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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한국 아닌 세계적 뮤지컬 프로듀서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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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48-149 이우인⁄ 2009.12.14 16:34:32

한미 합작 프로젝트로 주목받으며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뮤지컬 <드림걸즈>가 11월 22일 뉴욕 할렘가에 위치한 아폴로 씨어터(Apolo Theater)에서 본격적인 미국 공연의 막을 올렸다. <드림걸즈>의 미국 진출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드림걸즈>는 한국보다 미국 시장을 생각해 만든 작품입니다. 때문에 미국 무대에서 제 작품이 공연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관객과 평단의 호응도 좋아 감격스러웠고요.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한국인 프로듀서인 제가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해 미국 공연을 올린 첫 사례여서 보람 있었습니다.” <드림걸즈>의 한국 측 프로듀서인 신춘수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인 PD 1호’가 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이하 오디)의 창작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가 공연 중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용 로비에서 만난 신춘수 프로듀서는 시종일관 들뜬 모습이었다. 지난달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그의 목소리에는 즐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내 평정심을 찾은 그는 “(<드림걸즈>의 미국 진출이) 끝이 아니라 내겐 또 다른 시작으로 다가왔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서 후배 뮤지컬 제작자의 롤 모델이 돼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까지 생겼다”며 가슴을 활짝 폈다. “오디는 어느 제작사보다 꿈 많고 공격적인 컴퍼니” 모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신춘수 프로듀서는 서울예대 영화과로 진로를 바꾸면서 험난한 뮤지컬 세계로 들어왔다. “처음부터 경영학을 전공할 생각은 없었어요. 주위의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대학이었습니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의 도움으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서울예대에 들어갔죠. 그만큼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저의 꿈은 확실했어요. 솔직히 뮤지컬 제작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제겐 영화감독이라는 하나의 길밖에 없었거든요.” 영화감독 지망생이던 신 프로듀서는 뮤지컬 제작 제의를 받는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그는 “그런데 한 편을 만들고 나니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면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계기를 설명했다. 이후 그는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로부터 뮤지컬 제작의 전반을 배운다. “그러다 내 색깔을 입힌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죠. 독립하고 난 뒤에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러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고, 실패와 성공에서 각각 좋은 경험을 했어요. 뮤지컬 프로듀서를 시작할 때부터 한국 최고가 아니라 세계적인 프로듀서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어려움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었죠. 이런 긍정심이 오늘의 저를 만든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의 가장 큰 무기이고 자산이죠(웃음).” 2001년에 그가 설립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사랑은 비를 타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올슉업> <나인> <마이 페어 레이디> <킹 앤 아이> <어쌔신> <웨딩펀드> 등 대중의 입맛에 꼭 맞춘 라이선스·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오디가 만드는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는 믿음도 형성됐다. “제가 오디를 막 시작했을 때는 정말 젊었어요. 고작 서른 살이었으니까요. 이처럼 대표가 젊다 보니 어느 제작사보다 꿈이 많고 공격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컴퍼니가 됐다고 생각해요. 비록 저는 나이를 먹어가지만 도전에 과감한 오디의 젊은 정신은 유지할 겁니다.” 신춘수 대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건 바로 자신감이다. 잘 갖춰진 매너와 서글서글한 미소로 겉을 무장하고 있지만, 그 안은 누구도 깰 수 없는 자신감으로 꽉 차 있다.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명확하게 답하는 그에게서 애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저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고, 설령 지금 못해도 잘할 수 있다는 긍정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라면 늘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시작 단계에서 자신감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제작한 작품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대단한데, 작품 선정 기준은 무엇입니까? 작품을 보는 눈은 어느 프로듀서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을 보는 눈보다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프로듀싱할지 하는 콘셉트가 확실한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흥행이 안 된 작품 대부분은 한국 프로듀서의 눈에도 멀어지죠. 그렇지만 저는 흥행이 안 된 작품도 제작 목표만 확실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작품보다는 제작 방향에 기준을 두는 게 좀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라이선스든 창작이든 작품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다면 긴 안목을 갖고 작품을 개발하면서 제작해야 합니다. 왜냐면, 한국 뮤지컬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익숙한 작품은 관객이 선호하는 반면, 처음 보는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 않거든요. 프로듀서로서 느낀 최대 고비는 언제였나요?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고 스스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으니까요. 또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다 보니 더 많은 후배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이런 중압감과 책임감은 저의 자유를 빼앗더군요. 그런데 한편으론 미래와 더 큰 싸움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대표로서의 일은 쉬고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을 생각이에요. 지금 솔로니까 결혼이 될 수도 있고요. 국내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프로듀서가 있습니까? 한국에는 없어요. 저의 라이벌은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입니다. 저의 목표는 매킨토시처럼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국내의 ‘프로듀서 빅3’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세계의 빅3라면 또 모를까(웃음).

