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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風堂堂, 국감장의 여성 파워

여성 위원들 ‘호통’에 피감기관장들 주눅…‘여풍’ 유감없이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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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9호 심원섭⁄ 2008.10.21 17:06:03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대단한 기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 의원들의 계속되는 집중포화에, 설전을 벌이던 피감 기관장들도 결국은 꼬리를 내리기 다반사이다. 이들 ‘여전사’들은 독한 프로 근성으로 무장한 강단 있는 송곳 추궁과 여성 특유의 예리한 질문으로 국감장을 쥐락펴락하며 행정부를 바짝 긴장시키는가 하면, 여야 대치 전선의 선봉에 서는 등 ‘여풍당당’(女風堂堂)위세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사들 중 가장 선봉에 있는 의원은 법제사법위 소속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으로서, 논리 정연한 말투에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강인한 근성과 전투력으로, 피감기관 및 여당과의 일전에서 중심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파행 중심에는 항상 박영선 의원이 있다”는 말을 할 정도다. 따라서, 민주당 저격수 박영선 의원은 KBS ‘표적감사’ 논란과 종합부동산세법 위헌 논란 등 정치권의 핵심 쟁점을 다루고 있는 법사위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민주당의 ‘저격수’ 또는 ‘선봉장’으로 통한다. 박 의원이 10월 7일 헌법재판소 국감에서 “종부세 개정안을 낸 분들의 대부분은 강남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이라고 쏘아붙이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욕이다. 사과하라”고 항의했으나, 박 의원은 “이건 팩트(사실)다.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있다”고 맞받아쳐 일순간 장내를 잠재웠다. 앞서 감사원에서 직접 필사해 온 KBS 감사 비공개 회의록을 들어 파상공세를 펼쳐 공무원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또한, 박 의원은 9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12개 법원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가정보원의 BBK 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조금 미숙한 국정원 직원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 재판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본 것”이라고 답변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된 사건을 보는 법원장의 시각이 너무 가볍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상희 국방장관이 마일즈(MILES·다중 통합 레이저 교전 장치) 장비사업 문제를 놓고 박 의원과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유감을 표명하며 자세를 낮췄다. 박 의원은 육군 등이 추진하고 있는 마일즈 장비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효성에서 독립한 로우전자가 7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이 “사전 질의를 했는데도 모르냐”고 재차 물었고, 이 장관은 “회사의 비자금이 얼마인지 아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자, 박 의원은 호통으로 일관해 기어이 유감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14일 광주고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 고위간부들의 사찰 나들이로 불거진 ‘불심 달래기 논란’을 놓고 박 의원과 검사장이 입씨름을 벌였다. 박 의원은 9월 5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전북 정읍 내장사 방문에 일선 검사장이 동행한 것과 관련해 “불심 달래기에 검사장들을 포함한 검사가 동원됐다는 국민의 시각이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 박선영, 김하중 장관과 설전 그러나 이준보 광주고검장은 “전북도와 법질서 확립 협약식을 갖고 광주고검 관내 검사장 등 6명이 휴식 차원에서 1박을 하고 내장산에 올랐을 뿐 불심 달래기 차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외교통상통일위 국감장에서는 자유선진당 대변인인 박선영 의원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추궁과 호통으로 피감기관들의 진땀을 빼게 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다소 가는 목소리로 짧은 질문을 잇따라 던지면서 또박또박 따져 들어가지만, 대답이 미진할 경우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박 의원은 6일 통일부 국감에서 평소의 부드러운 스타일에서 벗어나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게 지난 10년 간 북한에서 기아로 사망한 미성년자 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거친 말’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 의원은 “지난 10년 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그렇게 했는데도 기아로 인한 미성년 사망자 수가 전체 기아 사망자의 57%에 달한다”며 대책을 따지는 질문에, 김 장관이 “앞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경우 미국이나 국제사회처럼 철저히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다소 미적지근한 답변을 내놓자 발끈했다. 박 의원은 “(김 장관은) 지난 정권 10년간 뭘 했느냐”며 “햇볕정책의 주요 보직에 있지 않았느냐. 청와대에도 있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햇볕정책 전도사였고 실패한 정책 수행자가 (이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올 수 있느냐”며 “영혼을 판 것 아니냐”고 김 장관을 자극했다. 박 의원은 “아까 영혼을 파신다고 말했을 때 발끈하실 게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면 ‘내 탓이오’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장관을 다시 긁었다. 이에 김 장관은 “아무리 국회의원이지만 말씀을 삼가해달라”고 맞받았고, 박 의원이 “반성하라”고 하자, 김 장관도 “박 의원도 반성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진 위원장이 나서 “장관이 국감장에서 의원에게 반성하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경고했고, 김 장관이 유감을 표하면서 ‘기싸움’은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외교관 출신인 김 장관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데 이어 참여정부 내내 주중 대사를 지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통일장관으로 발탁됐다. ■ 나경원, 여당 간사 맡아 진두지휘 이번 국정감사 최대 격전지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한나라당 간사로 여당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도 알아주는 여전사 중의 한 명이다. 10월 7일 한국관광공사 국감에서 고흥길 위원장 대신 잠시 의사봉을 넘겨받은 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YTN 노조원 해고 문제에 대한 의사진행 발언을 계속 요구하자 “발언권을 주는 것은 위원장 권한”이라고 잘라 말하는 강단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책상을 내려치며 호통을 치자 “위원장 대리로 이 자리에 앉았다. 