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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최대위기 맞은 남북관계

북한, 판문점 경유 남북 직통전화 통로 단절 선언… ‘萬事美通’ 외교정책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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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3호 심원섭⁄ 2008.11.18 22:51:35

북한이 11월 12일 남북 적십자 채널의 단절을 일방 선언하고 군사분계선 통과에 대한 엄격 제한 및 차단 조치를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돌발행동’은 대북 직접 대화에 적극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한 정부에 대하여 대북정책 전환과 남북관계 전면차단 중 양자택일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런 요구에 쉽사리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지난 9개월 간 경색국면에 갇혔던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립국면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전망이다. 남북 당국의 궤적을 보면 북한이 경고하는 ‘남북관계의 전면차단’이라는 막다른 골목을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앞으로 그 골목에서 빠져 나오는 길을 남북이 스스로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국제정세 등 외부 상황의 충격이 있어야만 가능할지 아직 자신 있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출범 9개월 만에 남북관계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정부는 13일 첫 대응책으로, 그동안 북한 군부가 요구해 온 군 통신선 자재·장비를 조건 없이 줄 테니 시간·장소를 알려 달라고 통보하는 등 ‘북한 군부 달래기’ 카드를 사용했다. 정부의 이 조치에는 우선 현재 남한 때리기의 선봉 역할을 맡고 있는 북한 군부의 요구를 들어줘 상황 악화를 막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뜻 외에도, 공개적으론 얘기하기는 꺼리지만 10·4 선언을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실무 약속을 이행한다는 대북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전향적 입장 발표 당시,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 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한다”는 선언 5항에 따라 2007년 12월 남북 군 당국 간 ‘통신 현대화를 위한 자재·장비 제공’이 합의된 것으로서, 군 통신선 자재 제공은 연원을 따지면 지난해 10·4 선언이 근거가 되는 셈이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11월 13일 국회에서 대북 전통문을 놓고 “그간 남북 간에 보류됐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가 북한 군부에 제공한다고 발표한 대북 장비·자재는 원래 31억 원어치였으나, 북한의 요구에 따라 액수를 더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정부는 북한을 극도로 자극한 대북 ‘삐라’살포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자제시킬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전면에 내세운 6·15 선언, 10·4 선언의 이행에 대한 확답을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성의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북한에 대한 백기 선언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그룹의 설명이다. 수년 간 이 대통령의 자문을 맡아 온 이들 전문가 그룹은 “현재 상황이 북한의 정부 길들이기 시도라는 점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특히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브레인’들은 이날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북한 매체의 극렬한 대통령 비방을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적 조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의 이 같은 강경 대응과 관련해 “미국 민주당의 새 행정부는 확실한 원칙 아래 대북정책을 펼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긴밀한 한미 협조체제 위에서 모든 것을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이 종전에 해 오듯 압박 수위를 높이고 긴장도를 높여서 크게 ‘딜’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방향착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혹시라도 북한이 ‘통미봉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왜냐하면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10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만일 북한이 강력한 검증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새로운 제한 조치를 검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강경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강경 대응책을 통해 대결 국면을 조성할 의사가 없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을 돕고 싶어 하는 우리의 진정성을 북이 의심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실천이 따르지 않는 공허한 선언이나 주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실질적인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첫 미국 방문 때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하지 않았느냐. 우리 측은 계속해서 대화와 상생공영 방침을 밝혔지만 북한에서 응답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남경필 “우리 또한 냉정히 돌아볼 때” 정부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이나 당국자들은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선언적으로 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북한은 공식적인 회담을 한 번 제의했으나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남북회담을 제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하며 이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남 의원은 “북한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개성공단을 위협하고 있는 이면에는 북한을 대하는 우리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북측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6.15선언과 10.4공동선언 이행에도 공식적인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정부가 개성공단 기숙사 및 통신 기자재 제공, 대북 식량지원 등 가시적인 행동도 전혀 취한 바 없다”며 “남북관계가 어려울수록 공식적인 회담 제의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북측을 굴복시키겠다는 강경 자세도 아니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선언도 아니다”라며 “우리 또한 그간 남북관계 경색에 문제가 없었는지 냉정히 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1월 12일 김유정 대변인의 논평에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그 