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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의 ‘李舍(?)’…‘朴의 입’에서 ‘李의 입’으로

이명박 지지선언한 전 의원, ‘독설’로 이 캠프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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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호 ⁄ 2007.07.16 13:19:51

한때 ‘박근혜의 입’ 또는 ‘박근혜의 분신’으로까지 불렸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의 입심’으로 나서게 됐다. 전여옥 전 최고위원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최병렬 대표에 의해 영입되어 박근혜 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내며 가장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왔다. 이런 전여옥 의원이 지난 12일 “우리가 처해있는 절박하고 엄중한 현실을 볼 때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지 고민했는데 결론은 이 후보였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전격적인 지지선언을 했다. 전 의원은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나를 제물로 바칠 각오”라며 “이 후보를 돕는 길만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날 이 전 시장을 “절망의 시대에 샐러리맨의 신화에 기름을 부어 대한민국의 신화를 활활 타오르게 할 인물”이라고 극찬하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땀 흘린 사람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연일 터지는 각종 의혹과 공세로 궁지에 몰렸던 이 후보 캠프는 전 의원의 ‘전향’에 고무된 모습이다. 이명박 후보도 이날 전 의원의 손을 잡으며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위해 백의종군한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결단을 했다”며 “어려운 결단을 해줘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하다”며 그의 합류를 반겼다. 박형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어려웠던 시기에 현직 판사의 지지 선언으로 힘을 받았다”며 “전 전 최고위원이 이 시기에 우리를 선택했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박근혜의 나팔수’로 활동했던 것에 대해 “당시 박 후보를 돕는 게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박 후보와 함께 간다면 굉장히 편안했을 것이지만 5년 후를 생각했다”며 이번 결정이 “내가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 고심 끝에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를 떠난 배경에 대해 “최근 그쪽이 주도하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영향을 미쳤다”며 “얼마 전 박 전 대표 측에서 ‘캠프의 입심이 부족하니 입 역할을 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안 싸움은 싫다. 나를 왜 그런 사람으로만 보는지 정나미가 떨어졌다”면서도 “박 전 대표의 저격수를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진실을 의심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가는 게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군주의 덕목은 유능함이기 때문에 이 후보의 유능함을 국민이 사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단군 이래 이렇게 많은 검증을 받고 있는 후보가 어디 있을까 싶다”며 “어려운 시기인 이 후보를 모든 경험을 살려 돕겠다”고 밝혀 ‘李의 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임을 암시했다. 8일 이 전 시장을 만나 캠프 합류를 최종 결정한 전 의원은 선대위에서 미디어 관련 부위원장급 직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 ‘독설 일인자’ 이미지에 저서 표절 논란까지 한편, 전여옥 의원의 책 ‘일본은 없다’가 다른 사람의 취재내용과 아이디어를 일부 무단 사용했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된 시점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언론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지금의 역세를 ‘정치적 시점’에 맞게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일본은 없다’ 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힌 11일 바로 다음날 이 후보 지지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 씨는 1993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본은 없다’가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던 유 씨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2004년 오마이뉴스와 유 씨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 씨는 도쿄 특파원 시절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유모씨가 일본에 대한 책을 출간하려고 초고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 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인용해 ‘일본은 없다’의 일부분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어 당시의 자료가 남아있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진술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비록 유 씨와 가까운 증인들이긴 하지만 유 씨의 초고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점과 주변정황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전 씨측 증거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일본은 없다’ 표절 의혹 보도를 인정한 데 이어 이를 취재한 기자를 협박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표절 의혹에 대해 취재한 여성신문 기자를 전 의원이 협박했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된다”며 “전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 의원은 김모 기자에게 전화를 해 욕설을 하면서 ‘너 하나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내가 여성신문사 사장과 편집국장을 잘 안다’는 등의 말을 했고, 실제로 여성신문 사장에게 전화를 해 항의를 했다”며 “기사에서 전 의원이 김 기자를 협박했다는 취지의 기술 부분 역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 의원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전 의원은 11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www.oktalktalk.com)의 성명에서 판결에 대해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 의원은 “제 입장을 담은 기사를 72시간 동안 <오마이뉴스>에 게재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오마이뉴스>도 아닌 저 자신이 거부하면서까지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며 지난해 7월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자신이 거부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오늘 나온 법원의 1심 판결은 참으로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오늘의 판결이 진실이라면 표절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유재순 씨는 왜 지난 10여년의 세월 동안 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겠느냐”고 표절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 전여옥 “네거티브 싫다” 朴측 “정치적 물타기” 비난 배신감을 가장 크게 느꼈음직한 박근혜 후보는 전 의원의 결정에 대해 “그분의 선택이니까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그는 “어느 캠프나 다들 자신의 개성이 있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100% 다 같을 수는 없”며 “그래도 큰 대의를 보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 의원의 재능과 그동안 박 후보가 보냈던 애정에 비춰 우리 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강줄기가 다르더라도 훗날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 의원의 결정은 예고된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화려한 ‘정치적 물타기’ 이력으로 정평이 나있던 전 의원이 최근 잇달아 박 전 대표 측을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 의원의 저서 ‘일본은 없다’가 사실상 표절된 것으로 드러나자 궁지로 몰린 전 의원에게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캠프의 당혹감과 허탈감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일부는 배신감을, 일부는 경선에서의 타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최근 전 의원이 그의 저서인 ‘일본은 없다’라는 표절이 드러나자 이명박 캠프 우산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냐”며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명박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러한 비난에 대해 “원래 그쪽은 입만 열면 비난하니까 신경 쓸 것 없다”며 “그건(출판소송문제) 개인의 사생활 문제이고, 한나라당 경선 후보를 누굴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은 신념과 철학의 문제로서 별개”라고 응수했다. 전여옥 의원은 16대 국회 말기인 2004년 3월 최병렬 당시 대표에 의해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영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표 시절 당시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전 의원과 박 후보는 서로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료로서 ‘공생’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4·25 재보궐선거 패배 뒤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박 후보 쪽을 향해 “주변 의원들이 종교집단 같다”며 독설을 쏟았다. 이때부터 정가에는 전 의원이 이명박 캠프로 전향할 수 있다고 점쳐졌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이회창 불가론을 폈다가 이듬해 3월 돌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또 입당 전 박 후보를 향해 ‘영남공주’,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 상속자’라고 비판했고, 2004년 2월에는 한 칼럼에서 ‘박근혜 대표를 판에 놓아서는 안될 카드’로 폄하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전 의원의 합류에는 이 캠프의 요청도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경선룰을 놓고 싸우던 두 후보를 질타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당시에는 그의 캠프 합류는 어림도 없는 일로 보였다. 더군다나 이명박 후보가 3월 대대적인 출판기념식을 연 것에 대해서도 전 의원은 “지금 책 5∼6권씩 내고 당내 세몰이 할 때냐”며 “당의 변화를 외치지만 말고 자신의 캠프부터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이 후보 캠프에서 전 의원 특유의 독설이 절실한 때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공세에 대해 강한 ‘입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 의원만한 적격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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