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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과연 축머리를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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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호 ⁄ 2007.07.09 13:05:57

말이란 전달 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흔히 ‘문맥’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렇게 단락된 언어의 해석 오류를 피하고 그 말의 뜻을 전체 문장 속에서 찾고자 할 때 필요한 개념이다. 역으로 누군가의 말과 글을 공격하려 할 경우, 일부 단어나 일부 문장을 발췌해 해석을 가한다면 효과적인 공격이 된다. 제 3자는 표현이 갖는 일반적 의미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일반적 인식 구조 위에 앞뒤 문맥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표현을 놓는다면 효과적으로 오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말들의 풍경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회에서 사용한 ‘그 놈의 헌법’을 놓고 찌라시 언론들은 심심하면 기사 제목에 또 칼럼에 찜쪄먹고, 데쳐먹고 비벼먹고 있다. 과연 이 표현이 헌법에 대한 경멸적 의미를 담고 있거나 헌법의 규범적 의미를 평가절하하기 위한 표현이었을까. “대통령 이제 좀 할만 해서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헌법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농담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즉 하나의 레토릭에 불과한 것임은 초등학교 3년만 다녀도 알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르는 척, 제목에 ‘그 놈의 헌법’만 반복한다. 우리 말, 참 어렵기는 하다. 그래서 찌라시들이 자기 입맛에 따라 요리하기도 쉽다.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은유적으로 해석해주고, 은유적으로 말한 것은 직설적으로 풀이해주면 그만 아닌가. 단어 하나 뚝 떼어서 한사람 매도하는 것은 일도 아닌 세상이다. 김두관 전 장관의 발언이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나 역시 기사 제목만 보고 “이 사람이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 그런데, ‘참여정부의 암흑기’라는 말을 곰곰 씹어보니 정신이 나간 정도는 아닌 듯했다. 뒤집어 말하면 참여정부의 여명기 중 유독 이해찬 총리 시절이 암흑기였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려고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이 맞건 말건, 적어도 정신 나간 말로 매도될 말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는 암흑기”라는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중의 암흑기”로 이해한다면. 그 정도 잽도 허용 안 되는 게임이라면 관중들, 다 집에 간다. 글 좀 잘 읽으시라. ■ 김두관의 오버와 유시민의 고요함 그 속내 노 대통령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두고 딱 두 번 언급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동일하다. “걔가 왜 범 여권이니?” 거기다 두 번째는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걔는 반한나라당 후보잖아?” 참 이상하다. 이건 노무현의 어법이 아니다. 그 옛날 김중권에게 쏘아붙였던 “기회주의자는 포섭의 대상일 뿐, 지도자로 모시지 않는다”는 말과 그 톤이 확 다르다. 이렇게 해석해보자. 일단 노 대통령은 현 대선 정국에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은 바둑으로 치면 축머리다. 훗날 바둑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기국 초반에 엉뚱한 곳에 한 점을 살포시 놓는다. 잘 되면 반대편에서 걸린 축이 이 축머리에 걸려 작살이 나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 한 점은 두고두고 노림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40~50대들에게 이상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 중 적어도 한나라당은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손학규에 대해 “그 정도면 괜찮지” 하는 반응이 퍼지고 있다. 이 반응은 점점 이명박의 지지세와 고건의 지지세를 향해 약진하고 있다. 눈치 빠른 의원 나리들은 벌써 몰려들고 있다. 왜? 신기하거든. 이 열세의 판에서 두 집 내서 자생하는 게 신기하거든. 그러니 아직 한집도 못 내거나 겨우 한집 내고 생을 장담 못 하는 거시기들이 돌을 연결해 보려고 난리를 치는 거고. 