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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효과’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신브레튼우즈 체제 논의 활성화… 금융시장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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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2호 성승제⁄ 2008.11.11 17:30:17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와 대내외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8년 만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현황에 대해 어떤 외교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강만수 지식경제부 장관, 윤용로 금융감독원 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국내 경제 수장들이 오마바 새 대통령과 연줄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장 국내 금융시장으로서는 훈풍이다.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지수는 1180선대를 회복했고, 원·달러 환율도 1266원으로 거래를 마치는 등 증시 및 외환시장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8.15포인트(2.44%) 오른 1181.5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 한때 1217선까지 치솟으면서 코스피 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하는 등 상승탄력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미국 대선 결과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는 시점에서 오바마 당선자의 금융위기 해결 의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또,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이후 당분간 현재의 국제 금융질서에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약진과 유럽의 견제로 점차 국제 금융시장 재편을 추구하는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호재를 보인 이유는 오바마 당선자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뒤처리를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권력의 무게추는 힘 빠진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오바마 당선자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금융위기 돌파를 위한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는 그만큼 경제위기의 수습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위기를 만든 정권이 수습까지 도맡아 하면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는데,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는데, 신용경색이 완화되면 이런 문제들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바마가 부시 정권의 유동성 지원 정책들을 이어가되, 바꾼다 하더라도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측이 지난달 구제금융법안 추진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더욱이, 오바마 당선자가 금융시장에 대한 감시 강화 등 정부 개입을 통한 시장 안정 및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제한적이나마 추가 구제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미 간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체결 이후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회복세도 빨라질 수 있으며,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증시에도 호재”라며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수출기업의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당선효과는 금융시장에 미리 반영됐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용협 국제금융팀장은 “금융부문에서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크게 벗어나는 정책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오바마 당선이 기정사실화돼 먼저 반영된 측면이 있어 큰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방향 뚜렷한 차이… 긴축경영 한국엔 惡 금융위기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오바마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방향은 부시 행정부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3%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여전히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우는 공약이나 민주당의 성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라는데 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달러 강세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하고 있는 만큼, 강 달러 현상이 과거처럼 국내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는 부정적 요인이다. 미 의회예산처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이미 4000억 달러를 넘었고, 8년 전 3조4000억 달러였던 부채도 5조 달러를 넘어서 향후 10년 간 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증세와 긴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 하면 우리에겐 부정적이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허리띠까지 졸라매면, 미 경제의 성장률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바마 인맥 어디 없나?”…재계 초비상 한편, 재계에서는 오바마 인맥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혜성처럼 갑자기 부상한 인물인데다 미국 정계의 전통적 주류 네트워크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계에서 오바마 측과 직접 선이 닿는 인사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미 정·재계와 폭넓은 교분을 갖고 있는 재계 인사로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이 꼽힌다. 미 일리노이대 공과대학원을 졸업한 조 회장은 2000년부터 한·미 재계회의 한국 측 의장을 맡아 왔다. 한·미 재계회의 미국 측 의장이자 조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도 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경련은 11월 18일 친민주당계 미국 인사를 대거 초청, ‘금융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한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안보자문 보좌관을 지낸 사무엘 버거, 씨티그룹 최고경영자를 지냈으며 미 정계에 발이 넓은 찰스 프린스 등이 연사로 나선다. 한화 김 회장은 부친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미국 인맥을 토대로 2001년 한·미 교류협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의욕적인 대미 네트워킹을 벌여 왔다. 2003년 방한한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따로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관계자들과 두루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풍산의 류 회장은 방위산업체를 운영하는 특성 때문에 공화당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과는 수시로 통화하고 별장에 초대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고, 최근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들은 개인적인 인맥보다는 현지법인 등 공식 조직을 통해 지금껏 해 왔던 대로 ‘오바마의 미국’과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 현지법인에서 그 동안 다양한 형태로 자선모금, 봉사활동, 전당대회 모금행사 등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면서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대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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