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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수 한일100년평화시민네트워크 위원장

“한일 100년 우정으로 평화 쌓는 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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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0·151 김진성⁄ 2009.12.28 14:40:03

2010년은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경술국치)이 이뤄진 지 100년 되는 해다. 한국의 근대화가 실제로 시작된 것이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서이므로, 올해를 안팎으로 ‘100주년’되는 날들이 계속 등장하게 돼 있다.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을 통한 평화 달성을 위해 활동하는 ‘한일100년평화시민네트워크’의 이대수 운영위원장(이하 위원장)을 만나 양국의 관계와 올해 행사 등을 들어보았다. 일본과 함께 만드는 새로운 100년의 평화 ‘한일100년평화시민네트워크’(이하 평화네트)는 2010년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일 양국의 평화공존을 이루기 위해 2008년 5월부터 준비하여 2009년 4월 창립된 단체이다. 하지만 그 모체는 2006년부터 ‘교토자유대학’이라는 일본의 비영리기관과 함께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지역시민사회 모임을 이끌었던 ‘경기시민사회포럼’이라고 볼 수 있다. 강원도 동해 출신인 이대수 위원장은 1985년부터 10년 간 경기도 군포에서 민중교회 목회를 했으며, 현재 평신도 교회를 지향하는 나눔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평화네트는 한일 양국의 문제를 푸는 열쇠를 ‘시민사회’로 보고 평화학교·평화캠프·평화기행 등을 통해 양국의 시민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애쓰고 있다. 이 위원장은 평화네트에서 진행하는 여러 행사 중에서도 평화기행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평화기행에 대해 이 위원장은 “양국의 시민이 상대 나라를 방문해 역사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특히 청소년 캠프는 청소년들이 양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 통신사 갔듯, 올해 평화통신사 일본서 온다” 또한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평화네트는 ‘100명의 평화통신사 맞이’ ‘한일시민평화헌장 제정’ ‘아소 탄광 방문’ ‘일본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조선이 통신사를 일본에 보냈던 것처럼 일본에서 ‘평화’라는 깃발을 내걸고 100명의 통신사를 한국으로 보낸다”며 “20여 일 간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며 역사 현장 탐방, 일제시대 피해자 단체 방문, 양국의 평화 관계 조성을 위한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아소 탄광에 대해 그는 “한일 관계에 망언을 일삼은 아소 전(前) 일본 총리의 집안이 운영한 탄광에서 한국인 1만 명이 강제노동을 했다”며 “한국인의 노동력을 착취해 치부한 아소 탄광에 대해 1월 중에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평화 증진을 위한 행동과 함께 평화를 막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 2008년 10월에 ‘한국강제병합100년시민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현재 한국의 평화네트와 활발한 공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양국 단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일본의 단체는 자국의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화해를 촉구하고, 우리는 일본의 과거 반성 활동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면서 양국의 평화 무드 조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이루는 데 한일 양국의 과거사가 문제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공존 위해 과거사 정리 필요 과거사 정리에 대하여 이 위원장은 때로는 학자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열혈 청년 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평화에 대해 얘기할 때의 온화한 표정과는 또 다른 모습에서 ‘과거사 정리’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해자로 인식하는 일본에서 과거사에 대해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위원장은 할 말이 많았다. “가해자 입장이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과거사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행동하는 지식인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과거사에 대한 자료도 상당 부분 확보됐다”고 입을 연 그는 “‘근로정신대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나고야 시민 모임’ 같은 자발적 활동이 계속 이뤄지는 중이고, 하토야마 총리도 과거사와 관련해 사죄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1965년에 맺은 한일협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강제병합이 이뤄졌던 100년 전과 지금 사이에는 한일 두 나라의 국력 차이에 큰 변화가 발생한 만큼 이에 적합한 과거사 처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위치에서 과거사를 정리해야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에 양국이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그는 일본에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려면 우선 한국에서 ‘친일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제 당시 일정 직위 이상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거나 문필 활동 등으로 전쟁에 협조한 이들의 자손이 사회 지도층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이 위원장은 “인류 보편 양심에 따른 지도층의 자기반성이 과거사 정리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아시아에 속한 어느 한 나라에 패권이 쏠리는 것이 아니라, 다자 체제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해관계에 따라 과거사 청산이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 학술 연구를 통해 과거사 정리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동아시아 공존은 어떤 모습일까?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넘어선 동아시아 전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 공존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한자 같은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존이냐 경쟁이냐를 선택할 시점”이라고 운을 뗀 그는 “과거에 국가경쟁력의 기준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며, 그런 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이 부분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희망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통일인 동시에 소비적 형태의 긴장 유지를 종식시키면서 동아시아를 평화 벨트로 조성하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며 “남북 문제가 동아시아 공존체제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평화당’ 같은 국제 정당 만들 수도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이해’와 ‘친구’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자주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화네트에서 진행하는 평화학교·평화기행·평화캠프 모두 ‘이해’와 ‘친구’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캠프를 개인 자격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도 참여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 두 나라 가정이 함께 캠프에 참가하면서 친구가 되고 그런 유대가 쌓이면 과거 청산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양국의 시민들 사이에 유대감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고, 길게는 ‘동아시아 평화당’ 같은 정당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의 개인 목표를 물어보니, 다시 한 번 ‘평화’를 얘기했다. 그런데 이번의 ‘평화’는 의미가 조금 달랐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얻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평화의 시발점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욕망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평화로운 심성을 훈련하면 다른 사람과는 물론 물질·자연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평화의 시작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부터임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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