반면 열린우리당의 후보들은 아직 두 집 내지고 못 하면서 각자 생을 도모하는 형국이니, 이해찬이 확실하게 평정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이해찬에게 집을 하나 얹어줘야 할 유시민은 아직도 눈만 껌벅거리고 있고, 지지자들은 그들대로 헷갈리기만 하고. 단일화도 양 당사자가 각생을 하고 있어야 가능하지, 한 집짜리가 집도 없는 세력과 섞여서 이겼다고 큰소리친들 두 집짜리가 눈이나 깜빡하겠느냔 말이지.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주자 중 하나가 두 집을 만들어 독자 생존을 해야 할 텐데, 유일한 방법은 유시민이건 이해찬이건 어느 한 쪽을 손들어주는 것이리라. 아마도 김두관의 오버 섞인 말은 그런 전선을 만들어내려는 고육책 정도로 이해하면 되고, 유시민의 고요함은 일단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액션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결국 두 집을 낸 손학규와 이해찬의 단일화 과정이 남았는데,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스코어 손이 유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정치상황은 아직도 가변성이 많고 시간도 많이 남았기에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그 막판을 염두에 둔 축머리를 두고 있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요긴한 착점이 될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축머리 나는 언젠가 천정배와 김근태에게 ‘사통팔달을 꿈꾸지 말고 귀살이를 해서라도 먼저 두 집을 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근태는 결국 귀살이를 포기하고 한집 반을 내고 있던 손학규에게 반집을 내줬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 눈에는 김근태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흑 일색의 판에서 두 집을 낸 백이 등장한 셈이니까.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 이명박의 전력 때문만은 아니다. 손학규라는 대체재가 등장한 탓도 크다. 결국 한나라당은 무게중심이 이동 중이다. 이걸 감지한 언론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사자성어 ‘이이제이’의 전형적인 상황이다. 한나라당 출신의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고, 두 집짜리 손학규가 커다란 흑집을 갈라치고 있는 모습이다. 알다시피, 이명박은 대선 후보가 아니면 아무런 정치적 자산이 없는 사람이고, 박근혜는 설사 대선 후보가 안 되어도 일정한 자산이 있는 정치인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질길까? 일단 난 박근혜에게 100원 걸겠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본선 경쟁력은? 그게 문제다. 박근혜로서는 본선에서 지더라도 야당의 권력자로서 또 그 측근들은 여전히 영남의 맹주로 살아갈 수 있는데, 과연 이 싸움판에서 야수의 위용을 보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결국 가장 근접한 사람은 손학규인가. 충분히 개연성이 높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이 판에서 손학규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다. 아니 그럼, 독립변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축머리를 주목해야 한다. 누군가 손학규를 축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면 그가 독립변수가 되는 것이고, 축으로 모는데 실패한다면 손학규는 승리하지만 판은 다국적 연합군의 손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한집을 가진 유시민이나 반집을 가진 천정배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단 그들은 축을 만들어낼 뿐, 승리의 당사자는 될 수는 없다. 아니다. 그 둘 중 하나가 당사자가 될 방법은 딱 하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니…. ■ 우리는 이미 노무현 식 정치에 길들여져 있다 노무현 정부 계승론이 회자되고 있다. 웃긴다. 누가 되든 참여정부를 넘어서려고 할 것이고, 반면 아무리 참여정부를 넘어서려고 해도 결국은 승계하지 않고는 국정을 이끌 수는 없다. 비노니, 반노니 떠들어봤자 역사의 흐름은 그 시대와 국민이 결정한다. 최창집 같은 치매진보야 ‘김대중 정부보다 후퇴한 노무현 정부, 김영삼 정부보다 후퇴한 김대중 정부’ 따위의 헛소리를 하는 것이지, 시대를 넘어 흘러온 그 물줄기가 되돌려질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노무현 식 정치에 길들여졌다. 노 대통령에 환호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이미 빠져든 패러다임이다. 이 변화에 반동하는 세력의 허용 최대치는 46%다. 참여정부 계승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너무 몸 버리고 마음 버려가며 징징대지 말고 바둑 관전이나 잘 하시라. <민태설 코리아포커스넷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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