원인을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공장철수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공장폐쇄까지 이어진다면 공단 입주업체들의 줄도산은 명약관화할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전에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정부 여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11월 11일 통일부 예산안 심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남북 간에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 혹은 유력 정치인을 대표로 하는 특사 파견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됨으로써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빙이 시작되고 있고, 북핵 불능화 2단계 조치가 마무리됨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이미 시작되고 있으나 한반도 당사자 간 엄중한 대결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남북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그 이행계획인 5대 핵심 프로젝트는 아직도 구체적 계획이 없는 식물정책으로 ‘무계획 정책’에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대북 사업에 대하여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하는 ‘무능력 정책’, 여전히 불투명한 통일부 예산안에 기인한 ‘불투명 정책’, 남북협력기금의 정부 주도 예산은 증액된 반면 민간·국제기구 예산은 삭감되는 ‘정부 독점 정책’,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의 신뢰를 추락시킨 ‘남북 불신 정책’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북한의 강경 발언이 나오기 직전인 11월 10일 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북미 간 직접 대화로 핵 문제와 관계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외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미 채널 구축을 위해 떠들고 있는 동안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은 뉴욕으로 들어가 미국 외교의 대부인 헨리 키신저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만사미통(萬事美通)’의 외교정책(모든 외교력을 미국에 집중시키면 한국· 중국·일본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북한식 외교정책)을 펴면 한국은 다시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남북대화가 막힌 상태에서 오바마와 김정일이 만난다면 한반도에 평화는 오겠지만 그 평화는 완전한 평화, 영구 평화가 아니라 불완전한 미완의 평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37년 남북 직통전화 단절 여부에 관심 장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적인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창안해 내지 못하면 미국과 북한에게 한반도의 외교주권을 빼앗기는 이승만의 길을 답습할지도 모른다”며 “또다시 외교적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3일 “일각에서 우리 정부에게 남북관계 발전 의지가 없다거나 대북 강경정책을 쓴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잘 모르거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현 남북관계 국면을 ‘조정기’라고 전제한 뒤 “북측의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북측도 오해를 풀고 대화에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이 12일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 통로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의 역사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는 1971년 9월20일 제1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이틀 뒤인 9월 22일 남과 북이 각각 설치해 개시했다. 당시 판문점 남측 지역의 ‘자유의 집’과 북측의 ‘판문각’ 사무소에 설치된 직통전화 2회선은 분단 이후 20여 년 만에 공식적인 남북 대화의 장을 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적십자 간 직통전화는 이후 1976년 8월18일 이른바 ‘판문점 도끼 사건’이 발생하자, 같은 달 30일 일시 운용을 중단하게 됐으나, 남북 총리회담의 절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개최된 제1차 실무대표 접촉을 계기로 3년 6개월 만인 1980년 2월 6일 재개통됐다. 하지만, 재개통된 연락 채널은 실무대표 접촉이 중단되면서 1980년 9월 25일 두 번째로 직통전화가 단절되는 등 그리 오래 가지 못했으나, 수재물자 인도·인수를 계기로 1984년 9월 18일 다시 재개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던 것이다. 현재 남북 직통전화는 판문점 남측 지역에 있는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 사이에 운영되는 적십자 연락사무소의 몇 개 회선과 판문점을 통해 서울과 평양 간에 연결된 회담 지원용 라인 몇 개 회선이 놓여 있으며, 또 민간인들이 직항로로 방북할 때 교신하는 항공관제용 라인이 인천공항과 평양을 잇고 있고, 남북 간의 선박 왕래를 위해 서울과 평양을 연결해 주는 해사당국 간 라인과 그 밖에 군 당국 간 서해선과 동해선 라인이 있으며, 남북경협을 지원해주는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 라인이 유지되고 있는 등 30여 회선의 남북 직통전화가 운용되고 있다. 이 중 북한이 언급한 것은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 통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오전에 시험통화를 해본 결과 적십자 직통전화 라인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항공관제용과 해사당국 간 라인은 특이 사항 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밝혀 군 당국 간 라인과 경협협의사무소 라인도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이 ‘모든 남북 직통전화’를 거론한 만큼 끊기지 않는 나머지 회선들도 단계적으로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 남북 간 직통전화가 생긴 지 37년여 만에 다시 연락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 참모가 “저렇게 행동하는 북한을 5년 간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유화책을 건의하자 “더 두고 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11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다리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될 때까지는 북한의 태도를 묵묵히 지켜볼 것”이라며 “내년 초께 대북정책 라인을 정비해 금강산 관광 재개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문제 등을 놓고 일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성될 새 한반도 국면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대남 위기지수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년 간의 남북관계 재조정을 천명한 현 정부 역시 두 선언의 이행에 집착하는 북한을 설득할 반전 카드를 찾기가 어려워,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전망이어서, 남북문제가 어떻게 풀려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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