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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노동시간, 절반의 임금

비정규직 관점에서 본 장시간 노동 세계 2위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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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호 ⁄ 2007.07.02 13:30:02

주 5일제는 과연 모든 노동자들의 여가생활을 늘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을까? 적어도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제의 혜택은 아직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 노동시간에서도 차별 받는다 2003년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했다. 2004년 1,000인 이상 사업장, 금융·보험업, 정부투자기관에서 시작한 주 40시간제는 올해 7월 50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적용된다. 그러나 2011년이 되어야 20미만의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까지 주 40시간제가 적용된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6년까지 임금근로자의 약 27%만이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범위에 포함되고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55%를 차지하는 20인 미만의 중소기업의 경우 2009~2011년 사이에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이런 사업장 규모별로 적용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낮은 임금, 낮은 사회보험 적용률, 열악한 노동조건,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측면에서도 차별받고 소외된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을 빼고 장시간 노동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국과 비교하면 비정규직 가운데 자발적인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비율은 낮은 반면 임시직과 기간제 노동자들의 비율은 높다. OECD 회원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약 27%로, 이 가운데 16%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다. 김성희 소장은 “OECD 비정규직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발적 성격의 파트타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규 차별 규모는 양적으로 2배에서 3배로 늘어나며, 임금의 과도한 격차까지 감안하면 차별 지수는 8배까지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부문에서 늘어나는 비정규직은 사회적인 파급력을 생각할 때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한국비정규센터 조사에 따르면 산업별 비정규직 비율 중에 금융부문의 경우 2004년 정규직 비율이 54.7%였던 것이 2005년에 50.6%, 2006년에 45.6%로 2년 연속 그 비중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공공부문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희 소장은 “공공이나 금융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 층에서 비정규직 증가는 이 부문의 고용의 양극화로 인해 전반적 고용 양극화를 촉발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증가와 차별 심화를 억제하는데 전혀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조사한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장시간노동, 일과 가족 관계를 깨뜨린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5년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05)’에서 외국 사례를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장시간 근로는 수면부족·졸음·제품의 불량률과 산업재해율 증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당 50~6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 심혈관계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면역기능의 저하’, ‘위장장애’ 등 신체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장시간노동은 음주·흡연·나쁜 식습관을 불러오고, 가족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일과 가족 간 대립관계를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야간근로의 금지’,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예측 불가능한 근무시간 배정 금지’, ‘초과근무의 제한’, ‘규정외 근무에 대한 건강관찰 시스템 도입’,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한 위험요소 점검’, ‘사고감시시스템의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의 원인은 어느 일방의 책임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특성과 여가보다 소득을 선호하는 근로자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OECD조사에서도 소득과 여가를 선택하는 조사에서 소득을 선택하는 결과가 절반 이상”이라며 “여가와 소득은 쌍을 이루는 것이지 따로 고려하는 것은 신고전파 경제학자 머릿속에서나 있는 현실에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박스처리================ 국제노동기구(ILO) 한국 장시간 노동빈도 세계 2위 국제노동기구(ILO)가 7일 발표한 ‘전세계의 노동시간’에 따르면, 2004∼2005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세계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빈도’(incidence of long working hours)는 49.5%로서 페루(50.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ILO 관계자는 “선진국은 노동시간 위주에서 자본집약적 방식이나 작업조직의 개편 등을 통해 확보하는 쪽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도 노동시간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일반 제조업에서는 연장근로를 통해 소득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있고 화이트 칼라의 경우에도 조직의 문화로 인해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대체로 후진국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생산성 및 양성 간 평등성을 제고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과 가족의 생활, 산업재해의 감소 등에 보탬이 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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