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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지방공기업 솎아낸다

감사원, 전국 54개 지방공기업 감사…무분별 설립, 부실운영, 불법행위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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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5호 박성훈⁄ 2008.09.23 16:52:03

감사원이 9월 17일부터 전국의 54개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방만한 경영 등 운영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지방자치단체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하는 감사” 라고 취지를 밝혔다. 지방공기업은 2006년에 97개였다가 올해 121개로 크게 늘어나는 등 불필요하게 운영하는 잉여 조직과 인력이 많았다. 또한 직원에게 복리후생비를 과다 지급해 지방재정에 부담을 초래하고 있어 경영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감사 대상은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의 도시철도공사 7개, 각 지역의 도시개발공사 15개,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김대중컨벤션센터, 경기관광공사 등 특수목적공사 16개,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등 출자법인 16개이다. 도내 지방공기업은 강원도개발공사, 태백관광개발공사, 제3섹터 출자법인인 (주)강원심층수 등 3개 기업이다. 감사원은 올 상반기에 한국전력공사 등 103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감사하여 514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 임직원 76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49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무더기 적발과 사법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지방공기업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며 지방 혈세를 축내고 있다. 지방공기업 경영 부실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번 지적돼왔다. 지방공기업은 순수 공익형 기업 외에,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도 올려 지방재정을 늘리겠다는 목적에서 설립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방만경영 등으로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지방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 지방공기업, 지자체 ‘애물단지’로 전락 감사원은 지난 2004년 이후 지방공기업에 대해 두 차례 감사를 벌여 151건에 5090억 원에 이르는 방만경영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32개 부실기업의 출자지분을 회수하거나 청산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지방공기업은 2006년 이후에만 24개가 추가되는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002∼2006년 지방공기업 결산 현황은 부실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직원 1인당 매출액이 2002년 1억6477만 원에서 2006년 1억6019만 원으로 줄었다. 1인당 순이익도 같은 기간 168만 원 흑자에서 1105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도 늘어나 2002년 20조4484억 원에서 2006년 35조7421억 원으로 15조2937억 원(74.7%)이나 증가했다. 지난 4월에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등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에 대한 지적을 받아온 9개 지방공기업에 대해 경영개선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한 결과, 2006년 당기 순손실이 156억6200만 원에 이르는 등 매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대해 ‘청산’을 결정했다. 또, 최근 2년 간 경영평가에서 공사·공단 중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경북 구미원예수출공사와 구(區)단위 시설관리공단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은 인천 부평시설관리공단과 계양시설관리공단 등 3개 공기업은 경상수지비율을 50% 이상 개선하지 못할 경우 청산 조치토록 하는 ‘청산 조건부 경영정상화’ 조치를 했다. 매년 막대한 적자와 낮은 고객만족도 등으로 자체 경영개선이 곤란하다고 판단된 지방 직영기업인 포항상수도·경주상수도·통영상수도 등 3개 기관은 ‘전문기관 위탁’을 명령했다. 경기 의왕시설관리공단도 수익 규모 및 시설 이용객을 50% 증가시키지 못할 경우 일부 사업을 민간에 맡기는 ‘민간위탁 조건부 경영정상화’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 경기 시흥시설관리공단은 2010년까지 고객만족도 70점을 달성하고 올해 말까지 사업구조 개편·전문인력 충원 등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지 않을 경우 ‘청산’ 조치토록 했다. 지난 2007년,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경영평가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발표한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는 낮은 등급을 면치 못했다. 행자부 지방공기업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시설관리공단 평가에서 속초와 동해는 전체 5개 등급 중 세 번째인 ‘다’ 등급을, 정선과 춘천은 이보다도 낮은 ‘라’ 등급을 받았다. ■ 민간부문에 뛰어들었다 빚더미에 앉기도 지방공기업은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그 동안 일부 공기업은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 어려움만 안겨주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예가 있다. 민간업체가 이미 단단하게 입지를 굳힌 분야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시장 예측을 잘못해 시장이 축소되는 바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민간기업 간에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뛰어들어 과도한 차입으로 빚더미에 앉아 지방재정을 옥죄게 했다. 또한, 공무원 출신 경영인의 경영미숙도 도마에 올랐다. 우리는 과거에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공기업의 상당수가 적자운영에 허덕이면서 하나씩 폐쇄되거나 매각되는 과정에서, 의욕만 앞서고 경영기법이 부족한 지방공기업의 딱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지방공기업의 비대는 현대 지방행정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공공부문이 민간 고유의 영역을 넘보면, 그 자체가 실패로 끝날 뿐만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위축되기 십상이다. 감사원의 감사는 이러한 요인들이 있는지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특히, 이번 감사원의 중점 점검 사항은 단체장의 공약이나 공무원의 자리를 위해 지방공기업을 함부로 설립하고 있는지, 책임회피를 위해 부실 지방공기업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부실의 일차적 원인은 지방 공기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의 기호에 맞춰 타당성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설립한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만경영·낙하산 인사·무사안일주의 등도 주요 요인이다. 아울러 지방 공기업 임직원들의 비리도 간과할 수 없다. 취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이용하고 성과급을 과다 지급하는 등 각종 비리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게 지방공기업의 현주소다. ■ 감사원 “부실기업 청산, 불법행위 엄중 문책”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지나친 지방공기업 설치 △부실기업 운영 △민간부분과의 경합·중복 유무 △경영평가 및 외부공시 등 책임경영 체계 △불필요한 조직운영 △인사개입 및 채용비리 △인건비 편법인상 및 복리후생비 과다지급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부실기업을 청산하고 민간부문과 중복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지방 공기업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라며 “감사 결과 예산낭비·인사비리 등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지자체로 확산시키기 위한 감사원의 54개 지방공기업 운영 실태 감사가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은 구조조정 또는 청산하거나 기능이 비슷한 기업은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길 바란다. 이와 아울러, 감사원의 감사가 자칫 지방공기업을 통제하고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지방을 길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비친다면, 감사의 본래 취지는 퇴색되고 만다. 감사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데 그 목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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