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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조건 없이 국회 여는 게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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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4호 박형규⁄ 2009.06.30 16:57:12

계절은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드는 7월이다. 올해는 예년보다도 10여 일 일찍 찾아든 장마 속의 폭염이 주로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30도를 웃돌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런 날씨 탓인지 정치권도 장기 공전을 계속했던 6월 임시국회 개회 문제를 둘러싸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끝내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실력대결로 돌입한 바람에 정국마저도 날씨만큼이나 덩달아 후끈거리고 있다. 지난 23일 한나라당의 국회소집 요구로 국회는 26일에 연다는 공고가 나붙음에 따라,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열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비정규직법’과 아울러 ‘미디어법’처리가 절박하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건 이른바 ‘등원 5대 선결조건’ 등의 쟁점들에 대한 양당 간의 입장차가 너무도 현격해, 협상을 통한 조기 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의 입장이나 바람은 ‘민의의 전당’이며 ‘대화와 협상의 전당’인 국회가 좀 더 인내와 양보의 역량을 발휘, 여당 단독국회가 아닌 여야 합의의 정상 국회가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임시국회도 자칫 지난해 말과 연초에 빚어졌던 물리적 충돌 사태가 재연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의 단독국회 강행과 결사 저지 태세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적 우려도 예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국회 개원 하루 전날인 25일 대치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히든 카드’(비밀 카드)로 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련법 분리 처리론을 꺼내 들었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는 7월 1일부터 당장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기 시작하는 위기를 막기 위해, 여야 간 합의가 안 돼도 6월 안에 비정규직법을 처리한 뒤 미디어 관련법은 7월 하순경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련법 분리처리에 입장을 같이 한다”면서도 “여야 3당과 양대 노총의 ‘5인 연석회’에서 비정규직법 합의안이 도출되면 협조하겠지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에는 실력저지 하겠다”며 단서를 달기도 해 아무래도 개운찮은 분위기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이 가장 신경을 쏟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 처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핵심 내용 가운데 일부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 역시도 한나라당이 신문 대기업의 방송사 진출을 막기 위한 소유지분을 삭제한다면 국회 정상화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해, 어쩌면 여야 간 협상과 극적 타협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우선 금주부터 모든 상임위를 가동해 비정규직법과 공무원연금법 등 민생법안들을 심의하겠다며 민주당의 등원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결사항전’ 태세를 다졌다.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미디어법 처리는 당력을 총동원해 막기로 했다. 아울러 삭발과 의원직 사퇴 카드도 만지작거리며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를 다지고 있는 눈치이기도 하다. 단독국회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의 틈바구니에서도 자기 색깔과 구실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자유선진당은 어쩌면 이번 6월 임시국회 개회와 등원 문제를 푸는데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 로 등장할 가능성을 엿보여주고 있어, 귀추가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고 있다는 평가들이다. 이회창 총재는 얼마 전에 “국회의원이 국회 밖에서 뭘 하나, 우리가 끝까지 안 들어간다고 하면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하고 “여야 협상을 못하면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회는 문을 열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정치적 소신으로 비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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