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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심 폐암환자 가족 패소…법원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 항소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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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호 ⁄ 2007.07.03 13:39:05

지난 1999년 제기되어 7년여를 끌어온 국내 첫 ‘담배소송’이 폐암 환자들의 패소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원고와 피고는 200여 차례씩 자료를 냈고 재판부는 4차례나 바뀌었으며, 처음 소송을 낸 7명의 암 환자 중 4명이 재판 도중 사망했다. 법원은 “폐암·후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조경란)는 지난달 25일 김모씨 등 폐암 환자와 가족 등 32명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에 대해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폐암과 후두암이 피고가 판매한 바로 그 담배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니코틴 중독으로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가 제조·판매한 담배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역학적 인과관계는 집단을 대상으로 볼 때 다른 요인들이 모두 같다는 가정 아래 추출한 특정 요인과 질병 사이의 통계적 관련성이므로, 이를 특정 개인의 구체적 질병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는 개별적 인과관계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고측인 배금자 변호사는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KT&G의 경고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며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KT&G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며 “흡연과 폐암 등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이는 그동안 현대 예방의학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던 흡연의 일반적 위험성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패소한 원고측이 즉각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어, 또 한번 ‘흡연’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 재판부의 결론은 쉽게 말해 원고 개인의 폐암이 흡연에 의해서만 생겨났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금자 변호사는 질병의 유일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학적 인과관계 연구라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폐암의 가장 주된 원인이 흡연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나머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원인을 무시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인측은 항소심에서 원고 개인의 구체적인 인과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배 변호사는 2심에서는 담배첨가물에 대한 정보공개도 청구할 계획이다. 1심 때는 KT&G 측이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기업비밀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공개하도록 명령했고, 미국에서는 암모니아가 첨가물로 들어간 것 때문에 더 중한 판결을 받았다. 또 배 변호사는 KT&G 담배 성분의 FDA 의뢰도 검토할 예정이다. 결국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항소심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항소심에서 1심과 다른 결론이 나더라도 피고측이 상고할 것으로 보여, 결국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티즌 64% “담배소송 결과 동의 못해” 의사협회 “담배가 폐암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담배소송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네티즌 5명 가운데 3명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여론조사 업체 폴에버(www.pollever.com)가 네티즌 1,448명을 대상으로 담배 유해성 논란과 관련한 담배소송에 대해 조사한 결과 63.9%(925명)가 “국가와 담배회사에 대해 항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환자에 패소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36.1%(523명)이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달 28일 논평을 통해 “담배가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이미 관련 학계에 충분히 보고된 바 있다”며, “폐암이나 후두암이 흡연 때문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자칫 국민들에게 그릇된 보건의식을 심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흡연으로 인한 각종 건강 상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범국민 차원의 금연운동을 비롯하여 담배값 인상 등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 중이지만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담배소송과 관련된 이번 판결이 흡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정부가 대대적인 금연운동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 담배회사 책임 강화 움직임 일본과 유럽권은 아직 흡연자 책임에 비중 담배에 대한 소송은 1954년 미국 의사 쿠퍼가 담배 연기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미국의 개인 흡연자는 그해 첫 담배소송을 냈다가 패했다. 이후 담배회사들은 1998년 최초이자 최대 패배를 당했다. 필립모리스 등 4대 담배 메이저와 40개 군소 회사들은 25년에 걸쳐 2460억달러를 46개 주 정부에 배상하라는 법원 조정을 받았다. 지난 2003년 배심원들이 “담배회사는 흡연자의 금연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5억9000만달러를 지급해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최근 항소법원은 프로그램의 대상자를 88년 이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한 발 후퇴한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에서 흡연자 승소 사례는 31건에 이르며, 현재 8000여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국 담배 소송의 경우 초기에는 흡연과 폐암 등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지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했으며, 이후 흡연자가 피해를 감수하고 흡연했다는 ‘위험감수론’을 중심으로 판단했다. 이 당시 원고가 대부분 패소했다. 그러나 1994년 이후부터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과 해악성을 연구한 문건이 내부자 고발로 공개되면서 승소판결이 늘었다. 