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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오바마 시대’ 득실계산 분주

한나라…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 촉각, 내심 불안
민주… 변화의 반사이익 바라며 기대 부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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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2호 심원섭⁄ 2008.11.11 17:29:56

혜성처럼 등장한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여야는 달라질 국제환경에 대응할 새로운 대미 외교전략을 세우는데 부심하는 등 한국 정치권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당장 ‘변화와 희망’을 국정운영의 중요 가치로 내건 오바마 당선자와의 ‘인맥지도’ 그리기에 나섰지만, 어느 누구도 개인적 친분을 과시할 만큼 가까운 정치인이 없다는 점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선출뿐 아니라 하원 의원 전원과 일부 상원의원들을 선출함에 따라, 미 정치권과의 새로운 인맥 형성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여야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가운데 대북정책을 급변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보고, 오는 17일 미국을 방문하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대표단을 통해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기조를 확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여야는 ‘오바마 체제’를 공부할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해 한미 정책공조의 방향 및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전략, 대북정책 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여애 각각 ‘한미특별위원회’ 구성 한나라당은 6일 정옥임 의원이 주최하는 ‘이명박·김정일·오바마’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고,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원장 김효석 의원)도 ‘미 대선 이후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책’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또한, 여권 내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특별한 인연을 내놓고 말할 만한 정치인이 전무한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정치인은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으로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으로서,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중에 미국을 방문해 민주당 의원들과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오바마 당선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미관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교류를 해 오던 미국 민주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함하여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적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북정책 노선 수정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울러 노무현 정권에서 마지막 외교부 장관을 지내면서 미 민주당 의원들과 폭넓은 교분을 유지해 왔던 송민순 의원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해 1월 민주당 상하원 합동 의원연찬회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를 만난 송영길 최고위원을 ‘오바마 인맥’으로 내세우며 송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미관계발전특위’를 구성하는 등 홍보전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송 최고위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과거 한나라당이 개별적으로 대표단을 꾸려 자기 입맛에 맞는 보수적 인물을 만나곤 했지만 초당적으로 대표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차원의 미국 방문단을 구성할 것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듯 ‘오바마 인맥지도 그리기’의 발빠른 움직임 속에, 여야는 오바마 정권의 탄생을 환영한다면서도 내심 자기 당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득실(得失) 계산에 분주하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전통적인 한미동맹과 (양국 간) 우의가 더 굳건해지고 발전되기를 기원 한다”며 “미국 변화의 물결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으나, 당내에서는 보수정당인 공화당 정권의 몰락에 내심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 홍준표 “한국 보수 대오각성해야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명박 대 김정일 대 오바마, 미 대선 이후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토론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 “미국의 안보 보수는 오만했고 시장 보수는 탐욕스러웠고 사회 보수는 게을렀다”며 “미국 대선의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라기보다는 매케인의 패배”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미국인들이 오바마가 좋아서 선택했다기 보다,미국 보수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경고가 오바마의 승리로 이어진 것이지, 오바마 자체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한국 보수가 10년 만에 집권했는데, 보수가 대개혁하지 않고 가진 자가 좀 더 겸손하지 않고 욕심 부리고 탐욕부리고 오만하고 게을러진다면 한국 사회는 또다시 5년 안에 진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원내대표가 “한국 보수들이 정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잘살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선을 좌표와 교훈으로 삼아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데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익히 알 수 있다. ■ 원혜영 “신자유주의 퇴조, 진보로의 복귀” 반면, 민주당은 노선·철학에서 궤를 같이 하는 미국 민주당의 재집권으로 이명박 정부에 맞선 견제·대안 야당으로서 그 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에서 ‘오바마 시대’의 출현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 인사말에서 “미국 신보수주의는 무능으로, 신자유주의는 탐욕으로 종말을 고했다”며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파산을 역사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한데서도 이러한 기대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오바마 당선인이 내세운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고리로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선 결과를 ‘신자유주의 퇴조와 진보로의 복귀’로 규정한 것은, 현 정부의 규제완화와 감세, 공기업 민영화,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공정한 개입,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공공성 확보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정권교체를 통해 전면적 정책전환을 선택했듯, 한국에서도 부시 행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이래저래 ‘원군’을 얻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의 탄생이 민주당으로서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10%대의 답답한 정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오바마 당선이 민주당으로서는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우리 당의 정책과 독자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한데서도 이러한 고민을 대변해주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한반도에도 이제 어떤 형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히 미국이 ‘새로운 변화’를 내세워 대외정책을 펴나가면서 무역정책과 북핵문제 등을 그 흐름에 맞춰 수정할 때, 우리가 그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오바마 당선인 측과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한미관계에 초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지적을 정치권이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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