어디서 지금...”이라고 호통을 쳤다. 특히, 나 의원은 영화배우 최진실 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뜨거워진 인터넷 규제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올해 4월 총선까지 1년 8개월 동안 당 대변인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나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 강화와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재선 출신인 나 의원은 신문방송 겸영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IPTV 상용화 문제 등 폭발력 강한 이슈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문방위에서 여당 간사를 맡아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아름누리 인터넷 문화운동을 전개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 온 나 의원의 시선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줄곧 이 문제에 고정돼 있다. 나 의원 역시 인터넷 악플로부터 피해를 당하기도 했지만, 껄끄러운 인터넷 규제 문제에 대해 타협하기보다는 거침없는 기세로 맞서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쇠고기 국정조사특위를 거치면서 근거 없는 정보가 유통되는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기도 한 나 의원은 인터넷에 대해서는 오프라인과는 별도로 법규제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나 의원은 6일 문방위 첫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무책임한 욕설이나 비방의 자유를 허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이버 모욕죄를 처벌하자는 것은 인터넷을 정상화해 건강한 IT 강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이렇게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주요 정책과 정치 현안에 대해 국민이 정부 여당의 정책을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개발을 하는 데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나 의원은 사행성을 방지하기 위해 고스톱이나 포커류 등 비경품 아케이드 게임에 부착하기로 한 운영정보 표시장치의 공급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재조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조윤선, 설득력있는 논리로 제압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의 한나라당 대변인인 정무위 조윤선 의원은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하자”는 모토로 전문성을 살려 전문위에서 예리한 정책질의를 쏟아내고 있다. 조 의원은 심한 추궁이나 고압적인 태도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 제시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발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과 신념에 따라 국감에 임하고 있다. 9일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조 의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와 비교하며 공정위 현장조사의 강압성을 지적하는 등 조 의원의 ‘작전’은 국감 초반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검찰 등이 법원으로부터 제한적으로 발부받아 행사하는 압수수색영장과 달리, 조사 종료일이나 유효기간, 조사대상물에 대한 제한범위조차 없어, 조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조사권 남용시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추궁이 아닌 조용하고도 또렷한 10분여의 설명에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조사 남용을 자제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일 총리실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도 지식경제부가 생산 공장의 안전성 검사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거나 접대성 외유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찬찬히 설명하자, 총리실은 즉각 지경부에 통보해 시정을 지시했다. 이런 그의 `부드럽고도 논리적인 스타일은 초선 의원이 가질 법한 ‘튀고 보자’는 식의 유혹을 철저히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과도 들어맞는다. ■ 김유정, 제1야당 나팔수답게 공격수 노릇 국감장에는 피감기관의 모든 간부들이 참석하는 만큼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빌린 질의도 호평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위 소속인 민주당 김유정 의원도 제1야당의 ‘나팔수’답게 공격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일 서울시 국감에서는 민주당이 `뉴타운 발언과 관련, 고발했던 서울지역 의원들이 전원 무혐의 처리된 사실을 언급하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을 ‘불륜 당사자’로 빗대어 국감장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또한, 16일 열린 부산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이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는 유흥업소가 있는 호텔의 소유주와 공동사업 약정서를 체결하고 자금집행에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단순투자자로 볼 수 없다”며 “그러나 부산경찰청의 수사결과는 이 같은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대 국회 당시 국가청소년위원장 자격으로 피감기관장 입장에서 국회에 섰던 보건복지위 소속의 민주당 최영희 의원도 7일 복지부 국감에서 이봉화 차관의 쌀 직불금 신청 논란과 관련, 사퇴를 요구하며 몰아세우는 등 야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차분한 스타일의 정무위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8일 국민권익위 국감에서 권익위가 민간단체에 대해 무리한 감사 요청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답을 얻어냈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민생 문제에 정통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위를 선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특유의 차분한 스타일로 세심한 정책질의를 펴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6일 복지부 질의에서는 식품위생 문제 발생시 영세 수입업체나 소형 판매점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빠른 우편을 이용한 신속한 공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의원의 논리정연한 질의에 전재희 장관도 거듭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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