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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폐품노동자 취급하지 마세요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 ‘삼성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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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호 ⁄ 2007.07.02 13:29:47

‘삼성이 우리를 폐품처럼 버렸으니, 이제 우리가 삼성 제품을 삼성 본관 앞에 버리겠습니다’ 삼성에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하청노동자들이 7일 서울역 광장과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독특한 상징의식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 비정규·하청 노동자 공동 투쟁단(아래 삼성공투단)’ 노동자 20여명이 이날 서울역 광장 앞에서 진행한 상징의식의 이름은 ‘폐품 처리되는 노동자, 폐품 처리되는 삼성제품, 그리고 삼성 버리기’였다. 삼성공투단은 “소모품이 된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삼성제품이 하청·비정규·해고자들의 손으로 버려지는 것”이라며 “폐품이 된 삼성제품은 삼성 본관 앞에 쌓여져 삼성의 신화가 끝났음을 상징하는 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휴대전화, 텔레비전, PC모니터 버리기’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삼성 버리기’ 행사에는 삼성이 만든 냉장고·텔레비전·휴대전화·컴퓨터 모니터·전자레인지 등이 등장했다. 삼성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은 광장에 놓인 삼성 제품들을 망치로 부순 뒤 미리 준비한 트럭에 ‘잔해’들을 실었다. 해고노동자 송수근 씨(44)는 “저희가 수십 년을 일해 온 삼성이 당장 망하기를 바라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회사가 요구한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우리는 삼성으로부터 여기 놓인 폐품 취급을 받고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며 서울역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 경찰, “당신 집 앞에 쓰레기 버리면 좋겠어?” 서울역 광장에서 시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끝낸 이들이 향한 곳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이었다. 삼성공투단은 폐품이 된 삼성 제품들을 삼성 본관 앞에 쌓아놓고 약 10여분 동안 상징의식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삼성 측에서 나온 경비원들은 공투단 관계자들이 트럭에서 삼성 제품을 실어 내리는 것을 막았다. 전경 버스 3대가 삼성 본관과 삼성생명 건물 사이 좁은 도로에 들어섰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폐품처리 신고를 미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럭 위에 놓인 물건에 시위성 문구들이 붙어 있기 때문에 불법시위로 볼 수 있다”는 자의적인 판단까지 더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당신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면 기분 좋겠어”라고 덧붙였다. 공투단 관계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상징의식 좀 하고 미리 준비한 차에 깨끗하게 실어가겠다는데 왜 안 되는지 이야기 좀 해 주소”, “경찰은 재벌을 비호하지 말아라”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삼성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은 한 시간 가까운 실랑이가 오갔지만 끝내 삼성 본관 앞에 삼성 제품을 버리는 상징의식을 치르지 못하고 미리 준비한 폐기물 처리 차량에 행사를 위해 준비한 삼성 제품들을 옮겨 실었다. 지난 달 10일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성사’시킨 것으로도 뉴스가 될 정도로 성역이 되어버린 ‘삼성 본관’ 앞은 집회하기 어려운 장소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이 곳에서 벌어진 삼성공투단의 ‘삼성버리기’ 행사는 삼성 비정규·하청 해고 노동자들의 처지와 삼성의 실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은 몸부림이었다. 최성규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들은 제대로 된 연대도 하지 못하고 삼성이라는 자본권력에 맞서고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이라는 ‘원칙’이 삼성에서 일하다 무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쫓겨난 비정규·하청 노동자들의 원직복직 투쟁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스처리======== “삼성이 지금까지 적자 한 번 낸 적 있습니까?”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삼성 제품을 버리는 ‘삼성버리기’ 행사를 진행하던 7일.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해고노동자 송수근 씨(44)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 씨는 삼성의 무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한 명으로, 노조설립을 거부하는 사측에 맞서 ‘노사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노조위원장 역할로 사측과 단협을 시도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해고’였다. 송 씨는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지난 87년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삼성이 추진한 사내기업 등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에 반대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본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했던 그였지만 이로 인해 회사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당시 삼성이 송 씨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가운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보았기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본관 앞 항의 시위를 위해 상경한 그에게 회사 측은 ‘무단이탈’이라는 이유도 붙였다. 98년 9월 해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약 9년 동안 원직복직 투쟁을 해왔다. 두 번에 걸쳐 명예훼손을 당했고 2년 가까운 옥살이도 견뎌야 했다. 송 씨는 “삼성 회사 관계자들이 나와 집회나 시위에서 내가 하는 발언을 녹취하고 그것을 문서로 보여주었는데, 정말 엄청난 양이더군요”라며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삼성의 노동자들에 대한 상식을 벗어나는 감시활동을 비판했다. 그는 “삼성SDI 수원공장을 폐쇄하면서 3,000여명이 계약해지를 당했습니다”며 “노조가 있었다면 회사가 절단날 정도의 무지막지한 구조조정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송 씨는 “삼성이 그동안 적자를 낸 적이 한번이라도 있습니까”라며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을 한다면 노동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고 수 천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삼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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