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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당정치냐 탕평책이냐, 기로에 선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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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김원섭⁄ 2008.11.26 10:03:03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허정무 사단’이 모처럼 국민에게 힘을 줬다. 19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연시에 접어든 지금, 이 같은 즐거움도 잠시, 깊어 가는 경기침체의 골로 인해 다시 시름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놓고 싸워 고래 싸움에 때문에 국민들은 등이 터지고 있다. 정권이 창출된 지 1년도 안 돼 한나라당은 172석이란 거대 여당이면서도 거대 여당의 역할을 못하고 야당한테 끌려 다니는 여소야대 꼴이다. 그러한 탓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정기국회는 생산성 없는 국회가 되어 야당에게 끌려 다니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특히,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 속에 국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여당은 여당 노릇을 못 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여당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월박’(친이였다가 친박으로 바꾼 경우)이니 ‘주이야박’(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 소신이나 철학 없이 파당적 이해를 좇아 우왕좌왕하는 구태만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여당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한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열린우리당이 붕당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옛 선조들이 썼던 탕평책을 통해 과반수를 넘는 여당으로 개혁에 성공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을 거쳐 중남미를 방문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대미관계를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의 인재 용병술을 터득했을 것으로 보이며, 내년 초 개각 때 이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8년 만에 네오콘에서 진보로 탈바꿈한 오바마 차기 정부와 대미관계의 호흡을 맞추려면 탕평책을 통해 각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 경선에서 라이벌인 힐러리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미국의 국무장관 자리는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직이지만, 실제로 2인자의 자리라고 볼 수 있다. 힐러리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대북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명박 정부는 힐러리 코드 맞추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통미봉남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탕평책의 인사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정말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고 북핵 해결을 원한다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에 IMF 신탁통치에서 해방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 탄생의 주역과 무관하게 중립 성향의 전문관료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 단시간 내에 IMF에서 해방됐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특히,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이 대통령은 조언을 구하고 김 전 대통령 측근 인사를 대북창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오바마 차기 정부와도 걸림돌 없이 한미공조를 다질 수 있으며, 한냉기류인 남북관계도 다시 온난전선으로 복원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측근을 배제한데 이어, 야당과 호남 출신과 노동자를 배제해, 핵심 지지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등을 돌렸다. 특히, 초기에 박 전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포용했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처럼 거대여당이 이빨 빠진 한나라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처럼 우리나라 축구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파했듯이, 정치에서도 이런 통쾌함을 보여줘야 한다. 축구공은 둥글어서 어디로 굴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기는 것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일궈내듯이,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감독인 이 대통령은 내년 초에 있을 개각 때 축구 게임처럼 위기 탈출을 위해 여야 가리지 말고 인재를 등용해 쓰는 조선시대 영조의 ‘탕평책’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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