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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일지매 이번엔 MBC 습격!

고우영 화백의 원작 만화, 액션 활극 <돌아온 일지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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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0호 이우인⁄ 2009.01.13 15:54:42

“일지매라는 의적이 탐관오리의 재물을 털어 양민을 구제하며, 매화가지를 표식으로 남겼다.” 조선 순조시대의 문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이 남긴 문집 <추재기이>(秋齋紀異)에 최초로 수록된 한 줄의 기록으로 시작된 ‘일지매 이야기’는 잊을 만하면 영화나 드라마·만화 등으로 각색되어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SBS TV에서 ‘왕의 남자’ 이준기 주연의 드라마 <일지매>가 방영되면서 일지매는 여전히 건재함을 대중에게 알렸다. 2009년 새해가 되자 일지매는 MBC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오는 21일부터 방송되는 수목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를 통해서다. <돌아온 일지매>는 SBS 드라마 <일지매>와는 ‘일지매’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만 같을 뿐, 뿌리부터 다르다. SBS 일지매가 국내 무대에서만 이름을 알렸다면, MBC 일지매는 대만과 일본 등에서도 활동한 전적이 있는 이른바 ‘해외활동파’. 극중 일지매는 중국과 일본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는 여느 ‘일지매 이야기’처럼 영웅 일지매의 일대기를 그리지 않는다. 세상에 나면서 버려지고 첫정을 부패 세력에 의해 잃은 한 인간의 고독했던 삶을 조명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지매가 한국사 최초의 꽃미남이자 중성적 풍모의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내의 대표 꽃미남 배우 정일우가 일지매 역에 캐스팅됐다. <돌아온 일지매>가 갖는 의미는 또 있다. 2005년에 작고한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가 원작이라는 사실. 이는 5일부터 방송되며 높은 시청률을 올린 KBS2 월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역시 일본의 인기 만화 <花より男子>(hana yori dango)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식객>과 <바람의 나라>로 시작된 만화 원작 드라마 제작이 올해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액션 활극 <돌아온 일지매> 2009년 COMEBACK! 당초 지난해 11월에 방송될 예정이던 <돌아온 일지매>는 편성의 문제로 2개월 늦춰진 1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해 SBS 사극 <일지매>가 먼저 방영되면서 일각에서는 “왜 똑같은 소재로 같은 시기에 경쟁하느냐”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타이틀롤인 ‘일지매’ 역의 캐스팅 역시 말이 많았다. 당초 거론됐던 가수 이승기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갑자기 정극이 처음인 신인 연기자 정일우에게 중책이 주어졌다. 여주인공인 ‘월희’ 역에는 드라마가 처음인 영화배우 윤진서가 캐스팅됐으며, 마찬가지로 사극 연기가 처음인 김민종이 무예에 능한 포도청 수사관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연출을 맡은 황인뢰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줄어들었다. MBC 퓨전 드라마 <궁>과 <궁S>에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황인뢰 감독의 <돌아온 일지매>는 염려보다 기대가 더 많은 작품이다. 특히, <궁>에서는 연기경험이 전무한 모델 주지훈을 캐스팅 과정에서 비난과 반대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결말을 향해 감에 따라, 이러한 불만을 뚝 그치게 한 사람은 주지훈이었다. 이는 신인배우 주지훈에게 연기하는 법을 가르친 황인뢰 감독의 힘이기도 하다. 주지훈뿐 아니라, 가수였던 윤은혜를 개성만점의 연기자로 이끈 사람 역시 황 감독이다. 주지훈은 <궁>을 비롯하여 이후의 작품에서도 멋진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에게 신뢰를 줬으며, 윤은혜는 <궁>의 성공으로 <포도밭 사나이>와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가수에서 연기자로 완벽하게 거듭날 수 있었다. <돌아온 일지매>에는 신세대 연기자뿐 아니라, 김민종(구자명 역)·정혜영(백매 역)·박근형(김자점 역)·이계인(걸치 역)·강남길(배선달 역)·박철민(왕횡보 역)·오영수(열공 스님 역) 등 국내의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특히, 주로 근엄한 아버지 상을 연기해 온 중견 탤런트 박근형이 연기하는 김자점이라는 인물은 악역으로, 청나라와 암암리에 내통하며 국가 기밀을 빼돌리는 간신배이다. 인조반정의 공신으로 추대되어 영의정 벼슬까지 오르는 조선시대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돌아온 일지매>는 드라마의 폐해 가운데 하나인 ‘쪽대본’이 없는 최초의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총 24부작 가운데 70% 이상 사전제작을 완료한 상태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7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대만과 일본을 거쳐 전국을 돌며 강행군으로 촬영을 몰아 간 덕이다. 여기에 첫 방영이 2개월이나 늦어진 점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작진은 늦어도 2월 말까지 드라마 촬영을 종료하고, 4월 방영 종료 때까지 남은 시간을 100% 후반작업에 투자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돌아온 일지매>는 기존 사극과는 다르게 드라마를 읽어 주는 여자 ‘책녀’(성우 김상현)가 등장한다. 1화의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책녀는 목소리만 존재하는 일종의 해설자이다. 책녀는 원작 속의 고우영 화백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이다. 만화 중간에 자신을 직접 등장시켜 해학 넘치는 내레이션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았던 고우영 화백에게 영감을 얻어 탄생한 캐릭터이다. 일지매를 기록하는 남자 배선달(강남길)의 존재 역시 새롭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일지매의 행적을 추적해 <기이(紀異) 일지매>라는 책으로 엮어내는 배선달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일지매의 이야기를 기록했던 추재 조수삼을 떠올리게 한다. <돌아온 일지매>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줄 것이다. ■ <돌아온 일지매> 1~4화 줄거리 一 매화가 피어나는 이른 봄, 태어나자마자 냇물에 버려진 일지매(정일우 분)는 거지인 걸치(이계인 분)와 열공 스님(오영수 분)에 의해 키워진다. 일지매의 어머니는 양반가의 노비였지만, 일지매를 낳자마자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한 채 쫓겨나 ‘백매’(정혜영 분)라는 기생이 되어 살아간다. 중국의 양갓집에 입양된 일지매는 호족인 양부모 밑에서 자신의 출생을 모른 채 성장한다. 하지만, 왕횡보(박철민 분)에게 친부모에 대한 사실을 듣게 된 일지매는 양부모를 떠나 조국과 부모를 찾아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二 18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일지매는 왕횡보와 함께 생부 김참판을 찾는다. 도와줄 줄 알았던 왕횡보는 사실 일지매를 이용한 첩자였다. 일지매는 중국 사람의 행색 때문에 첩자로 의심을 사 포졸들에게 붙잡혀 포도청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잡혀온 일지매를 심문하던 포도청장 구자명(김민종 분)은 일지매가 자신이 첫눈에 반한 ‘백매’의 아이임을 알게 되고, 일지매에게 연민을 품게 된다. 구자명과 함께 김참판 집에 다시 가서 생부를 만난 일지매는 단호하게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생부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구자명에게 생모 역시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크게 상심한 일지매는 탈옥을 감행한다. 이제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진 일지매는 동굴에 숨어 살면서 농가의 닭을 훔쳐 먹으며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산삼을 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달이(윤진서 분)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일지매는 달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며 첫사랑을 느낀다. 三일지매는 자신의 무술실력을 알아본 달이의 아버지 강세욱(이경영 분)에게 장백검술을 배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일어난 닭 서리 사건을 수사하던 구자명은 ‘여자였지만 무술이 보통이 아니었다’는 제보를 듣고, 범인이 일지매라고 확신해 달이의 움막을 습격한다. 달이를 볼모로 잡아 일지매와 강세욱까지 잡는데 성공한 구자명은 뜻밖에도 달이가 역모를 꿈꾼 양반가의 딸이었고, 강세욱은 그의 심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달이와 강세욱은 참수당하고, 그 장면을 눈앞에서 보게 된 일지매는 세상을 저주하며 분노한다. 四3년 후, 조선에는 세도가 김자점(박근형 분)을 필두로 한 벼슬아치들의 불법적 행각이 자행되고 있다. 게다가 한양은 해동청파라는 도둑떼가 장악하고,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봉선이파도 한양 진출을 모색하여, 두 도둑떼의 세력 다툼이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되어 일본으로 떠내려갔다가 닌자술을 단련하고 조선으로 돌아온 일지매는 포졸들에게 쫓기다 양반가로 숨어들고, 첫사랑 ‘달이’와 똑 닮은 ‘월희’(윤진서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포졸들을 따돌린다. 한편, 재산을 정리해 금으로 바꿔 고향으로 내려가는 양반의 재물을 빼앗으려고 몰려든 벼슬아치 김자첨파와 해동청파·봉선이파를 수리검으로 간단하게 해치운 일지매는 유유히 금을 들고 사라져 도적파와 김자점을 분노하게 한다. 이렇게 훗날 표식이 될 황금 매화가지를 만들 재물을 가지고 사라진 일지매는, 처음 만날 때부터 자신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월희를 찾아간다.

