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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진정한 ‘대안’ 모색해야

대안학교 법제화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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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호 ⁄ 2007.07.16 13:23:39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대안학교[代案學校, alternative school]’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안학교는 기존 학교교육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을 표방하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가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고교 21개교, 중학교 7개교의 총 28개의 대안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는 인가된 대안학교로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학교들이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실제 대안학교의 수는 많지 않다. 또 학교로서의 법적 지위나 학력인정도 받지 못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더 많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 주최로 ‘대안학교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임해규 의원은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수가 5만5천명이 넘는다”며 “이들 가운데에는 대안학교·홈스쿨링과 같은 방법으로 배움을 이어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예 배우기를 포기해 버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지적한다. 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는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의 차이를 인정하는 일에는 종종 인색하다”며 “이번 정책토론회는 아이들의 학습권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고 대안교육과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철국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원장은 “지난 10여년간 발전해온 대안학교는 교육주체들의 자발적 노력이었다”라며 “반면, 교육 당국은 기존 대안학교에 대한 양성화 방침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교육부는 실재하는 건강한 대안학교가 대안학교일 수 있는 정체성과 대안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설립되어서 운영되고 있는 건강한 대안학교들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안학교 법제화 추진의 실과 허 대안학교 법제화는 5·31교육개혁 조치로서 특성화 학교의 한 형태로 제안됐다. 1차 법제화 조치는 1998년 2월, 특성화 중고등학교 형태로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2차 법제화 조치가 이뤄졌다. 2005년 3월에는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 3을 신설해 각종학교 형태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의 양성화 근거를 마련하고, 일반학교보다 인가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각종학교’ 형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2006년 12월 입법 예고되면서 시행령은 ‘위임 사항에 한정하여 독립된 규정’을 제정하기로 했고, 2007년 6월 28일에는 <대안학교 설립·운영 규정>에 관한 시행령이 공포됐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학교 법제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법제화에 따른 문제점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철국 위원장은 “대안학교 법제화는 미인가와 불안정한 재정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가의 규제와 간섭을 받으면서 대안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시행령이 시설, 교사 자격 등의 핵심사항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가 기준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안학교들의 실상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며, 이를 충족시킬 현장은 거의 없다”며 교육부에 대해 “시행령 공포 이후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인가 받을 수 없는 기존의 대안학교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총론에 해당하는 2조 설립·운영자, 3조 설립 기준, 4조 설립 인가까지의 규정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들을 대안학교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가를 받을 수 있을 때라야 의미를 가지게 되는 나머지 각론에서의 모든 조항은 존재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단혜향 교장(독수리기독 중·고교)은 “3조 (설립 기준)에서 대안학교 설립 기준은 ‘고등학교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각종학교에 준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각종학교는 교사(학교시설)와 운동장에 대해 일반 학교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며 “학교시설, 운영경비 등에 있어 최소한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폈다. 이에 대해 박복선 교장(성미산학교)은 “지금보다 더 기준을 완화하여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현장들에게 인가의 길을 열어주는 조치는 지속적으로 마련을 하는 동시에 인가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국 위원장은 “현재 시의성이 떨어지고 있는 ‘각종학교’라고 하는 형태로 대안학교를 인가하려고 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지향적인 정책”이라며 “여전히 교육부나 교육청 내부에서는 대안학교를 ‘학교 부적응 및 중도탈락 학생을 위한’이라는 편향된 고정관념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시행령에 대한 임시 대책으로 △검정고시 제도 개선 △교육부 내 ‘대안교육과’ 신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해 신고제 도입 △지속적인 재정 지원(학생 수에 따른 일정 금액 지원하기 등)을 제시했다. ■ 높은 수요 불구, 열악한 미인가 대안교육기관 실태 현재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은 약 150~200 곳(기독교 대안학교 포함)에 이르며, 학생 수는 약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미인가 대안교육기관들은 대부분 설립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영세적이고, 자격 소지 교사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의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상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만성적인 재정 부족으로 학부모 부담이 과다할 뿐 아니라, 교육시설도 낙후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대안학교 설립운영지원을 위한 법제적 장치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종태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미인가 대안교육기관들의 합법적 지위 부여 △학력 인정 방안 △대안교육기관의 운영 재정 지원 등을 꼽았다. 