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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민주 2.0’ 개통…

친노 세력 정치세력화 염두에 둔 진지 구축... 정치권 예의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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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5호 심원섭⁄ 2008.09.23 16:53:19

지난 2월 25일 16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고향 봉하 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에 머물며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나눴지,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일어난 ‘촛불시위’에 대해서조차 발언을 삼갈 만큼 정치적으로 예민한 활동을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사이트인 ‘사람 사는 세상’외에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개발했다는 정치토론을 위한 웹사이트인 ‘민주주의 2.0’(www.demo cracy2.kr)을 지난 9월 18일 정오를 기해 개통하여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측은 ‘민주 2.0’ 개설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사회적 조언 내지는 봉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측근들 이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토론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활동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둔 진지구축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개통과 거의 동시에 올린 ‘자유로운 대화, 깊이 있는 대화를 기대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대화와 타협’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권자인 시민 사이의 소통이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며 “자유로운 대화, 깊이 있는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소통의 양도 많아져야 하고, 소통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며 “기존의 미디어 세계는 한쪽의 목소리가 너무 커 균형 있는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10여 시간 만에 6만여 명 네티즌 들어와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 세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순한 주장과 간단한 댓글 구조로 되어 있어 정보와 지식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기존 미디어와 토론 사이트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유롭게 대화하되,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민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민주 2.0’'의 취지”라며 “어떤 주제든 집중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를 거치면 사실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지식의 깊이도 깊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의 향후 운영방안과 관련해 “당장은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진을 구성해 감당하되, 앞으로 여건이 되면 공익적 성격의 재단을 구성해 그 공익재단이 운영 주체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 1300자 길이의 이 글은 게재 10시간만에 이 글을 읽은 사람의 수가 6만여 명에 이를 정로로 빠르게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 2.0ㄴ’을 공개함에 따라 이전의 지지층이 재결집, 인터넷상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구정권과 신정권 지지자들 간에 활발한 토론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민주주의 2.0’에 노 전 대통령이 정치현안 등 개인적인 의견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지만 ‘노공이산’이라는 필명으로 사이트 운영과 토론 진행에 대해서는 관여할 것”이라며 “사견을 올리게 된다면 개인 사이트인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릴 것이고, ‘민주 2.0’은 누구나 참여하는 토론 사이트에 불과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으나, 최근 참여정부에 대한 검찰의 사정 바람에 대응하는 친노 세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봉하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관측은 이미 지난 8월 25일 이미 정계에 진출했거나 지방선거 등을 통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참여정부 출신 60여 명 인사들의 정례 모임이 결성되면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총선 직후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한 차례 모인데 이어, 이날 경남 남해에서 두 번째 모임을 통해 매년 4차례 정기 모임을 갖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1년에 4번 정도는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래서 2번 정도는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도 교환하고, 나머지 2번은 등산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비서관은 모임 규모에 대해 “모임에 참여하는 대상에 특별히 제한을 둔 것은 없지만 약 60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명칭과 관련해서는 “일부에서 ‘청정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야기를 하다가 매듭을 짓지 못한 채 다른 쪽으로 흘러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유일한 현직 의원으로서, 참여정부에서 건교부·행자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회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백원우·서갑원·이광재 의원이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퇴임 후 처음으로 150여 명 회동 뿐만 아니라, 9월 6일 오후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주례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자녀 간에 치러진 결혼식에서 친노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모처럼 한자리에 총집결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친노 그룹이 이처럼 대규모로 회합한 것은 처음으로, 최근 친노 세력이 각개약진 식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결혼식의 하객은 가족·친지를 합해 총 500명 안팎이 참석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부부 도착과 함께 결혼식이 시작됐고, 노 전 대통령은 시종 밝은 표정이었으며, 그는 결혼식장에 참석한 친노 인사들과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환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물론, 이날 모인 친노 인사는 친지들과 뒤엉켜 정확한 수를 헤아리긴 어려웠지만 참석자들은 대략 150명 안팎으로 추산돼, 전·현직 국회의원과 참여정부 시절의 관료·참모진 등이 대대적으로 집결해 ‘친노 동창회’를 연상케 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날 친노 그룹의 대규모 회동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친노 그룹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9월 9일 여의도 대산빌딩에 정치연구소인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정치 보폭 넓히기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사무실 개소식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민주당 백원우 의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친노 인사들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문희상 국회부의장 등 3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연구소는 민주화운동과 국민의 정부 및 참여정부 10년에 대한 평가, 진보개혁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비전과 전략 마련 등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회 각 분야의 정책연구소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외연 확대도 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브리핑 등을 통해 정책적 현안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기로 해 현실정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연구소 기획위원장을 맡아 연구소 운영에 직접 뛰어들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구소가 장기적으로 친노 진영의 결집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오는 10월 1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상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0.4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참여정부 참모들의 주도로 10월 1일~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되는 기념행사 및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기정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이 공동으로 행사추진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며, 정상회담 수행원 및 자문위원단을 중심으로 50여 명의 준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수행원 등을 포함한 각계 인사 350여 명이 초청될 예정인 이날 기념행사 만찬에서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에는 ‘10.4 정상선언과 한반도 평화번영’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 필립 호프만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극동학연구소 한국학센터장 등 해외 인사와 한덕수 전 총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발제자 및 사회자로 참여하며, 노 전 대통령은 1일 강연 후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지만, 이튿날 국제학술회의에도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의 상경에 맞춰 전직 참모들과 측근들이 친노 세력 결집을 위한 이러저런 연구소 설립을 비롯한 모임을 결성한데 이어, ‘민주 2.0’ 개통에 따른 온·오프라인의 정치활동 재개 등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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