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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 비판, ‘본게임’사전포석?

전문가내각·경제부총리 찬성, 수도권 규제완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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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심원섭⁄ 2008.11.25 14:46:55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작심한 듯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정치현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1월 17일 경제부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현 정권의 인사와 관련해 “최고로 잘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라면 지난 정부의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그 분야의 최고 경륜이나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해야 한다”고 탕평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정치권·비정치권을 가리지 말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전문가 내각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비정치권에 방향을 맞춘 편중된 내각 운영”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정치권이 한바탕 소용돌이쳤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경제부총리 부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 부처, 저 부처로 나눠진 역할 기능 속에서 조율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적어도 국제금융이나 최근의 국내외 상황을 종합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한나라당 내부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관련해 “지난 98년에 IMF 외환위기를 거쳤지만, 우리가 거기서 배우지를 못한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면서 “그때는 다른 나라들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우리나라가 수출 덕분에 돌아갔는데, 요즘은 세계적으로 어려워서…”라며 말을 흐렸다. ■ 정부 정책에 비판 입장 밝혀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비판적 입장을 밝혔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나라가 분열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권·비수도권의 편을 너무 갈라 놓았다”면서 “지방이 다 죽어 가는데 어디 한 군데만 살리면 되겠느냐. 상속세 완화 등 지방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북측이 강력한 조치들을 들고 나오는데도 우리는 제대로 된 예측과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11월 3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안을 먼저 내놓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 대안이 없이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선후(先後)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은 지난 6월 말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와중에서 정부의 고시 강행과 관련해 “너무 급하게 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이었지만, 이전의 발언과는 달리 정부 정책에 구체적 비판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11월 5일에는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서로 어떻게 해야 잘살게 하는가가 포인트이고, 자꾸 싸우는 식으로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오랜 침묵을 깨고 작심한 듯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한 발언을 이어 가는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쓴소리를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사실상 ‘수도권-지방 구도’로 전국을 편가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단순한 지지나 비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기반인 영남권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비판을 차단하고, 전체적인 국토 발전전략 차원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조화로운 발전 필요성을 원칙적 차원에서 지적함으로써 이 문제가 향후 정치 지도자로서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미리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정치적 행보에서 ‘침묵’이라는 기존의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입을 열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보여, ‘무조건적인 침묵 모드’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발언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달라진 이유에 대해 ‘미래를 위한 사전 우군화 작업’ 때문이라고 귀띔해주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비중있게 무게를 두는 분야는 언론 관계이다. ‘스킨십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부쩍 언론계와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뿐 아니라 측근들 모두가 지난 경선 때 언론보도에서 밀렸던 게 다른 부분에서 패한 부분을 합한 것보다 훨씬 컸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경선 당시 언론특보단이었던 오벨리스크팀의 홍준석 씨 등과 현역 의원 3~4명은 ‘언론팀’을 꾸려 영향력 있는 언론계 중진들을 주로 만나며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언론 못지 않게 외연확대 노력이나 조직 관리에도 치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저만 충성하지 마시고 다른 동료 의원들과 다 가깝게 하고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친박계’만의 친분관계로 다른 의원들이 나를 지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이나 정책 등 일을 맡길 때에도 한 사람에게 전권을 주지 않고 열 사람에게 일을 맡겨 지난 경선 당시 ‘인의 장막’이라는 폐해를 제거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 ‘오바마 효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박 전 대표는 최근 대하빌딩에 있는 자신의 후원회 사무실도 폐쇄하고, 이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던 외곽 조직 인 ‘희망포럼’에 대하여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을 이사장으로 법인 등록을 마친 뒤 후원회 사무실을 포럼 사무실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11월 11일 건강도시 선포식 행사 겸 지역 종합보건복지센터 개관식 참석차 충북 제천을 찾은데 이어, 19일에는 경남 창원의 경남이주민사회센터를 방문한 뒤 창녕에서 열렸던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우포늪을 방문했으며, 이어 21일에는 부경대에서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려 부산에 가는 등 지방 방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11월 마지막 주말에는 미니홈피 800만 번째 방문을 기념해 지지자들과 쪽방촌을 방문, 불우이웃 돕기 김장 담그기 행사도 갖는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발하는 지역 민심을 얻는 한편, 보건복지를 주제로 한 다문화 가정 챙기기 등 ‘오바마 효과’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박 전 대표는 2주마다 한 번씩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여는 정책공부모임도 꾸준히 소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북핵문제 등을 다뤘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과 행보를 둘러싸고 당내 양대 계파인 친이·친박계 사이에 또 다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관 관련해 겉으로는 ‘원론적 언급’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지만 친이 쪽에서는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었고, 친박 측에서는 “할 말을 한 것”이라며 격심한 차이를 보였다. 친이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11월 19일 SBS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가 ‘정권교체 후 어려움이 많아져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현 정부를 싸잡아 매도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국민적 기대 속에서 이 정권이 출범했지만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국민이 힘들어하는데 대해 (박 전 대표가) ‘죄송하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지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잘못됐다’는 식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공 최고위원은 또 박 전 대표가 ‘탕평인사’를 강조한데 대해,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상희 국방부 장관 등을 예로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정책의 골간은 탕평책으로 박 전 대표의 인사관과 같다”고 밝혔으며, 특히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견강부회가 아닌가 한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의원을 대권경쟁 후보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도 11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중국 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출국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누구나 견해는 다를 수 있다”면서 “나도 현 정권과 100%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친이계의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음을 거론하며 “공개된 자리에서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음에도 뒤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특히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전혀 박 전 대표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을 향한 이르고 잰걸음과 관련해 한 측근 의원은 “지난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정도를 걷자’고 주장하면서, 2006년 6월 당 대표를 그만둔 뒤 이듬해 1월에야 조직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는 때늦은 반성과 함께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미리 우군들을 다져놓자는 생각에서 치밀하게 행보는 하는 것 같다”고 말해, 과연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순탄하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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