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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입에 주목, 근원적 처방 무얼까

서거정국·이념논쟁·국정쇄신론·방미 등 미묘한 시기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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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3호 심원섭⁄ 2009.06.23 15:31:21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8일 오후 3박4일간의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방미 직전에 가진 라디오 연설에서 이념. 지역에 따른 분열, 권력 비리, 정쟁 등을 언급하며 “대증요법보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 ‘근원적 처방’이라는 화두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시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진보·보수진영 간 이념논쟁이 심화되고 여권 내부에서 국정쇄신론이 제기된 미묘한 시점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팽배하며, 우선 이념과 지역, 여야 정파를 아우르는 화합형 인적 쇄신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추진을 뜻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등을 암시한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개헌 의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적어도 개헌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기류가 우세하다. 이처럼 갖가지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결국 개헌을 포함한 어떤 내용도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의제를 열어놓은 것인 동시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열린’ 태도로 듣고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찾겠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근원적 처방’의 의미를 ‘열린 화두’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형준 “모든 문제 열어놓고 듣겠다는 입장” 이에 대해 최근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치 선진화라는 큰 과제를 중심에 놓고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생각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정치 선진화를 위해 제도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를 깊이 있게 같이 고민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홍보기획관은 “대통령께서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열어놓고 생각하겠다는 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일단 큰 방향만 제시한 것뿐”이라고 말문을 흐렸고, 또 다른 참모는 “국민과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고 백지상태에서 해법을 함께 찾자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은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말한 게 아니라 빈 그릇을 내어놓고 함께 내용물을 채워 가자는 의중인 것 같다”고 말해,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시각도 박 홍보기획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기류로 볼 때, 이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정형화된 방안을 제안하기보다는 각 정파가 합의한 의견을 가져오면 긍정적으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중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통령의 구체적 생각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이 대통령의 ‘입’에 쏠려 있는 가운데, 전날 귀국길에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수행기자단 간담회가 갑자기 취소된 것은 이처럼 민감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 동안 여의도 정치에 대해 불신을 가져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차제에 구태 정치의 근간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 개혁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단기적으로 정청(政靑) 개편을 꺼내 들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헌 등도 선택 범위 내에 있는 카드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의중에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원희룡 의원)가 6월 16일 잠정 합의했으나 발표를 유보한 국정쇄신안에는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국정난맥상, “지역편중 인사에 근본원인” 일단 알려진 바로는 쇄신위가 잠정 확정한 국정쇄신안에는 ▲대통령 행보 ▲인사 개편 ▲정부 개편 ▲청와대 개편 ▲당정청 관계 ▲국민 소통 ▲공권력 운영 ▲국민화합 조치 ▲민생안정 정책 ▲능력 중심의 지역 안배 탕평 인사 ▲정무장관을 비롯한 정치인 출신 장관 기용 ▲청와대 ‘정언관(正言官)’ 배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 따르면 쇄신위는, 초기 내각 인선과 부동산 세금 정책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이미지가 ‘부자정권’으로 비치고 있으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입법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현 정부가 일방적 독주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쇄신위는 경쟁이나 효율보다 복지와 통합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적 반대 세력과도 적극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쇄신위는 국정운영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연고 위주의 특정 지역 편중 인사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 추진력과 조정 및 소통력을 갖춘 능력 중심의 인사를 배치하고 호남과 충청·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는 등 탕평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4대 권력 기관장에 대해서도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쇄신위는 당정청과 대야 관계에서 정치력과 소통 능력이 취약했다고 보고 정무 장관을 신설할 것과 정치인 출신 장관의 비중을 높일 것을 제안했으며, 특히 여당 내 주류 인사는 물론 비주류 인사, 야당 및 재야 인사의 기용까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쇄신위는 국정 운영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국무총리의 역할이 미약했다고 지적하면서, 당정 간에 적극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연대형·국민통합형 총리를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와대에 ‘전방위에서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하여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직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청와대 내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정언관(正言官)’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정무적 판단과 기획 및 실행을 조율하면서 당정청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정치 보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과 함께, 대통령이 업무위주식 대국민 메시지를 지양하고 감성적으로 진솔하고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포함시켰다. 쇄신위는 또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당대표·원내대표 간의 회동을 정례화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 당 관계자가 교차 참석하는 방안도 건의키로 했으며, 당정청 조기 정책협의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조기 협의제·정책숙성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의키로 했다. MB, 기존 틀 뛰어넘는 대대적 개혁 가능성도 뿐만 아니라, 쇄신위는 야당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야당의 정책 대표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일부 쇄신위원들은 정치 보복이라는 인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 정권 인사와 18대 총선 사범들을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국민 소통을 위해 서울시청 광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쇄신위는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법 등의 공권력 강화 법안의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 같은 국정쇄신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 당 내외의 반응이다. 청와대가 인사 문제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쇄신안의 제안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인 셈인데, 쇄신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따라서 쇄신위가 당초 국정쇄신안을 17일 발표하려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발표를 미룬 것을 두고 ‘청와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쇄신위 김선동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략적인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된 쇄신안을 완성했다”며 “현재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이라 귀국 이후 청와대에 보고한 뒤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외교 활동 중 발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돌아오면 적절한 채널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전할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국정쇄신 합의안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는 사항은 보류했지만 발제된 대부분이 채택됐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앞장서는 모양새를 띄어 온 당정청 쇄신론이 이 대통령에게로 주도권이 넘어가, 이 대통령이 당 일각의 요구에 떼밀려 쇄신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당초 구상한 정치일정에 맞춰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 그 동안 당내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에도 불구하고 쇄신론은 난마처럼 꼬여온 것이 사실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친이·친박계의 갈등이 표출되고 청와대를 향한 날선 공격을 놓고 친이계의 세(勢) 분화가 이뤄지는 양상도 보여 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현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지적한 친이 쇄신파, 자기반성을 촉구하고 나선 초선 의원 48명,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하는 민본 21, 비주류인 친박계 등의 의견 조율이 당내 쇄신 방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 쇄신 방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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