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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강외교 7개월 만에 완결

미·일·중·러 관계 경제·문화 중심서 정치·군사·외교안보관계 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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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7호 심원섭⁄ 2008.10.07 17:36:08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8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기존 ‘상호 보완적인 건설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키로 합의함으로써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 이후 7개월여 만에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 1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세대 개척’을, 중국 및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등으로 지금까지의 관계에서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한러 정상의 이번 합의로 기존 경제와 문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던 양국 관계가 앞으로는 정치·군사·외교·안보 등 민감한 분야로까지 교류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양국 간 관계 격상은 경제적 실리 차원을 넘어 한반도 주변의 전반적 정세를 염두에 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남북관계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아가 한국과 러시아는 대북 공조 체계의 긴밀화, 군사 교류 확대, 외교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수행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미국은 만족할 만한 관계 복원이 됐고, 중국·러시아와도 우리가 전략적인 단계로 높여 놓았다”며 “이는 한반도 유사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사전·사후에 협의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반도 주변 4강 외교 차관급 전략대화 신설 이 대통령은 또 “한반도에서 역사적으로 봐도 강대국들에 의해 우리 힘으로 도저히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국면을 맞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주변 4강과 협의할 수 있게 됐다”며 “동서독이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의 협력을 받았듯이, 우리 주변 4강과의 관계를 격상시킨 것은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이 대통령 취임 후 추진해온 4강 외교의 차관급 전략대화의 틀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며 “미국·일본·중국과 함께 러시아와의 차관급 전략대화가 모두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전략대화로의 격상은 사안별 협력체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확보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정치·외교·안보·국방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 10년 간의 좌파 성향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4강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합의하고 양국 간의 폭넓은 교류확대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양국 정상은 10개항으로 된 이 공동성명에서 “1990년 수교 이후 다방면에 걸친 양국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유익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러 관계가 다방면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데 대해 만족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안보분야에서 새로운 협의채널로서 양국 외교당국 간 제 1차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키로 했고, 한·러 포럼 등 기존의 양자협의 채널을 활성화하고,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 증진을 위해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또 사증 발급 간소화 등 관련 법적 기반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고, 양국 교역량 증가에 따라 상호 투자 확대와 양국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또 “양국 간의 협력 잠재력 실현을 위해 양측은 교역구조 개선, 러시아산 기계·기술 장비 및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물량 확대 등 경제 통상 수준 향상에 노력키로 했다”며 “한국 측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희망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극동 시베리아 지역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 증진을 위해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 협의 ▲서캄차카 해상광구 등 러시아 내 해상광구 개발사업 협력 ▲석유·가스 화학단지 건설 및 러시아 극동지역 액화 가스 기지 건설에 협력키로 했다.

■ 양국 정상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 특히, 양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수출통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히고,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등 국제적인 문제에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양국 정상은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협의와 협력을 강화해 9·19 공동성명의 목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러 정상은 또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배관 건설에 대한 공동조사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뒤,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국영 가스회사인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의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해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의사를 대내외에 공포했다. 이르면 2015년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도입하는 사업으로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연간 최소 10BCM(약 750만t)의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가스 배관 북한 측 통과에 대해 양국이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으며,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0년경 최종계약이 체결되고, 2015년에는 한·러 간 천연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도입을 추진하는 천연가스 750만t은 우리나라 총수요의 20%에 달하는 물량으로서 1250만 가정이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규모이다. 축구장 크기 2배에 달하는 LNG 선박 125척이 운송해야하는 물량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또 러시아 측 연방 특별 프로그램인 ‘1996~2005년 간 및 2013년까지의 극동·시베리아 경제·사회 개발 프로그램’을 감안해 한국 기업들의 공동개발 참여를 평가하면서,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를 통해 이 문제를 계속해서 협의키로 했다. 아울러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 사업 등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이 국제 교통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도연결 사업에 지속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방한해줄 것을 초청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공동 성명과 관련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이 대통령 취임 후 추진해온 4강 외교의 차관급 전략대화의 틀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며 “미국·일본·중국과 함께 러시아와의 차관급 전략대화가 모두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미국과는 ‘전략적 동맹관계’, 일본과는 ‘미래를 위한 성숙한 동반자 관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어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각각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한 차원 격상시키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어 이 핵심 관계자는 “그 동안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는 창구로서 중국의 역할이 컸고 그만큼 한국과 중국 간의 협력관계가 긴밀해져 왔다”며 “한러 관계 격상을 통해 비대해진 중국의 대북 조정력을 러시아 쪽으로도 분산시키며 균형점을 맞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미 간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합의 이 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도 경제적인 면에 대해 계산이 빠르다고 생각하고 금강산·개성 관광사업보다 북한 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협의하면 북한이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에게 두만강 가까운 쪽에 전용부두와 물류단지를 확보하는 것을 요청했는데, 아마 호시에트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일본이 구 소련 때부터 장기간 물류단지와 그 전용항구를 만들겠다는 끈질긴 접촉을 했지만 결국 한국과 러시아가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러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정도 길게 진행됐으며, 러시아 천연가스 배관시설 연결을 위해 지도를 들고 상세히 설명하는 등 실용적인 회담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됐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단기복수사증 협정 ▲가스공급 양해각서 ▲광물자원협력 약정 ▲나노 기술 공동협력 양해각서 ▲금융협력 계약 등 체결식에 배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협정 이행을 위해 정부 간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10월 말 러시아 측에서 경제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의 실력자인 푸틴 총리와 면담을 갖고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국제적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전 지구적 과제에 힘을 쏟겠다는 ‘MB외교’의 방향성을 재확인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미국 간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양국 관계를 기존 안보뿐 만 아니라 정치·경제·외교·문화 등 양 국가 간의 전반적 관계로 확대 심화하고 지역적으로도 한반도에 국한된 상호 방위조약이 아니라 동북아 및 다자 질서, 국제안보를 포함한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단계로 발전시켜 양국 간 다층적·포괄적 동맹관계를 구축하자는 게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간 정서적으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 관계를 한층 가깝게 하면서 보편적 가치와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일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보다는 미래의 한·일 관계 비전을 중시하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개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 사회에 함께 기여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층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겠다는 게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한일 관계의 지향점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지난 1992년 8월 수교 당시 경제·통상 분야에서 출발한 뒤 1998년 ‘21세기 협력동반자 관계’와 2000년 ‘전면적 협력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를 거쳐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지역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확대. 발전돼 왔으나 전략적 단계로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던 한중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4강국과의 관계를 모두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새로운 외교의 지평을 열게 됐다”면서 “특히 이 대통령은 이들 국가의 정상과 끈끈한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실용외교의 성과를 가시화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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