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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무노조 경영’에 반기 들다

삼성 비정규직·하청노동자, 노조설립 봉쇄·정리해고 맞서 공동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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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호 ⁄ 2007.07.03 09:29:37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청노동자들이 뭉쳐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삼성에 맞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시작했다. 삼성SDI 사내하청노동자 등 삼성을 원청으로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삼성 비정규·하청노동자 공동투쟁단’은 5월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회,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공동 투쟁’을 선포했다. ■ 노동자 생존권보다 앞선 ‘기업 이윤’ (주)쎌콤(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은 삼성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생산하던 업체로 올해 1월부터 40~50대 여성노동자를 정리해고하기 시작해 3월 말 완전히 폐업했다. 이는 원청업체인 삼성이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를 중국에 있는 업체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쎌콤 측은 10년 이상 거래해 온 협력업체였지만 원청업체인 삼성SDI의 계약해지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이 곳에서 일하던 생산직 노동자 300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일자리를 잃은 한 여성노동자는 “삼성의 행태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을 파괴해도 된다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삼성은 셀콤노동자들의 저임금 덕으로 핸드폰 장사를 잘 해왔다”면서 조금 이윤이 더 나온다는 이유로 중국 물건을 써야하니 셀콤은 문을 닫는 천박한 장사꾼 심보로는 절대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10년 일했던 노동자의 월 통상임금은 지난해 기준 68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 비정규·하청노동자 고혈로 이익 얻는 행동은 소인배나 할 짓 10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의 노동조합 파괴실력은 그룹 창립 이래 70년간 부동의 세계 1위”라고 말했다.

특히 노 의원은 “비정규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 이익을 얻는 것은 소인배나 할 짓”이라고 삼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삼성은 자신들의 무노조경영 지침을 하청업체에도 강요한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코레노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시도에 대한 삼성의 대응은 대량해고였다”고 꼬집었다. 하청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거래중단과 계약해지를 무기로 하청업체에 제품단가를 이른바 ‘후려치기’하고 있는 삼성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 의원은 “하청업체는 제품단가 인하 압력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며 “삼성의 하청업체인 쎌콤에서 10년째 근무한 노동자의 임금은 겨우 월 68만원”이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삼성은 사내 하청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려먹고 무더기 정리해고를 한다. 더 많은 이윤을 내겠다고 사내기업 폐쇄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다. 삼성 SDI 울산공장이 대표적”이라며 “삼성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마음껏 유린하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래서 삼성엔 노조가 필요하다 휴대폰 위치추적 등 인권침해와 어용노조를 통한 노조설립 시도의 원천봉쇄로 악명 높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일본과 합작한 한국니토옵티칼-삼성코레노(경기도 평택시 소재)에서 노조 설립 관련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삼성코레노(아래 삼성코레노)는 PDP생산 하청업체로 연매출 4,000억원에 달하는 실적을 보였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상식 이하였다. 이 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확인해 통계를 내고 현장게시판에 공고하는 인권유린을 당했다. 삼성이 정한 납기일과 품질을 맞추기 위해 하청노동자들은 잔업과 휴일특근을 강요받기도 했다. 법이 보장하고 있는 생리휴가를 썼다고 벌을 받고 계단 청소를 하는 일도 있었다. 입사한 지 2년 1개월만에 해고당한 노경진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장은 ‘노조가 있어야 이런 꼴을 안 당한다’는 다짐을 하고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는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무시무시한’ 삼성에서 노조를 한다는 노 위원장의 말에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코레노 사측은 4명은 어용노조를 만들어 현행 노조법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는 조항을 이용했다. 최근 사측의 권유로 4명이던 노조원이 20여명으로 늘어 임금단체협약까지 끝마쳤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20명이 전부인 노조가 1200명을 대표하는 것도 의문이지만 노조가입서·가입선전물 한 번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삼성SDI 울산 브라운관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원청업체인 삼성의 계약해지로 인한 정리해고 광풍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삼성은 차기 주력 브라운관을 PDP에서 LCD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삼성 브라운관 사업 사내기업인 ‘하이비트’, ‘명운전자’, ‘세창테크’ 등 사내기업이 잇따라 문을 닫는 상황을 맞았다. 금속노조 측은 “총 3,000여명 이상의 구조조정의 광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 법원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인정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보호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원청업체들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로 인해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 관심을 끌었다. 서울고등법원 특별5부(재판장 조용호)는 현대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이행 의무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근무시간 배정, 노무제공 형태 및 방법, 작업환경 등을 결정하고 있었고, 작업 전반을 지휘·감독해 근로계약서상의 사용자인 하청업체와 같은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따라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 정하는 지배·개입의 주체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속해 ‘C급노동자’로 살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판례가 아닌 노조법 관련 조항의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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