의 참석 의지도 매우 약해져있는 것도 사실이다(우원식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등,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하나 둘이 아니다. 게다가 정세균 당 의장 후보의 역할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당의 공식적인 해체와 대통합신당으로 가기 위한 한시적인 의장이기 때문이다. 12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태홍 의원은 “전당대회 후에 탈당하는 것은 더욱 모양새가 사나울 것이기 때문에 먼저 탈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전당대회의 성사여부에 상관없이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존재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김근태 당의장과 정세균 당의장 후보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성사’에 대한 공개적인 맹세를 매일 같이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3년짜리 100년 정당’의 ‘공식적인 폐업’을 전후해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김한길과 천정배 둘 중 누구의 길에 자신의 발자국을 올려놓을지는 우리 정당사의 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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