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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계, 오바마 정책 ‘예의주시’

정권 초반 경기부양 ‘올인’…한미 통상환경 변화 불가피, 보호무역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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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2호 김대희⁄ 2008.11.11 17:31:15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232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됐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통해 변화의 열망을 실현한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미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경제 문제를 꼽아 오바마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시대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태동을 책임져야 할 커다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향후 미국 통상정책 기조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면서 한미 간 통상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파고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 해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다. 그러나, 공화당 집권시기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7일 오전 첫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금융위기와 북핵문제 해결 등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발전을 중점으로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서로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뜻을 함께 해서 노력하겠다”는 말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 美 경기부양 초점에 무게 실려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정부개입주의와 저소득층에 대한 재분배 확대 등 전통적인 미 민주당 경제이념의 부활을 의미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런 경제철학을 바탕에 깔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공정한 무역정책 등 대선 공약을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발등의 불인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부양과 금융시스템 개혁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장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세금 환급 등을 통한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 경제는 소비가 전년보다 뒷걸음질 치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침체에 빠진 징후가 뚜렷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 실업수당 확대, 주 정부 지원, 소비 진작 등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아 실물경기의 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과 우리나라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조세개혁도 핵심 과제다. 이는 재분배라는 민주당 경제이념에 부합할 뿐 아니라, 내수 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가 철저하게 고소득층과 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진했다면, 오바마의 민주당은 중산층 중심의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를 되살리려 한다. 이를 위해 5%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95%의 중하위 계층에게 가구당 매년 1,000달러의 조세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조세감면은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연구위원은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경기부양과 보호무역주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대적인 경기부양은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에 추가 수요를 창출해 긍정적인 반면,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보호무역 강화 속에 FTA 재협상 수면 위로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 산업 보호, 근로자 일자리 보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는 한국으로서는 통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통상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FTA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 동안 한·미 FTA를 ‘아주 결함이 있는 협상’이라고 비판한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분야 등의 재협상에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 재계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FTA는 양국 간 통상 관계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선인 측의 구체적인 상황변화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 정치권에서는 ‘선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그 동안 내걸었던 ‘보호무역·공정무역’ 공약을 감안하면 연내 한미 FTA 비준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바마의 정책이 대미 수출에 악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정부 인사, 정치인들과 개표방송을 보는 자리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 FTA의 이견이 있는 부분은 계속 협상해 서로가 최상의 결과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던 1993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4월에는 행정부가 제출한 미·콜롬비아 FTA 비준안에 대해 의회가 무역촉진권한(TPA)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TPA(행정부가 의회의 간섭을 받지 않고 통상협상을 하고, 의회는 찬반투표로 비준만 하는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면 재협상·추가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내년 하반기에 한·미 FTA 비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을 압박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재협상 분야는 자동차·환경·노동이 유력하다. 오히려 이런 문제로 인해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수석연구원은 “오바마는 단정적으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특히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되 미국 의회의 비준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라도 연말 경 비준동의안 처리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집권 기간 내내 보호무역주의를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트라는 오바마의 통상 정책에 대해 미국 저명인사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정권 초기에는 국내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에 신경 쓸 여지가 줄어들고, 설령 보호주의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선별적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면 자유무역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하여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11월 5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FTA 협상은 기본적으로 전체가 ‘주고받기’ 협상으로 양국이 서명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재협상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적절치 않다”며 “특정분야로 인해 재협상을 하면 상대방에도 문제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통상환경 변화 불가피 = 한·미 통상관계에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 수밖에 없다. 미국 실물경제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상황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직결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해 수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환율을 조작할 경우 상계관세를 부과토록 하는 공정통화법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정재화 실장은 “대공황에 맞먹는 경기침체로 행정부·의회의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폭발하면 한·미 통상질서가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며 “지적재산권 보호, 환율 운용의 투명성, 덤핑이나 보조금 등에서 통상마찰 급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제계, 한미 FTA 진전 기대…美 재계 “FTA 비준하라” 한국 경제계는 오바마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목소리로 한미 FTA가 조기에 비준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기대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오바마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이 주요국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오바마 대통령 체제에서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와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한미 FTA 등 한미 간 중요 현안이 발전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한미 FTA 비준과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이 조속히 해결돼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길 바란다”며 “당선인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 경제를 안정시켜 우리 기업의 대외 수출 여건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양국 경제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될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힘써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우리 정부도 FTA가 조속히 비준될 수 있게 하고, 북미 관계 개선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 강화에도 힘써주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미 FTA 체결 등 양국의 경제협력 과제가 차질 없이 진행돼 양국 경제가 활성화되고 좀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환영 메시지를 통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미 의회에서 가능한 한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당선인이 의회를 설득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한국의 해외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75%에 이르는데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미 경제계가 FTA 반대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라틴아메리카 무역연합 등 미국 내 경제단체들은 11월 6일(현지시간) 오바마 당선자에게 서한을 보내 “콜롬비아·파나마와의 FTA를 조속히 승인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남미 우방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FTA 승인이 미국의 경기부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이 콜롬비아·파나마·한국 등과 추진 중인 FTA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바마는 콜롬비아 내 노동조합원에 대한 폭력 및 살인 행위가 개선될 때까지 FTA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미 FTA와 관련하여 미국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파나마의 경우 페드로 곤잘레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92년 발생한 미군 살해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반대했다. 토마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바마 당선자에게 취임 초기에는 노동자의 권익보다 경기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너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처럼 미국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을 때는 경기회복보다 중요한 게 없다”며 “탄탄한 경제기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너휴 회장과 브루스 조스틴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또 민주당 정부의 중점 정책과제인 기후변화 관련 법안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자동차산업 및 주택시장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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