이종태 씨는 현행 법제상 교육기관 관련 규정의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67조(징역 등), 68조(과태료)에서는 미인가 기관들의 불법 규정과 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4조 및 대통령령(고등학교이하 각급학교설립운영규정)에서는 학교설립 인가 기준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가를 받기 위한 최소 조건은 초등 120명, 중등 60명 기준 1인당 14m2(초등 7m2)의 부동산(건물 및 별도의 체육장 등)을 소유해야 한다. 한편, 취학의무 규정의 편협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헌법상 교육의 권리 및 의무(제31조 1, 2항) 조항과 초중등교육법상 취학의 의무(초중등교육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이 그 자녀를 취학시켜야 하는 ‘초등학교’(1항)와 ‘중학교’(3항)는 제4조에 의해 인가받은 학교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가(교육부 장관)가 정한 교육과정의 운영(제23조 및 교육과정 고시)과 국가가 정한 교사의 자격 및 배치 기준(제19조 및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교원자격검정령 등) 등 ‘학교’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들도 경직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현행 대안교육(학교) 관련 법령의 한계점으로는 특성화 학교 관련 법령들이 교육과정에서 약간의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일반 학교와 거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7차 교육과정 시행 후 근거 규정 부재로 인하여 일부 시도교육청 실무자들은 특성화 교과를 불인정하려는 시도마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중학교) 및 제91조(고등학교)는 학교의 성격만을 규정하고 있고, 학교설립기준은 모든 학교가 공통(고등학교이하 각급학교설립운영규정)이며, 설립 주체·교사 배치 등도 모든 학교에 공통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씨는 “다수 특성화학교들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자율학교’ 제도를 통해 학교 운영의 융통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시·도교육청들이 자율학교 취지 몰이해로 성과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대안학교 법제화 “필요” 공감에도 현실적으로는 “찬반” 팽팽 이종태 씨는 초중등교육법 제67조 및 68조를 삭제 또는 표현을 완화해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불법성을 약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동법을 개정해 대안학교는 별도의 학교 유형이 아니라 자율학교의 특수한 형태(자립형 사립학교도 특수한 형태의 자율학교임)로 인정하거나, 대안학교의 설립 운영 지원을 위한 특별법 형태의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안학교의 법제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김성기 교수(협성대)는 “대안학교에 대한 개념 정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독자적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실체적 내용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현행 법률의 각종학교 범주에 속한 상태에서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박복선 교장은 “특별법 형태의 독자적인 법률제정이 좋은 방식이지만, 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정하기에는 대안교육의 사회적 인증력이 아직 약하다“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윤인재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안학교 인가 등 운영성과를 평가한 후 개방된 자세로 개정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과장은 “작년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은 7.9억원이었으며, 올해에는 그 규모가 10억원에 이른다”며 “인건비 지원은 노동부 공모사업을 통해 14억원, 대안교육 연수 지속 추진은 1억에서 1억2천만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안교육계가 교육부에 요구하는 사안 중 대안학교의 시설 기준을 완하하라는 것에 대해 “대안학교도 각종학교이므로 각급학교설립운영규정 제12조의 규정에 의거해 기준면적을 완화해 적용한다”며 “다만, 각종학교보다 더 완화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설정이 어려우므로 교육감으로 하여금 대안학교 설립 취지를 고려하여 기존 각종학교보다 완화 적용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대안학교 교사의 교사자격증 소지요구를 철폐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학력인정시 사회적 공신력 확보 등을 위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이수가 필요하다”며 “대안교육의 교수·학습방법상 자율성을 최대한 허용하기 위해 국민공통교육과정 기본시수의 50%까지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안학교에 대한 무조건적 설립조건 완화와 학력인정, 재정지원 확대는 대안교육의 건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안교육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교육의 이념과 대안교육의 자율성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교육계의 자정노력과 교육당국의 지원, 무엇보다 대안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제화 보다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우선” 지적도 김성기 교수(협성대학교)는 “독자적 법률을 제정할지, 어떤 범주의 학교에 속하도록 할 것인지와 같은 법형식의 문제를 논하기보다는 법률로 인정한 대안학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부여할 지에 대한 실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설립주체, 설립기준, 재정지원, 입학대상, 학력인정, 교사자격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심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안학교평가위원회’가 대안학교들을 실사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교육감이 대안학교에 대한 학력인정과 재정지원 등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형식으로 대안학교의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복선 교장은 토론에서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학교는 지속가능함을 장담할 수 없고, 과다한 재정부담으로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대안교육 현장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재정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지원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무리해서 법적 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법적인가를 받는 것이 어렵다면 불법성을 약화시키는 예비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3기의 대안교육 법제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완고한 ‘학교’ 틀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새로운 가치,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위한 창조적 파괴 및 새로운 형태와 방식의 교육체제를 모색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후원 수준을 제고하고,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 대안교육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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