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과 오리건주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미로 각각 5000여만 달러와 7000여만 달러를 흡연 피해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담배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간혹 있지만 아직까지는 흡연자들의 승소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110만 명의 흡연자들이 ‘라이트’, ‘저타르’ 등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근 미국 법원은 담배회사측이 흡연의 해악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책임’에 역점을 두고 흡연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편, 일본과 유럽 각국의 법원들은 흡연자의 책임을 묻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해 “흡연으로 폐암 등 질병에 걸렸다”며 환자와 유족 6명이 일본 담배회사 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소는 “흡연은 흡연자의 자유의사”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법원도 2003년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 유족이 “흡연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담배회사 알타디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독일 아른스베르크 지방법원은 2003년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모든 사람이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기각했다. 선진국, 흡연 문화 규제 강화 추세 금연 공간 확대, 담배 광고 규제 등 그러나 세계 각국은 금연을 위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국가적·사회적 금연 캠페인 등 금연문화 확산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부터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금연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들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올 2월 1일부터 학교·공장·사무실 등 주요 공공장소에 17만5,000명의 ‘흡연단속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식당과 바 등 일부 업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되며, 위반 시 68유로(약 8만8,000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도 메인주에서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타고 있는 자동차 내 흡연 규제법이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가 탑승한 자동차 안에서 담배를 피운 성인에게 45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상원에 제출되어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홍콩은 올해 1월1일부터 식당·술집 등 모든 실내 영업장과 공원·놀이터·버스정류장 등의 실외 공공장소 등 50만 개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최고 5,000홍콩달러(약 6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담뱃갑 전면에 구강암 때문에 왼쪽 뺨이 분화구처럼 흉물스럽게 패인 남자의 사진을 절반 크기 이상으로 인쇄해 놓았다. 그리고 아래에는 ‘구강암의 92%가 흡연 때문에 발생합니다’라는 경고문구가 달려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담배 및 흡연과 관련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KT&G의 라디오 광고에 대해 방송불가 결정을 내린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KT&G는 라디오는 물론 2005년 이후 중단한 TV광고와 방송 캠페인도 재개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도 흡연 규제 강화 법안 추진 중 통과는… 글쎄? 우리나라에서도 금연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담배 경고문구 강화와 흡연 규제 강화 법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지난달 29일 담뱃갑에 그림으로 된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흡연과 질병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흡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관련된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이 담배에 함유된 벤젠·비소·카드뮴 등 11가지의 발암물질을 담뱃갑 앞면과 뒷면에 구체적으로 명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 법안은 박 교수가 각계각층 인사 158명의 뜻을 모아 지난해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국민 입법 청원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 이 법안은 담배의 제조·매매·수출입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완전 추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교수가 입법 청원한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이다. 한편, 담배 가격 인상과 금연 공간에서의 위반시 처벌 강화 등 금연을 위한 정책들에 대해 흡연자들의 반발이 큰 가운데, 금연 문화 확대를 위한 이들 법안이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담배문구, “경고성 낮다” 지적 법원, “결함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KBS의 ‘추적60분’은 지난달 31일 ‘KT&G를 아십니까’ 편에 이어, 이달 7일 방송에선 소비를 부추기는 우리나라 담배 마케팅을 집중 조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국담배인삼공사는 2003년 민영화 이후 기업이름을 KT&G(케이티엔지, Korea Tomorrow & Global)로 바꾸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서태지·조PD·조승우 등 인기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드는가 하면, 젊은층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농구 구단까지 운영하고 있는 실정. 제작진은 담배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있는 유럽의 담뱃갑에 비해 정도가 약한 국내 담뱃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캐나다와 호주·싱가포르·벨기에·브라질 등에선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경고사진을 넣고 보다 강력한 경고문구를 실어 흡연율을 낮추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그러나 우리 담뱃갑의 경고문구는 반대로 점점 순화되어가고 있다. 2003년 ‘지나친 흡연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던 것이,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로 바뀌었다. 한국금연운동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세계 최초로 사진 경고 표시를 실시한 캐나다의 경우 사진 경고 1년 후 실시한 조사에서 흡연 응답자의 90%가 담뱃갑에 인쇄된 흡연 경고를 인식하고 있으며, 44%는 이런 적나라한 사진이 금연 동기를 증대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와 같은 담뱃갑의 경고문구에 대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은 “외국에 비해 경고문구가 너무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8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200명(흡연자 310명, 비흡연자 89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8.7%의 조사 대상자들이 “건강을 해치는…” 경고문구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현재 브라질·싱가포르·캐나다·태국·호주와 같은 국가들은 암에 걸린 폐 사진 등 자극적인 ‘그림(사진) 경고문구’를 담뱃갑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EU도 40여 개의 그림 경고문구 안을 만들어 담뱃갑 표시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이번 담배소송 1심 재판부는 현재 표시되고 있는 우리나라 담뱃갑의 경고문구에 대해 “경고의 정도가 관련법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높은 편에 속하므로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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