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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싸늘한 朴心, 루비콘江 건널까

MB와 주류계에 뿌리 깊은 불신, 더 이상 손잡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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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8호 심원섭⁄ 2009.05.19 14:00:10

4·29 재보선 패배 후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당 화합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앞세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구애’ 작전을 폈지만, 박 전 대표는 “원칙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단칼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당 화합책으로 내놓은 ‘김무성 카드’가 오히려 양대 세력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됐고, 결과적으로 친이·친박계의 오랜 상처만 헤집어 놓은 셈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미국 방문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친박이 당에 무슨 발목을 잡은 일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 한마디로 당은 발칵 뒤집혔다. 지도부 책임론에 이어 조기 전당대회론,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까지 불거져 급기야 박 전 대표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확고하게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과 주류 측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 의원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비공개 회동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만나자고 했는데 이 대통령 측에서 은밀하게 보자고 제안해 놓고는 마치 무슨 밀약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18대 총선 공천파동이 불신의 근본 원인 따라서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 이후 주류 측이 단 한 번도 ‘진실성’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 행태였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인식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자마자 아무런 사전 상의도 없이 ‘김무성 카드’를 거론된 데에는 박 전 대표가 화합의 걸림돌 인양 호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겉으로는 화합을 내세우며 실질적으로는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모면하면서 ‘자리’를 미끼로 친박 진영을 흔들어보려는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까지 날아간 박희태 대표의 김효재 비서실장이 “귀국하시면 박희태 대표를 만나시겠느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보겠다”고 여지를 남겨 놓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 번 정한 입장을 바꾼 적이 거의 없는데다, 양측 간의 불신을 하루아침에 해소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박 대표와의 면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불신하게 된 동기는 지난해 18대 총선 공천파동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뜻을 받든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과 이재오 전 의원 측이 공천을 좌우했고, 이 과정에서 친박계 의원이 무더기로 낙천됐으며, 특히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 시절 만들어 놓은 투명한 공천 시스템이 몇몇 권력 실세에 의해 망가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표가 공천 결과를 놓고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공당(公黨)의 사당화(私黨化)’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는 것이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무산된 데 대해서도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먼저 언론에 흘린 것은 화합의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박 전 대표 측은 친이 측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우리가 안 도와준 게 아니라 친이 쪽이 ‘속도전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게 문제”라고 반박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차기 대선과 관련하여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공동 정권이라면 박 전 대표가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으며 차기 대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이 대통령 측에서는 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친박이 당에 발목 잡은 일 없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차기보장’을 요구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신이 대표 시절에 만들어 놓은 정당 운영의 틀이 친이 측에 의해 무너졌다고 보고 이를 되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중진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57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마련해 분위기를 돋웠다. 당-청 회동 자리였지만, 청와대에선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 축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 대통령이 “중진들이 힘을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박 전 대표는 “쟁점 법안일수록 먼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냉랭하게 말했다. 사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에게서 “협조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박 전 대표는 오히려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격이 된 것이다. 친이계에서는 “우리가 손을 내밀면 ‘진정성이 없다’고 뿌리치고, 도움을 청하면 ‘원칙이 아니다’면서 선을 긋는다”고 박 전 대표에게 불평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미국에서 “소위 친박계라는 분들이 당이 하는 일에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고 했지만, 친이계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쇠고기 파동과 입법전쟁 등 고비마다 친박계는 야당에 필적하는 반대세력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촛불집회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던 작년 5월,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이것이 이념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올 1월에는 “한나라당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해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으며, 작년 9월 정부로선 한시가 시급했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을 때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불참했다는 것이다. 당시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은 “추경안에 반대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어, 한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한나라당의 열쇠는 ‘이심(李心)’과 ‘박심(朴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청와대와 주류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이지만, 어떤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나 주류계와 손을 맞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물론, 이 같은 관측은 차기 대권 행보와 연관된 해석이어서 차기를 보장받지 않는 이상 당 주류계와는 함께 할 수 없는 ‘2인자의 숙명’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실 주류계와 선을 긋는 박 전 대표로서도 고심이 없을 수는 없다. 미래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립각만 세우자니 정치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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