■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는 어떤 작품인가?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고우영 화백의 다섯 번째 만화이다. 의적 이야기를 기본 틀로 창작한 고우영 식의 해학과 풍자, 자유분방한 서술이 담긴 무협물이며, 정치극이자 모험물·성장극이기도 하다. <일지매>는 1971년 당시 발행부수가 2만 부 정도였던 <일간스포츠>의 발행 부수를 30만 부까지 끌어 올리며 스포츠 신문 만화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세련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에 감각적이면서도 튀는 문장은 기성세대뿐 아니라 신세대 층의 입맛 또한 충족시켰다. <일지매>는 왕조 중심의 상투적인 역사극의 패턴을 벗어나 도적패와 도둑이 중심축을 이루는 이야기로, 암울했던 70년대를 조명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추악한 양반의 욕망은 유신독재에 대한 조명이었으며, 양반의 욕망을 시원하게 분쇄하는 평범한 민중들의 열망이 담긴 시대의 영웅담이었다. 고우영 화백은 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로서, 만화 작가로는 최초로 텔레비전 CF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소설가 최인호, 가수 양희은과 함께 당대의 대중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삼국지> <수호지> <열국지> <서유기> <초한지> <임꺽정> <홍길동> <박씨전> <가루지기전> <대야망> 등이 손꼽히며, 역사물에 통달한 작가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공로상>(1998),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01), (2003) 등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일지매>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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