존경하는 프로듀서도 없나요?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님입니다. 절 가르쳐주신 분이기도 하고,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설 대표님은 국내 뮤지컬 시장을 확대하는 데에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일한 배우 가운데 가장 높이 사는 남녀 배우를 꼽아주십시오. 각각 세 명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조승우는 말이 필요 없는 천재적이고 열정적인 배우이고, 류정한은 저를 만나고 나서 좋은 배우로 성장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처음 발굴한 배우 중에는 조정석과 김무열·김우형이 있고요. 이들의 가능성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왜냐면, 제가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니까요. 배우로서 많은 걸 가진 김선영은 저를 만나 굉장히 많은 변신을 했죠. 신인 여배우 중에는 임혜영과 김소현·윤공주가 있습니다. 최근에 컴백한 이혜경은 중견 배우로서 파워풀하고 오랫동안 무대에 섰으면 하는 배우고요. 끝으로, 모두가 본받아야 할 배우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님이 말씀하신(본지 146호 참조) 남경주와 최정원입니다. 그들의 프로 정신은 정말 교본입니다. 작업에 대한 이들의 정신은 모든 배우가 배워야 해요. 신인을 기용할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십니까? 가능성이죠. 저는 새로 만나는 배우에 대한 기대치가 누구보다 높아요. 신인을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제 눈에 띄면 주연배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시면 돼요.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제 앞에 적극적으로 나타나세요. 간혹 실망하는 케이스는 있지만, 어떤 루트를 통하든 막지 않겠습니다(웃음). 대표님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스태프는 누구인가요? 원미솔·김문정·변희석은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잘 이해하는 음악 감독입니다. 특히 저와 가장 오래 작업한 원미솔이 저를 가장 잘 알 거라 생각해요. 기술은 김미경·이우현·노병우이고, 연출은 오랫동안 저와 작업을 해온 데이비드 스완과 이지나 연출입니다.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꼽아 주십시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맨오브라만차>입니다. 또 제게 많은 성공을 주고 프로듀서로서 입지를 굳혀준 <지킬앤하이드>, 오랫동안 사랑받게 해주고 지금 새로운 신호탄으로 미국에 진출한 <드림걸즈>, 오랫동안 사랑받은 <그리스>도 있죠. 그리고 제가 앞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 또 하나의 작품이 있습니다. ‘신춘수의 뉴 뮤지컬’을 구상 중이거든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해 꼭 모든 이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춘수의 뉴 뮤지컬’은 어떤 작품인가요? <레미제라블>처럼 북(BOOK) 뮤지컬 형식 두 작품, 뮤지컬 코미디 한 작품입니다. 이 중 가장 인정받는 작품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를 겁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세계인의 입맛에 맞으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세계적인 작품이 되려면 극작과 작곡의 완성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보편성을 띠어야 하고요. 그래야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내년에 영화감독 데뷔를 계획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 두렵지 않나요? (뮤지컬처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있죠. 그런데 젊었을 땐 빨리 감독이 되겠다는 조바심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이보다 작품을 잘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뮤지컬로 벌어들인 수익, 영화로 다 날리면 어떡하죠? 영화는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아니라 오디의 또 다른 회사나 저의 개인적인 회사에서 만들 거라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나중에 오디뮤지컬컴퍼니와 저의 영화사가 만나 디즈니처럼 영화와 뮤지컬을 함께 제작하는 회사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영화감독에서도 한국이 아닌 세계가 목표인가요?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칸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싶은 꿈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뮤지컬 제작을 오래 하다 보니 꿈에도 객관성을 띠게 됐어요. 꿈은 꾸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뮤지컬은 세계적인 프로듀서가 되는 데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라 그런지 굉장히 두렵습니다. 특히 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요. 하지만 이 시선을 모두 극복하고 잘 만들고 싶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공연 관람은 생활에 활력을 줍니다. 특히 뮤지컬은 다른 공연에 비해 접근이 쉽고 굉장한 즐거움을 주는 장르입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정말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성장 중인 창작 뮤지컬에도 많이 지지와 관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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